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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타역사 새로 쓴 천재의 상상

중앙일보

입력

스웨덴 기타리스트 마티아스 에클룬트의 새 음반〈프릭 기타〉 는 치밀한 개인기와 기발한 상상력, 음악적 위트가 가득한 명반이다. 영화 '라밤바'의 테마부터 테크노 리듬에 신비로운 기타 애드립을 더한 '넘'까지 변화무쌍한 테크닉과 여태껏 경험하지 못한 새로운 감각이 흥분과 즐거움을 전해준다.

★ 수록곡 듣기
★ 음 반 해설

수록곡 듣기

- La Bamba
- Detroit Rock City
- Midsummer Night In Hell

마티아스 음반의 가장 큰 매력은 위트. 영화에서 받은 감동을 가라앉힐 수 없어서 새 연주로 녹음하게 됐다는 '라 밤바(La Bamba)'는 언제 들어도 기분 좋은 곡이다. 키스의 유명한 록 넘버를 집시 재즈로 재해석한 '디트로이트 록 시티(Detroit Rock City)'와 무시무시한 제목에 걸맞지 않게 폴카 풍으로 연주되는 '미드섬머 나이트 인 헬(Midsummer Night In Hell)' 역시 웃음이 절로 나온다.

- The Black Page
- Evil Shower

마티아스가 연주한 프랭크 자파의 '블랙 페이지(The Black Page)'는 연주인과 평론가들의 감탄을 자아내기에 충분하다. 여섯번째 트랙에 들어있는 '이블 샤워(Evil Shower)'는 고장난 샤워기의 뜨거운 물줄기를 맞으며 고생했던 기억을 묘사한 곡으로 현란한 아르페지오와 긴박감 넘치는 리듬 구성이 일품이다.

- Squirrel

목을 가다듬는 헛기침으로 시작하는 '스쿼럴(Squirrel)'은 유일하게 마티아스의 보컬을 담은 곡. 쳇바퀴 돌듯 의미 없는 생활을 반복하는 현대인의 고독을 매력적인 블루스 리듬에 담았다. 물론 이 곡에도 기상천외한 마티아스의 면모를 발견할 수 있는데 드럼 사이로 조용하게 들리는 라틴 풍의 퍼커션은 얇게 썬 오이를 두드리는 소리다.

- When Sam Played It Again
- Numb

'웬 샘 플레이드 잇 어게인(When Sam Played It Again)'은 마티아스의 실험적인 면모가 돋보이는 곡. 그의 수제자가 아르페지오를 연습하며 녹음한 연주에 재즈기타를 덧잎혀 독특한 분위기를 연출했다. 5박자의 독특한 테크노 리듬에 신비스런 기타연주를 더한 '넘(Numb)'도 새롭다.

음반 해설

범접할 수 없는 뛰어난 연주실력과 그에 못지않은 천재적인 감각을 지닌 기타리스트가 있다. 하지만 그에게 음악은 즐거움을 얻기 위한 도구일 뿐. 음악을 통해 일확천금을 얻고 싶지도 않았고, 일찍부터 솔로 음반을 내고 '최고'의 명성을 쫓지도 않았다. 함께 자란 친구들과 좋아하는 록을 연주하고, 음악을 사랑하는 이들에게 기타연주의 짜릿한 맛을 가르치는 소박한 생활이 전부였다.

올해로 서른이된 스웨덴 출신 기타리스트 마티아스 에클룬트(Mattias IA Eklundh)는 그렇게 '프릭 키친(Freak Kitchen)'이란 록 그룹의 일원으로, 기타 선생님으로 튀지 않는 삶을 살아왔다.

하지만 그의 첫 솔로 음반 〈프릭 기타(Freak Guitar)〉는 전세기의 기타 영웅과 음악 평론가들을 단숨에 사로잡았다. 전설적 기타리스트 스티브 바이는 인터뷰 도중 이 음반에 수록된 프랭크 자파의 명곡 '블랙 페이지'를 듣고 "이건 몇 년 사이 프랭크를 연주한 것 중 최고군. 지금까지 나온 이 친구의 음반을 전부 보내주게"라며 흥분을 감추지 못했다.

총 22곡이 수록된 〈프릭 기타〉는 여느 기타리스트의 솔로 음반처럼 거창하거나 어둡지 않다. 화려하고 변화무쌍한 테크닉과 여태껏 경험하지 못한 새로운 감각을 끊임없이 보여주지만 음반 어디에도 듣는 이를 불편하게 하는 구석이 없다. 들을 수록 감탄사를 연발하는 연주와 틀에 얽매이지 않은 자유로운 상상력은 '기타의 역사를 새로 쓴 음반'이란 수식이 거창하지 않을 만큼 혁신적이다.

마티아스는 리메이크 3곡을 제외한 18곡의 작곡은 물론 일렉트릭·어쿠스틱 기타와 베이스·드럼·키보드·만도린·퍼커션 등 15가지에 달하는 악기연주와, 녹음·믹싱을 전부 혼자서 해냈다. 더욱 놀라운 것은 대부분의 연주를 그의 화장실에서 녹음했으며, 드럼 연주 조차도 초라한 연습실에서 단 한 개의 마이크에 담아냈다는 점이다. 조금이라도 비싼 장비를 사용하고 유명 스튜디오에서 녹음해야만 직성이 풀리는 연주인에게는 상상할 수도 없는 일이다.

마티아스의 소박한 매력은 음반 속지에도 그대로 드러난다. 디자이너 친구가 그려준 투박한 일러스트레이션을 바탕으로 한 곡도 빠트리지 않고 빼곡히 적어 놓은 곡 해설은 마치 선생님이 학생을 가르치거나, 가장 아끼는 친구에게 속내를 털어놓는 것처럼 꼼꼼하고 자상하다.

위로 네명의 누나를 둔 평범한 가정의 막내로 태어난 마티아스는 여섯살 때 키스의 〈디스트로이어〉음반을 듣고 드럼을 배우기 시작한다. 열세살 되던 해 프랭크 자파의 연주에 매료되어 기타리스트가 되기로 마음을 바꾼 마티아스는 5년 뒤인 1988년 현재의 동료인 드러머 조아킴과 '프로즌 아이스(Frozen Ice)'라는 그룹을 결성한다.

마티아스는 91년 덴마크 그룹 '페이트(Fate)'에 합류, 유럽과 일본 등지에서 인기를 얻었다. 하지만 상업적인 측면에 치우친 밴드활동에 염증을 느끼고 스웨덴으로 낙향, 프릭 키친을 조직하고 팀 리더이자 기타리스트로 활동해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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