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LB] 메이저리그, 전반기 결산

중앙일보

입력

지난 3개월여 동안 숨가쁘게 달려온 메이저리그 2000시즌이 지난 9일을 끝으로 전반기 일정을 마감했다.

올시즌 전반기에 가장 두드러졌던 대표적인 이변과 화제들을 모아본다.

시카고 화이트삭스의 급부상

지난해까지만 해도 약체였던 화이트삭스가 올시즌 전반기 동안 메이저리그 최강팀으로 화려하게 변했다. 지난 시즌 75승86패(승률 .466)로 아메리칸리그 9위에 랭크됐던 화이트삭스는 올시즌 전반기 55승32패(홈 25승15패, 원정 30승17패)로 전체 선두로 나서 파란을 일으켰다.

화이트삭스는 팀타율 .286로 메이저리그 1위, 팀방어율은 4.48로 뉴욕 양키스와 함께 공동 3위에 올라있다. 특히 팀 타점이 5백6점으로 메이저리그 팀 가운데 유일하게 5백점을 넘었다.

또한 11승4패의 제임스 볼드윈을 주축으로 칼 엘드레드(10승2패), 짐 파크(8승2패), 마이크 시로트카(8승6패) 등 두터운 선발진이 팀의 급부상을 이끌었다

전통 강호들의 몰락

메이저리그에서 ‘강호’ 소리를 듣던 팀들이 조꼴찌로 내려 앉는 등 이변이 속출했다.

전반기 막판의 스퍼트를 통해 다소 승률을 회복하기는 했으나 양키스가 대표적인 예다. 2년 연속 월드시리즈 챔피언에 오른 강팀중의 강팀인 양키스는 전반기 내내 보스턴 레드삭스와 토론토 블루제이스와 아메리칸리그 동부조 1위를 놓고 엎치락 뒤치락하다 결국 45승38패로 마감했다.

내셔널리그 중부조 꼴찌를 한 휴스턴 애스트로스의 경우는 천국에서 지옥으로 직행한 케이스. 지난시즌 성적 97승65패로 조1위로 플레이오프에 진출했던 애스트로스는 올시즌전 전문가들로부터 우승후보로 꼽혔으나 전반기 결과 30승57패의 처참한 성적을 보였다. 특히 애스트로스는 홈경기성적이 15승28패로 ‘안방에서 죽쑤는 팀’으로 전락했다.

클리블랜드 인디언스도 마찬가지. 지난 시즌 97승65패를 기록했던 인디언스는 거의 매년 플레이오프에 진출하며 우승을 넘보던 강호. 그러나 전반기 44승42패로 아메리칸리그 중부조 2위, 보스턴 레드삭스와 함께 리그 공동 7위에 머물렀다.

홈런대폭발

전반기에는 매경기마다 무수한 홈런이 터져 “메이저리그가 공인볼의 반발력을 조작했을 가능성이 있다”는 주장까지 나올 정도였다.

개막초부터 터지기 시작한 홈런은 4월 7일 하루동안 57개 홈런(메이저리그 기록)을 뿜어내며 2백35개를 넘어섰다. 지난 1918년 한시즌 전체 홈런기록을 개막 초반에 깨뜨린 것이다.

지난 88년 한시즌 동안 팀홈런수가 71개였던 세인트루이스 카디널스는 4월 한달 동안에만 55개의 홈런을 때려냈다. 또한 한게임에서 2개 이상의 홈런을 날린 타자가 1백20명을 넘어섰으며 한게임에서 3개 이상을 날린 타자는 8명이었다.

망둥이가 뛰면 꼴뚜기도 뛴다는 말처럼 타자들이 너도 나도 홈런을 때려내자 볼던지는 것이 본업인 투수들도 덩달아 방망이에 열이 올랐다. 전반기에 내셔널리그와 인터리그 경기에 나서 홈런을 날린 투수가 16명이나 됐다.

15승 투수 데이빗 웰스의 탄생

각팀 투수들이 타자들에게 뭇매를 맞는 와중에도 각각 15승과 14승씩을 올린 초특급투수들도 있다. 토론토 블루제이스의 ‘뚱보투수’ 데이빗 웰스와 애리조나 다이아몬드백스의 ‘꺽다리투수’ 랜디 존슨이 바로 그 주인공.

지난 98년 뉴욕 양키스 유니폼을 입고 퍼펙트게임을 포함 18승4패를 올리며 팀을 월드시리즈 챔피언에 등극시켰던 웰스는 지난해 초 사이영상을 5번이나 수상한 로저 클레멘스와 4대1 패키지 트레이드를 당해 블루제이스로 이적했다.

그러나 그는 양키스에서 쫓겨난 것에 대해 분풀이라도 하듯 올시즌 클레멘스가 6승6패로 부진을 보인데 반해 지난 8일 몬트리올 엑스포스전까지 8연승과 함께 시즌 15승2패(방어율 3.44)의 대기록을 세웠다. 올시즌 양대리그 통틀어 최다승.

웰스의 15승에는 못미치지만 존슨도 14승2패(방어율 1.80)를 거두며 초특급투수로서의 위력을 유감없이 발휘했다. 특히 그는 1백98개의 삼진을 잡아내는 공격적인 투구로 ‘투수의 매운 맛’을 보여줬다.

로커 파문과 갈라라가의 인간승리

지난 연말 뉴욕의 소수계를 모독하는 발언으로 큰 파문을 일으켰던 애틀랜타 브레이브스의 마무리투수 존 로커가 다시 문제의 기사를 쓴 기자를 위협하는 사고를 쳤다.

로커는 전반기 마감직전 뉴욕 메츠와의 원정 4연전을 앞두고 자신의 언행에 대해 사과하고 자신이 비난했던 7번 지하철을 타고 메츠구장에 가려고 시도하다 뉴욕시 경찰에 의해 강제적으로 셰이스타디움으로 가야했다.

그러나 같은 브레이브스 소속의 안드레스 갈라라가는 불치병으로 알려진 비호킨스 림프암을 극복하고 컴백한 후 뛰어난 성적을 기록, ‘인간승리’를 보여줘 화제가 됐다.

베네수엘라 출신의 갈라라가는 지난 98시즌 44홈런 1백21타점을 올리며 팀의 중심타자로 활약했으나 작년 스프링트레이닝 하루 전날 갑자기 등아랫쪽에 암이 생겼다는 진단을 받았다. 결국 그는 99시즌을 포기하고 투병생활에 들어갔으며 주위에서는 선수생명이 끝난 것으로 받아들였다.

특히 화학요법치료를 받으며 머리카락이 모두 빠지고 먹기만 하면 토해버리는 갈라라가의 투병생활이 공개되기도 해 그를 아끼는 팬들을 안타깝게 했다.

그러나 갈라라가는 예상을 깨고 빠른 회복끝에 올시즌 다시 메이저리그 무대에 복귀해 예의 그 ‘부드러운 웃음’과 함께 발군의 활약을 펼쳤다. 그는 전반기 동안 82경기에 출장, 타율 .294에 20홈런 62타점의 뛰어난 성적을 올리며 올스타에 뽑히는 영광까지 안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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