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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hy shoud we be in such desperate haste to succeed and in such desperate enterprise? 당신은 뭘 위해 그리 부지런

중앙선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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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6호 16면

살아가다 보면 길을 잃을 때가 있다. 문득 하늘을 올려다보면 이게 올바른 길인가 싶을 때도 있고, 지나온 길을 되돌아보면 가슴이 먹먹해질 때도 있다. 그럴 때 위안과 함께 깨달음을 주는 책이 있다. 헨리 데이비드 소로(Henry David Thoreau, 1817~1862)의 『월든(Walden)』은 바로 그런 고전이다. 이 책은 소로가 매사추세츠 주 콩코드의 교외에 있는 월든 호숫가에서 2년2개월간 혼자 생활한 기록이다. 그는 손수 지은 네 평 남짓한 오두막에 살면서 콩밭을 가꾸고, 숲을 돌아다니며 자연을 관찰하고, 사색하며 책도 읽고 글도 썼으며 찾아오는 이들도 만났다.『월든』은 직설적이고 예리한 소로 특유의 경구로 가득하다. “당신은 무엇을 위해 그리 부지런한가?”

박정태의 고전 속 불멸의 문장과 작가 <1>『월든』과 헨리 데이비드 소로

“나의 가장 뛰어난 재능은 욕심을 부리지 않는 것이다.” “인간의 부유함은 그가 신경 쓰지 않고 내버려둘 수 있는 것들의 수에 비례한다.” “침묵만이 들을 가치가 있다.” 그래도 『월든』하면 역시 이 구절이다. “왜 우리는 성공하려고 그처럼 필사적으로 서두르며 그토록 무모하게 일을 추진하는 것일까? 어떤 사람이 자기의 또래들과 보조를 맞추지 않는다면, 그것은 아마 그가 그들과는 다른 북소리를 듣고 있기 때문일 것이다. 그 사람으로 하여금 자신이 듣는 음악에 맞추어 걸어가도록 내버려두라. 그 북소리의 음률이 어떻든, 그 소리가 얼마나 먼 곳에서 들리든 말이다. 그가 꼭 사과나무나 떡갈나무와 같은 속도로 성숙해야 한다는 법은 없다. 그가 남과 보조를 맞추기 위해 자신의 봄을 여름으로 바꾸어야 한단 말인가?”

안정되고 큰길로 향하는 많은 이에게 소로는 외친다. 자신만의 길을 가라고. 그것이 진정한 성공이라고. “아무리 좁고 구불구불할지라도 그 길이 그대가 애정과 존경심을 갖고 있는 길이라면 그대로 그 길을 따라 걸으라. 비록 큰길 위에 서 있는 여행자라 할지라도, 그의 눈에 보이는 길이 울타리 사이로 난 좁고 험한 길이면, 그 길을 추구해 나가라. 사람이란 결국 자신만의 좁은 길을 가는 것이다.”

소로는 누구에게도 자신이 선택한 삶의 방식을 그대로 따르라고 강요하지 않는다. “남들과 똑같은 것을 추구하는 데 열중하지 말라. 당신 말곤 아무도 할 수 없는 일을 하라. 그 밖의 것은 과감히 버리라.” 그러면서 진정으로 원하는 삶을 살아가려면 내면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여야 한다고 이야기한다. “그대만의 강과 대양을 험하라. 그대 내부에 있는 신대륙과 신세계를 발견하고, 교역을 위해서가 아니라 깨달음을 위한 신항로를 개척하라. 모든 사람은 한 세계의 주인이다. 그 세계에 비하면 러시아 황제의 대제국도 보잘것없는 소국이고, 작은 얼음 언덕에 불과하다.”

소로는 온 생애를 걸고 어떻게 살아갈 것인가를 배웠다. 그의 눈에는 콩코드 주민들이 가게, 사무실, 밭 같은 일터에서 갖가지 ‘고행’을 하고 있는 것으로 보였다. 특히 젊은이들이 ‘불행히도’ 농장과 주택, 가축을 상속받았다며, 누가 이들을 흙의 노예로 만들었느냐고 묻는다. “그들은 이런 모든 소유물들을 앞으로 밀고 가면서 어렵사리 한평생을 살아야만 하는 것이다.” 참 멋진 역설이다.

『월든』은 소로가 자신만의 ‘삶의 방식’을 찾으려 한 실험이었다. 그는 수입과 지출 내역을 꼼꼼히 기록했는데, 그 이유는 재산을 얼마나 모을 수 있는지가 아니라 자신의 삶에 필요한 것이 얼마나 적은지를 보여주기 위함이었다. 그는 1년에 6주만 일하면 생활하는 데 충분하다는 점을 입증했다. 소로는 가난하지 않았다. 화창한 아침 햇살을 아낌없이 썼을 때 그는 정말 부자였으며 풍성한 삶을 살았다. 그는 이렇게 속삭인다. “사람들은 필요성이라는 거짓 운명의 말을 듣고는 좀이 파먹고 녹이 슬며 도둑이 들어와 훔쳐 갈 재물을 모으느라 정신이 없다. 그러나 인생이 끝날 무렵이면 자연히 알게 되겠지만 이건 어리석은 자의 인생이다.”

소로는 “고독만큼 친해지기 쉬운 벗을 찾지 못했다”고 말한다. 그의 오두막에는 세 개의 의자가 있었는데 하나는 고독을 위해, 둘은 우정을 위해, 셋은 친교를 위한 것이었다. 그가 자신만의 고독한 숲으로 들어갔을 때 주위 사람들은 대체 거기서 뭘 할 거냐고 물었다. 그는 답했다. “계절이 변하는 것을 지켜보는 것만으로도 할 일은 충분하지 않겠소?”


박정태씨는 고려대 경제학과를 나와 서울경제신문, 한국일보 기자를 지냈다. 출판사 굿모닝북스 대표이며 북 칼럼니스트로 활동 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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