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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집트 새 총리, 중립 성향 간주리 내정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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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2면

이집트에서 군부의 즉각 퇴진을 요구하는 대규모 시위가 일주일째 이어지고 있는 가운데 과도정부를 주도하는 군 최고위원회(SCAF)가 24일(현지시간) 독재자 호스니 무바라크 정권에서 총리를 지냈던 카말 간주리(78·사진)를 새 총리에 지명했다. 반(反)군부 시위에 대한 강경진압으로 수십 명의 사망자가 발생한 데 항의해 에삼 샤리프 총리 내각이 전원 사퇴한 지 3일 만이다.

 무바라크 정권이 무너진 뒤 실권을 장악한 군부가 새 총리에 내정한 간주리는 ‘과거사 청산’에서 자유롭지 못한 인물이라는 비판을 받고 있다. 카이로 시내 타흐리르 광장의 시위대는 “우리는 그를 원하지 않는다”고 외쳤다고 위성방송 알자지라가 전했다. 독재정권과 완벽한 단절을 원하는 시위대는 ‘키파야(아랍어로 충분하다는 뜻)’ 구호를 계속 외쳤다. 올해 초 무바라크에게 외쳤던 “충분하니 이제 물러나라”는 구호다.

 하지만 간주리는 중립 성향으로 비리에 연루되지 않았으며 비교적 깨끗한 이미지를 가지고 있는 테크노크라트라는 평도 받고 있다. 미국 미시간대 박사 출신으로 기획예산부 장관, 부총리, 대통령 경제특보 등을 역임한 그는 가난한 사람들을 위해 일하면서 ‘빈자(貧者)의 총리’라는 별명을 얻기도 했다. 그가 총리로 재임하던 3년9개월(1996~99) 동안 이집트의 빈곤율은 21%에서 17%로 떨어졌다.

 민정이양을 늦추고 있는 군부의 즉각 퇴진을 요구하는 키파야 시위는 카이로를 비롯해 알렉산드리아·수에즈 등 이집트 전역으로 확산하고 있다. 이집트 보건부에 따르면 지난 주말부터 벌어진 시위대와 군경의 충돌로 지금까지 전국에서 41명이 사망했다.

 군부는 예정대로 28일 의회선거를 치르고, 내년 7월 1일 민정 이양을 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이현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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