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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리에가, 20년 만에 고향으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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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6면

미국과 프랑스에서 20년 넘게 감옥 생활을 하는 파나마 전 독재자 마누엘 노리에가(77·사진)가 본국에 송환된다. AP통신은 “프랑스 항소법원이 노리에가를 본국에 인도하기로 최종 허가했다”고 보도했다.

노리에가는 줄곧 재판에서 “증오나 분노 없이 파나마로 돌아가 내 결백을 증명하고 싶다”고 밝혀왔다. 지난 7월 프랑수아 피용 프랑스 총리는 노리에가의 본국 송환 명령서에 서명했으며, 9월에는 법원이 그의 조건부 석방을 허가했었다.

노리에가는 1989년 미국의 파나마 침공으로 실각해 90년 전쟁 포로로 미국에 인도됐다. 92년 마이애미 연방법원에서 미국 내 코카인 밀거래와 공갈, 돈세탁 혐의로 유죄를 선고받아 19년간 복역했다. 지난해에는 프랑스로 이송돼 마약 조직과 연관된 자금 세탁 혐의로 7년형을 선고받고 복역 중이다. 그는 파나마에서도 궐석재판에 부쳐져 인권침해 혐의 등으로 20년형을 선고받았다. 파나마의 한 외교관은 그가 연내에 송환될 것으로 전망했다.

노리에가 담당 변호사는 “고혈압과 신체 마비 증상을 앓고 있는 노리에가가 가로 2m, 세로 3m의 열악한 시설에 수감돼 있었다”며 “그가 고령인 점을 고려해 본국에서 교도소 수감을 원치 않는다”는 입장을 밝혔다. 파나마 정부는 노리에가가 머물 특별 감옥을 수도 파나마시티 인근에 마련했다.

노리에가는 지난 68년 아르눌포 아리아스 정권을 무너뜨린 군사 쿠데타에 가담해 실세로 떠올랐다. 파나마의 비밀 경찰국장을 지내며 미 중앙정보국(CIA) 정보원으로도 활동했다.

83년 미국을 등에 업고 대통령에 오른 뒤엔 독재자로 악명을 떨쳤다. 그는 중남미의 전략적 요충지인 파나마를 불법 마약 거래 통로로 만들었고, 공산 쿠바의 이중 첩보원이라는 혐의까지 받아 미국의 지지세력으로부터 버림받았다.

박소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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