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오일머니’2억 달러 들여온다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면보기

경제 06면

수출입은행이 중동지역 오일머니를 끌어오는 데 성공했다. 수은은 아시아 기관 중 처음으로 사우디아라비아 리얄화 채권을 발행했다고 24일 밝혔다. 5년 만기의 7억5000만 리얄(미화 2억 달러) 규모다.

 그동안 리얄화 채권은 국제부흥개발은행(IBRD), JP모건 등 최상위 신용등급을 보유한 기관만 발행할 수 있었다. 사우디중앙은행이 자본시장이 교란될 것을 우려해 채권 발행 자격을 엄격히 제한해왔기 때문이다. 수은과 비슷한 시기에 리얄화 채권 발행을 추진했던 싱가포르 국부펀드 테마섹은 발행 자격을 얻지 못했다.

 수은은 6개월에 걸쳐 사우디 증권감독기관과 중앙은행을 설득한 끝에 발행자격을 얻을 수 있었다. 수은 윤희성 외화조달팀장은 “사우디에서 공항·도로·정부청사 건설 등 대형 프로젝트에 참여하는 한국 건설회사들을 지원한다는 점을 강조한 게 통했다”고 설명했다. 현지 투자자들의 반응도 좋았다. 마침 사우디 투자자들은 남유럽 재정위기로 유럽 대형은행 신용도가 떨어져 투자 대안을 찾고 있던 차였다. 정부투자기관(22%), 상업은행(60%), 연기금(10%) 등 다양한 현지 기관들이 참여했다.

 발행 조건은 달러화 채권보다 더 유리하다는 게 수은 측 설명이다. 현지 기준금리인 ‘사이보’에 1.7%포인트를 가산한 금리로 발행됐다.

  정부는 지난 8월부터 국내 금융회사의 외화차입선을 다변화하기 위해 중동 오일머니를 유치할 것을 독려해왔다. 유동성이 풍부한 중동 산유국은 국제금융시장에서 새로운 외화조달처로 주목 받고 있다. 사우디의 외환보유액만 4500억 달러가 넘는다. 윤 팀장은 “수은이 국내 대표 차입기관으로서 오일머니 유치를 위한 교두보를 확보했다”며 “앞으로 아랍에미리트, 카타르 등 다른 중동시장 개척에도 나설 것”이라고 말했다.

 이로써 수은은 올해 당초 목표(88억 달러)를 넘어 100억 달러를 조달하는 데 성공했다. 단일 기관으로서는 국내 최대 규모다. 이 중 67억 달러는 일본·스위스·브라질 등 미국 달러화가 아닌 통화로 유치했다.

한애란 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