한·미 자유무역협정(FTA)은 ‘발효’(發效)만 남았다. 이명박 대통령이 29일 저작권법·특허법·개별소비세법·디자인보호법 등 한·미 FTA 이행법률 공포안 14건에 대해 서명했기 때문이다. 앞서 정부는 청와대에서 이 대통령 주재로 국무회의를 열고 이들 법률 공포안을 의결했다. 지난 22일 한·미 FTA 비준동의안이 국회를 통과한 데 이어 이날 부수법률 공포를 위한 정부 내 절차까지 마무리됨으로써 비준 절차는 끝이 났다. 비준과 관련해선 이제 양국 간에 발효 날짜를 교섭하는 일 정도를 남겨두게 됐다. 정부는 내년 1월 1일 발효가 목표다.
이 대통령은 서명식에서 “한·미 FTA 이행법안 서명으로 FTA 절차가 완료됐다”며 “한·미 FTA는 세계 최대 시장인 미국 시장을 여는 것이다. 내년 경제와 수출 전망이 어둡지만 한·미 FTA를 잘 활용해서 극복해 나가자”고 말했다. 이 대통령은 한·미 FTA 협상책임자였던 김종훈 통상교섭본부장을 두고 “김 본부장하고는 악수 한번 해야지”라고 챙겼다. 박재완 기획재정부 장관 등에겐 “피해가 있을 수 있는 부분은 특별히 신경 써달라”며 “한·미 FTA와 관련해 일부 오해가 있는 부분에 대해선 부처별로 사실 관계를 구체적으로 설명해서 국민들의 우려가 없도록 하라”고 지시했다.
민주당 등 야당은 서명에 강력 반발했다. 민주당 한·미 FTA 무효화투쟁위원장을 맡은 정동영 최고위원은 의원총회에서 이 대통령을 향해 “국민들 목소리는 안 들리는 대통령”이라며 “오늘 부로 정신적으로는 대통령직이 정지됐다”고 맹비난했다.
이에 앞서 정 최고위원과 김진표 원내대표를 포함한 민주당 의원 29명, 이정희 민주노동당 대표 등은 서명식 시간대에 맞춰 청와대 인근에 모여 집회를 열었다. 이 자리에서 참가자들은 “이 대통령이 서명한다면 99%의 거센 저항에 직면하게 될 것”이라며 “이는 결국 정권의 붕괴를 초래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민주당은 앞으로도 ‘무효화 강경투쟁’을 이어간다는 방침이다. 전국 245개 지역위원회를 중심으로 매일 한 시간씩 시내 번화가에서 ‘1인 시위’를 벌이고, 서울과 부산 등 대도시에서 대규모 집회도 열 계획이다. 내년 총선·대선과 한·미 FTA를 연계하는 방안도 거론되고 있다. 손학규 대표는 의원총회에서 “지금 소수당 위치에서 (무효화가) 바로 관철되지 않더라도 무효화 투쟁은 내년 총선 승리와 정권 교체 이후 (민주당이) 어떤 입장을 취할지 시금석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글=고정애·허진 기자
사진=안성식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