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나눔도 봉사도 ‘글로벌’하게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면보기

06면

지난 7월 한국외대 학생들이 해외봉사차 갔던 인도네시아에서 현지 어린이들에게 태권도 시범을 보이고 있다.

몽골인 정수림(36·여·경기도 남양주시 평내동)씨는 지난 3월부터 여성가족부에서 다문화사업 모니터링 업무를 지원하고 있다. 결혼이주여성으로서는 우리나라 중앙행정기관에 출근하는 첫 사례다. 몽골에서 회계사로 일하던 정씨는 11년 전 한국에 와 결혼을 하고 정착했다. 2005년 귀화하긴 했지만 한국어 공부를 체계적으로 시작한 건 2009년 한국외국어대학 다문화연구센터에서 통·번역서비스교육을 받으면서부터였다. 정씨는 “한국외대에서 최고의 강사진을 제공해 준 덕분에 한국어 실력이 정말 많이 늘었어요. 여성가족부에서 일하게 된 것도 따지고 보면 그때 받은 통·번역서비스교육 덕분이죠”라고 말했다. 정씨는 교육 수료 후 경기도 남양주시 다문화가족지원센터에서 2년간 통·번역업무를 돕기도 했다.

정씨처럼 한국외대 다문화연구센터 교육을 받고 전국 127개 다문화가족지원센터에서 통·번역업무를 지원하고 있는 결혼이주여성은 208명에 이른다. 다문화연구센터는 매년 2월 80여명의 결혼이주여성을 선발해 러시아어·몽골어·중국어 등 12개 언어의 통·번역 전문 교육을 제공한다. 한국외대 통·번역 담당 교수나 전문 통·번역사, 한국어 강사들이 1년에 두 번씩 서울 종로구 국립국제교육원에서 4박5일 동안 이주여성들을 가르친다. 이 사업은 2009년 여성가족부가 한국외대를 통·번역서비스사업 중앙관리기관으로 선정하면서부터 시작됐다. 한국외대 사회봉사센터의 김병혁씨는 “총 32개의 언어학과에서 45개 언어를 가르치고 있는 우리 학교의 특성을 살려 언어·다문화·글로벌 봉사 중심의 사회공헌활동을 펼치고 있다”고 말했다.

 ‘엄마(아빠) 언어 습득을 위한 언어영재교실’은 올해부터 실시한 사업이다. 이를 통해 결혼이주여성들에게는 이중언어강사로 일할 기회를, 다문화가정 자녀들에게는 부모의 출신국 언어를 배울 기회를 제공한다. 현재 이중언어 강사 121명이 각 지역 다문화가족지원센터나 지역아동센터 등에 파견돼 중국어·일본어·베트남어·러시아어·캄보디아어·몽골어 등 6개 언어를 가르치고 있다. 다문화가정 자녀가 아닌 아이들에게도 영어 외에 다양한 외국어를 배울 기회를 주고 있다. 수업을 받고 있는 3000여명 중 약 40%가 비다문화가정 자녀들이다.

한국외대는 또 ‘사랑의 다문화학교’를 운영 중이다. LG의 후원을 받아 2010년부터 시작했다. ‘언어영재교실’이 다문화가정 자녀들에게 부모의 언어 중 한국어 외의 것만 가르친다면, ‘사랑의 다문화학교’는 두 언어를 함께 가르친다. 이중언어를 전문적으로 구사하는 글로벌리더로 만드는 게 목표다. 초1~중2 학생들 중 한쪽 부모가 중국인·베트남인인 아이들에게 참가 기회를 준다. 현재 63명이 서울·광주 등 6개 지역에서 오프라인 교육을 받고 있고, 285명은 1:1 온라인 화상수업을 받는다.

한국외대가 지난 5월 발족시킨 ‘HUFS 글로벌 봉사단’도 국제화를 지향하는 이 대학 특성을 잘 보여주는 사례다. 재학생 78명을 모아 만든 이 봉사단은 지난 6~7월 여름방학을 이용해 멕시코·인도네시아·태국·캄보디아에 각각 20여명씩 다녀왔다. 이들은 10~12일간 사랑의 집짓기·교육봉사 등을 수행하고 돌아왔다.

봉사단 일원으로 인도네시아에 다녀온 박중현(25·국제통상학과 4)씨는 “평소에도 초등학교 공부방에서 봉사활동을 하고 있는데, 힘든 지역에 살고 있는 다른 나라 아이들에게도 즐거운 수업을 한 번 제공해 주고 싶었다”고 말했다. 인도네시아 봉사팀은 자카르타 현지 대학생들과 문화교류 시간을 갖고, 수방지역의 초등학생들에겐 미술·음악·체육·한국어 등을 가르쳤다. 박씨는 “봉사팀에 말레이어를 구사할 수 있는 학생이 4명 정도 있어서 큰 도움이 됐다”며 “그렇게 생소한 언어를 쓰는 국가에도 봉사를 갈 수 있는 게 우리학교 글로벌봉사단의 강점인 것 같아 뿌듯했다”고 덧붙였다.

윤새별 행복동행 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