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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희룡의 ‘반란’ 메시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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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8면

신용호
정치부문 차장

반란이다. 원희룡 최고위원 말이다. 그는 28일 “안철수 교수처럼 건강하고 존경받는 인물이 정치 변화를 위해 소중하게 쓰여져야 하고 대통령을 하겠다면 못할 이유가 없다”고 말했다. 지난 23일 대학 강연에선 “안철수의 등장은 대한민국 정치 문화를 바꿀 수 있는 하늘이 내려준 기회로 이제 국민들의 존경을 받을 수 있는 사람이 대통령이 돼야 한다”고도 했다.

 그가 박근혜 전 대표와 불편한 친이명박계라 하더라도 원조 소장파라는 별명을 얻으며 한나라당에서 3선을 했다. 당 사무총장도 지냈다. 그런 사람이 자신이 속한 당의 대선주자와 경쟁하고 있는 안 교수를 치켜세우는 건 온당치 못하다. 더구나 그는 당 지도부가 아닌가. 물론 이 발언이 ‘안철수에게서 배워야 할 점을 얘기한 것이고 결국 한나라당을 위한 것’이라고 주장하지만 말이다.

 그가 걸어온 길을 보면 당에 힘이 있을 때는 권력을 도모하다 어려워지니 다른 곳을 기웃거린다는 비판을 받을 소지가 충분하다. 더구나 지난 7월 당 대표 경선에 나서며 내년 총선 불출마를 선언했기에 안 교수를 통해 새로운 정치적 돌파구를 모색하는 것으로 비칠 수도 있다.

 28일 오후 그를 만나봤다. 그의 속내가 궁금했다. 그는 ‘박근혜 대 안철수’의 대결을 낡은 것과 새로운 것이란 프레임으로 봤다. “안철수는 재산을 기부하는데 우리는 경제 발전, 국가 안보와 같은 거대 담론을 주로 얘기하고 있어 실생활의 변화와 감동을 원하는 20~40대에게 위로를 주지 못한다. 새 틀을 주도하는 리더십이 나와야 한다”고 했다. 그러면서 “박 전 대표는 폐쇄적이고 배타적인 이미지를 깨고 계파 해체, 정면 승부를 통한 이명박 대통령과의 차별화를 선언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그의 말을 곱씹어 보면 안철수론은 차치하고라도 당을 향해 던지는 메시지까지 무시돼선 안 된다는 생각이 든다. ‘안철수 옹호론자의 아우성’으로만 치부하기엔 한나라당이 새겨야 될 대목이 적지 않기 때문이다. 한나라당은 최대 위기다. 대세론은 흔들렸고 총선 전망이 극히 어둡다.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비준안 강행처리도 악재였다. 요즘에야 지도부-공천권 분리론이나 리모델링론이 나오곤 있지만 그 정도론 어림없다는 게 중론이다. 29일 당 연찬회에서 정두언 의원이 “박 전 대표는 대선 전 총선에서 승부를 걸어야 한다. 총선에서 지면 대선도 어렵다”며 실질적 역할론을 주장한 것도 이런 절박함에서 나오는 것이다.

 원 최고위원이 던지는 주장의 핵심도 박 전 대표의 대대적 변화와 당의 환골탈태다. 당 해체 후 재창당 주장까지 펼친다. 정책 기조 변화 정도로는 어림없다는 것이다. 국민들이 한나라당에 원하는 것도 변화다. ‘부자 증세’를 하고, ‘우파 복지시대’를 주장해도 한계는 명확해 보인다. 그걸로 돌아선 국민들의 마음을 잡기엔 역부족이다. 그가 말하는 안철수론은 비판한다 하더라도 그 문제의식은 퍽 차버릴 게 아니다. 특히 박 전 대표가 지금부터라도 깊이 고민해 볼 필요가 있다. 시간은 많지 않다.

신용호 정치부문 차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