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소년들의 건강과 지적 호기심을 채워줍니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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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과학기술대 ‘저소득 청소년 건강증진 프로그램’에 참여한 아이들이 스포츠학과 교수와 재학생들로부터 짐볼운동을 배우고 있다.

#1 “학교 체육 수업보다 재밌어요. 운동하고 땀 흘리면 짜증도 풀려 잠도 잘 자구요.”

서울 창동중 3학년 이은영(가명)양. 아버지와 단 둘이 살고 있는 이양은 어려운 집안형편과 진로문제로 고민이 많다고 했다. 하지만 지난해부터 매주 화요일 방과후에 두 시간씩 만나는 언니·오빠들 덕분에 스트레스와 시름을 많이 덜어낸다고 한다. 서울과학기술대의 저소득 청소년 건강증진 프로그램. 2009년 서울시가 서울과기대에 위탁한 것이다.

프로그램을 맡은 곳은 스포츠과학과다. 이 학과 교수와 학생들이 매주 한번씩 봉사자로 참여한다. 대상은 노원·강북·도봉구 관내 초·중학교의 저소득층 학생들. 강사와 학생들이 해당 요일별로 학교를 찾아가 체육관이나 운동장에서 건강 이론과 유산소운동을 가르친다. 올해의 대상 학교는 이양이 다니는 창동중과 미양초·창도초·화계중·중원중 5곳이다. 학교마다 수강생 30여명씩을 모집했다.

지난해부터 창동중 등 3개 학교에 보조교사로 봉사를 나가고 있는 4학년 허성희(23·여)씨는 “아이들이 지루해 하지 않도록 최신유행가요도 틀어줘요. 저도 즐거워요”라고 했다.

대학측에서는 2009년 3000만원을 들여 체지방·근육량 측정 장비 5대를 지원했고, 지난해에는 심폐능력측정기 30개를 추가 지원했다. 프로그램을 총괄하는 김영호 교수는 “저소득 청소년들에게 학습·학비를 지원하는 것도 도움이 되겠지만 체계적인 신체활동 프로그램을 통해 건강을 길러주는 일도 중요하다”고 말한다.

#2 “대학교수님께 수업 듣는 게 신기했어요. 재미있는 실험도 많이 했는데, 로션 만들기가 특히 기억에 남아요.”

중 3이던 지난해 여름방학 때 과학체험교실에 참여했던 성신여고 이나경 양의 이야기다. 과학체험교실은 서울과기대 교수와 학생들이 방학 중인 초·중·고생들을 대학 강의실이나 실험실로 불러 여는 프로그램이다. 정밀화학과 교수 6명이 강사로 참여하고, 대학원생과 학부생 30여명이 학생들의 실험도우미와 안전지도를 한다. 모두 자원봉사다.

　 2007년 겨울 서울 노원구에 사는 고교생 20여명을 대상으로 시작해 범위를 점차 넓혔다. 지난해 겨울방학에는 초·중·고생 200여명이 이 특별한 과학수업을 받으러 서울과기대를 찾았다. 올해 체험교실은 겨울방학 때 진행된다.

스포츠과학과와 정밀화학과가 운영하는 이 프로그램들은 서울과기대가 이웃의 초·중·고생들에게 펼치는 ‘재능 나눔’의 대표적인 사례다. 교수와 학생들이 학과의 특성을 살려 테마별로 함께 운영하는 게 특색이다.

다른 형태의 사회공헌 프로그램도 눈길을 끈다. 건축학부 교수들을 중심으로 한 기부와 봉사다. 2008년 강부성 교수가 ‘사랑나눔 건축봉사단’을 만든 게 시작이 됐다. 강 교수와 학생 80여명이 성북·강북·중랑구 일대의 혼자 사는 어르신이나 기초생활자들을 찾아가 주거환경을 개선해주는 작업을 4년째 하고 있다. “매년 서너 차례 어려운 가정을 방문해 봉사를 합니다. 도배·장판에서 문이나 지붕 수리, 난방 개선 등의 일을 해드리고 있어요.” 강 교수는 자기 집 일처럼 정성껏 참여하는 학생들이 대견하다고 말한다.

이 학과 박병규 교수는 2009년부터 선배들이 후배들을 위해 장학금을 모으는 ‘후배사랑 릴레이 기부’를 시작했다. “학교에서 선후배간 나누는 마음을 배우면 사회에 나가서도 나눔을 자발적으로 실천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합니다.”

▶개도국 학생에 장학금도=이 대학에는 필리핀·방글라데시·몽골 국적의 학생 3명이 재학 중이다. 교내 국제교류실에서 일하며 근로장학금으로 학비 전액과 기숙사비를 지원받는다. 2008년 방글라데시에서 온 모함메드(22·전기공학 4)은 “고등학교를 마치고 장학금 프로그램을 신청해 왔는데 학비와 생활비 걱정 없이 좋은 환경에서 공부할 수 있어 행복하다”면서 “내년에 졸업하면 대학원에 가서 공부를 더 해보고 싶다”고 했다.

윤새별 행복동행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