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총각대원 수십통 팬레터에 일일이 답장

중앙일보

입력

'죽음을 부른다'는 K2는 인간의 발길마저 거부한다. 세찬 바람이 몰아치고 7월에도 심심치 않게 눈발을 흩날린다.

아침에 눈을 뜨고 텐트밖을 나오면 검은 것은 벽이고 하얀 것은 눈으로 다가온다.흑과 백의 묘한 콘트라스트는 카라코람산맥의 웅장한 모습과 함께 사람의 마음을 사로잡는다.

바위에 걸터앉아 있노라면 거부할 수 없는 대자연의 오묘한 이치며 신의 존재에 대한 원초적 궁금증이 초고리사에 걸쳐 있는 뭉게구름처럼 머리속에서 끊이지 않고 솟아난다.

살아 움직이는 것이라고는 해발 5천여m까지 올라온 까마귀떼뿐이다.먹이를 찾아 올라온 까마귀떼를 보면서 생물의 보이지 않는 끈질긴 생명력에 감탄사가 절로 나온다.

베이스캠프에서 올려다 보는 K2는 독립봉으로 항상 중턱이상에는 구름이 끼어있어 신비스러움을 자아낸다. 그러다 구름이 살짝 거치고 정상이 모습을 드러내면 그 모습은 가히 환상적이다.그러나 전구간에 걸쳐 암벽과 빙벽이 혼재돼 있어 믹스클라이밍을 해야하는 어려움이 있다.

1998년이후에 K2를 등정한 팀이 전무할 정도로 무척이나 까다로운 산이다.그래서 K2는 히말라야 다른 어떤 산보다도 인내심을 갖고 계획을 세워야 한다.

아침부터 콩고르디아에서 불어오는 바람이 심상치 않다.그러나 아침햇살이 환하게 비추는 K2 베이스캠프는 모처럼만에 생기가 살아난다. 대원들은 바둑·장기를 두거나 DVD로 영화를 보면서 하루의 휴식을 만끽하고 있다.

날씨만 좋았다면 등반을 다시 시작했을텐데 바람때문에 대원들은 베이스캠프에 남아있기로 했다.대신 고소포터 2명이 ABC에서 캠프Ⅰ까지 산소통 8개를 옮기기 위해 베이스캠프를 출발했다.

동국대 브로드피크원정대를 따라와 동행취재했던 SBS 신언훈부장은 회사 사정으로 급히 귀국하기 위해 18일 오전 11시40분(이하 한국시간·파키스탄시간 오전 7시40분)
베이스캠프를 출발해 스카르두로 향했다.

신부장은 나흘간 캐러반을 한 후 스카르두에 도착,라왈핀디∼태국 방콕을 거쳐 27일을 전후해 서울에 들어갈 계획이다. 동국대원정대를 비롯해 그동안 정이 들었던 K2 한국원정대와 한국산악회 대구원정대원들이 모두 나와 작별의 아쉬움을 나눴다.

한편 원정대의 막내로 아직 미혼인 모상현대원은 짜투리 시간을 이용해 수십통의 엽서를 써서 신부장에게 한국으로 부쳐달라고 부탁하는 것을 보고 모든 대원들은 ‘아무리 총각이지만 팬관리에 너무 신경 쓴다’고 한마디씩 던져 웃음을 자아내기도 했다.

K2=김세준 기자<sjkim@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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