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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 View 파워스타일] 최정심 한국공예·디자인문화진흥원장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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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타일에는 철학이 담기게 마련이다. 최정심(49) 한국공예·디자인문화진흥원장의 경우는 더욱 그렇다. 최 원장이 이끄는 진흥원(KCDF)은 문화체육관광부 산하 공공기관이다. 공예문화진흥원과 디자인문화재단이 지난해 통합된 것이다. 최 원장의 스타일은 전통적인 공예와 현대적인 디자인이 절묘하게 하나로 어우러진 듯하다.

 최 원장은 검은색 블라우스와 치마 차림으로 j를 만났다. 몇 해 전 계원디자인예술대학에서 열린 바자에서 산 것이라 한다. 최 원장은 이 대학 교수(전시디자인학과)다. 지난해 4월 진흥원장이 되면서 휴직했다.

이날 들고 나온 손가방은 “물건 포장재로 사용되는 마대자루를 ‘업사이클’ 해서 만든 것”이라고 자랑했다. 서울 압구정동에서 디자인숍을 하는 후배에게서 산 것이다. 업사이클링은 단순 재활용을 의미하는 ‘리사이클링’보다 한 단계 발전한 개념. 재활용품에 디자인을 입혀 가치 높은 것을 재탄생시키는 것을 뜻한다.

 최 원장이 사무실 책상 위에 놓고 쓰는 문구 정리판 ①도 업사이클 제품이다. 가위·자·메모지 등을 가지런히 담기에 딱 좋다. 서울 가로수길 카페를 철거하면서 나온 목재를 활용한 것이다. 최 원장과 같은 대학에 있는 하지훈 교수가 디자인했다. 진흥원이 인사동에서 운영하는 KCDF 갤러리에서 판매 중이다.

 최 원장은 자택, 그리고 갤러리 옥상에 텃밭을 꾸며 놓고 농사를 짓는 ‘도시 농부’다. 호미며, 모종삽 등 농기구를 담은 주머니 ②의 손잡이가 독특하다. “전에 쓰던 손잡이가 다 닳아서 개 목걸이를 손잡이로 붙였다”고 한다. 텃밭 농사에 재미를 들인 것은 10여 년 전이다. 지금도 직접 가꾼 채소로 도시락을 싸 진달래빛 도시락 주머니 ③에 담아 사무실에 들고 나온다. ‘텃밭에서 식탁까지’가 최 원장의 생활철학이다. 도시락 주머니는 진흥원이 주최한 ‘도시락’ 전시회에 선보였던 공예품이다.

“농사를 지으면서 제 철학이 완전히 바뀌었어요. 배수가 안 되면 농사를 망치잖아요. 우리 입에 들어간 것도 결국 배설돼야 하고요. 생활품을 계속 사들이기만 하면 집이 점점 좁아지죠. 구매를 하면 배설을 해야 해요. 바자나 업사이클링이 배설의 한 방법이죠.”

 전엔 특정 명품 브랜드를 즐겨 입었는데, 농사를 지으며 취향이 달라졌다 한다. 머리카락을 염색하지 않는 것도 같은 맥락이다.

 “주변에서 ‘왜 염색 안 하느냐’고 많이 물어보죠. 염색해야 할 필요성을 제가 별로 못 느껴요. 이전에는 남이 보는, 제 모습에 신경을 많이 썼어요. 지금은 아니에요.”

 한국 전통 공예가 5000년의 역사라면, 산업디자인은 100년의 역사다. 최 원장은 전통에 현대적 감각을 입혀 100년의 산업디자인을 5000년 역사로 확장하는 일을 하고 있다. 진흥원이 운영하는 ‘문화서울역 284’(옛 서울역을 개조한 복합문화공간), 그리고 통영과 종로를 첫 대상으로 삼은 ‘공예마을 컨설팅’ 사업의 내일이 궁금해진다.

성시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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