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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차, 근로자들 밤엔 쉬도록 … 2013년부터 낮에만 2교대 근무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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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0면

현대자동차가 2013년부터 심야 근무를 없애는 주간 연속 2교대 근무를 추진한다.

 현대차는 1년 정도 3000억원의 설비 투자를 한 뒤 2013년 주간 2교대를 추진하는 시행안을 마련했다고 24일 밝혔다. 현대차 관계자는 “심야 근무에 대해 피로감을 호소하는 근로자의 복지 증진 차원에서 주간 연속 2교대를 추진하게 됐다”며 “동시에 회사의 경쟁력을 높이는 방향으로 주간 2교대 시행안을 준비했다”고 설명했다.

 주간 연속 2교대는 1조가 8시간(오전 6시30분~오후 3시10분), 2조가 9시간(오후 3시10분~밤 12시50분) 일하는 것으로 사실상 밤샘 근로가 없어지는 것이다.

 그동안 현대차 근로자는 주간조(오전 8시~오후 7시)와 야간조(오후 9시~다음 날 오전 8시)로 나눠 10시간씩 주야로 맞교대하는 방식으로 작업해 왔다. 대신 기존 1시간이었던 식사 시간은 40분으로 줄어든다.

 현대차 노사는 2003년 ‘근무형태변경추진팀’을 노사 각 5명(2004년 노사 각 7명으로 확대)으로 구성하고, 2005년 주간 2교대 도입에 처음 합의했다. 노사는 2008년 임금협상에서 현재 평일 근무(주·야간조 10+10시간 근무) 기준의 생산능력, 생산량 유지, 임금보전을 포함한 ‘8시간+9시간’ 주간 2교대 근무 형태에 합의했다.

 현대차는 ‘8시간+9시간’ 주간 2교대를 시행할 경우 개인별 근로시간이 현행 연간 4178시간보다 479시간 줄어든 3699시간이 된다. 근로시간 기준으로 환산한 생산량은 현행 연간 163만5000대에서 18만7000대 감소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노사가 참여한 근무형태변경추진팀은 시간당 생산 대수(UPH)를 향상시키고, 휴일 근무와 라인 배치를 조정해 생산량 감소분 18만7000대 가운데 18만4000대까지는 생산량을 늘리기로 잠정 합의했다. 이에 따라 생산량 감소분인 3000대 물량에 대해선 노사 간 추가 합의점을 찾아야 한다.

 이에 대해 현대차노조(금속노조 현대차지부)의 최병창 대협1부장(대변인격)은 “회사가 누구와 합의해서 내놓은 입장인지 모르겠지만 아직은 일방적인 주장에 불과하다”며 “과거 집행부와 협의해온 틀을 완전히 무시하지는 않겠지만 그대로 가지는 않을 것 같다”고 답했다.

 노조원 김모(50)씨는 “생산직으로 임금만 야근·잔업·특근을 해온 종전 수준으로 받을 수 있다면 대환영”이라며 “이번 발표에 임금 부분이 빠져 있어 노사 간에 빨리 합의점을 도출해줬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노사 전문가들은 대체로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황인철 한국경영자총협회 기획홍보본부장은 “그동안 경직되게 운영되던 현대차의 근로시간에 변화가 생긴 것”이라며 “대신 사측은 생산량 감소를, 노조 측은 생산성 향상을 각각 받아들여야 하는 추가 합의점을 찾아야 한다”고 말했다.

남성일(경제학) 서강대 교수는 “심야 근무를 하지 않는 것은 장기적으로 바람직한 현상”이라며 “다만 노조가 근로시간이 줄어든 만큼 임금 조정이 있어야 하는데 그런 부분까지 양보해야 한다”고 답했다.

장상수 삼성경제연구소 전무도 “우리나라 근로자가 지나치게 장시간 노동하는 것은 문제”라며 “근무시간이 줄어드는 만큼의 생산성을 지키는 가장 좋은 방법은 생산성과 연동한 총액 임금제”라고 분석했다.

 현대차의 심야 근무 폐지는 현대차그룹 계열사와 자동차 업계에 파장을 끼칠 전망이다. 기아차는 현대차의 주간 연속 2교대 도입 시기를 따라간다는 내용에 노사가 합의를 한 상태다. 이미 르노삼성차는 2006년부터 주간 연속 2교대 근무를, 쌍용차는 2009년부터 주간 근무만을 하고 있다.

울산=이기원 기자, 강병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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