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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코노미스트] 삼성전자를 움직이는 사람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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업데이트

삼성전자는 국내 최대 기업답게 조직이 방대하고 인력도 국내 최대다. 전체 인원이 4만3천명(99년 말 기준)
으로 국내 최대고, 대표이사급 임원만 10명에 달한다. 이사급 이상 임원수도 3백50여명에 달해 웬만한 회사 전체 인원수와 맞먹는다.

삼성전자를 이끌고 있는 인물 대부분은 공채 출신들이다. 기술력을 강조하는 회사답게 최근 들어 외국서 공부한 박사급 출신들이 최고 경영자 대열에 합류하고 있다.

윤종용 삼성전자 대표이사부회장(56)
은 정통 전자맨 출신이다. 66년 삼성그룹에 입사해 69년 삼정전자로 배치받은 이후 전자를 떠나본 적이 없는 전자 1세대군에 속한다.

경북대 사대 부고와 서울대 전자공학과, 미 매사추세츠 공과대학원을 졸업한 윤부회장은 삼성전자에서 도쿄지점장, 기획조정실장, TV본부장, 비디오본부장, 종합연구소장, 가전부문 대표이사 등 주요 보직을 두루 역임했고 전기·전관 대표이사를 거쳐 현재 삼성전자 대표이사부회장을 맡고 있다.

대한전자공학회 회장과 한국정보산업연합회 회장직도 맡고 있는 등 전자관련 단체활동도 활발하다. 요즘은 對북한 업무까지 도맡아 지난번 김대중 대통령의 방북 때 수행, 대북 전자경협방안을 논의했고 수시로 북한을 왕래하며 대북경협사업을 진두지휘하고 있다.

윤부회장은 강력한 추진력과 기술력을 강조하지만 남들이 생각치 못할 정도로 꼼꼼한 면도 있다. 윤부회장의 치밀하고 꼼꼼한 성격은 그의 메모습관에서도 나타난다. 거의 20여년 전 이건희 회장이 삼성전자에 있을 당시 1백여 항목의 지시사항을 내렸는데 3년 전 이건희 회장이 느닷없이 그때 지시사항이 무엇이었는지, 그리고 진척 상황이 어떠한지를 알아보도록 지시한 적이 있다. 하도 오래전 일이라 대부분이 우왕좌왕하면서 자료를 찾지 못하고 있을때 윤부회장은 평소 메모해 두었던 묵은 자료를 뒤적여 90개 이상을 찾아 보고했던 적이 있다. 삼성전자의 대외적인 사장급 스타로는 반도체총괄 이윤우 대표이사사장과 디지털미디어 총괄 진대제 대표이사사장을 꼽을 수 있다.

삼성전자 최고 경영자인 두 사람은 외모와 성격·캐리어면에서 대조적이다.

이윤우 사장(54)
은 1백80㎝, 79㎏의 육척 거구다. 그런 그가 머리카락보다 미세한 반도체산업을 맡고 있다. 개인 e메일을 운영하며 직원들과 허심탄회하게 대화를 나누는 활달한 성격이다.

경북 월성 출신의 이사장은 경북고·서울대 전자공학과를 졸업하고 68년 삼성전관 전신인 삼성NEC 건설기획과로 입사했다. 76년 삼성이 한국반도체를 인수해 삼성반도체로 이름을 바꾸고 반도체산업에 본격적으로 뛰어들었다.

이사장도 그때 반도체에 합류하면서 반도체 사업과 궤적을 같이 하며 동고동락해왔다. 기흥공장장, 반도체부문 부사장·사장을 거쳐 현재 반도체 총괄 대표이사를 맡고 있다.

이사장의 이력에서 또 하나 중요한 의미를 갖는 것은 제2반도체로 불리는 LCD사업이다. 이사장은 90년 LCD사업을 준비하면서 일본의 허름한 책방을 모조리 뒤질 정도로 집념이 강했다. 94년엔 일본 반도체 업계의 마지막 자존심이라고 하는 초박막트랜지스터 액정표시장치(TFT-LCD)
에 손을 대 마침내 지난해 이 분야에서 세계 1위 자리에 올랐다.

디지털미디어 부문을 총괄하는 진대제 사장(48)
은 오히려 학자풍이다. 보통 체격의 진사장은 경기고·서울대 전자공학과를 나와 미 스탠퍼드대학원에서 전자공학 박사학위를 받은 학구파. 미국에서 휴렛패커드와 IBM 연구원을 지내다 85년 삼성전자 미국 현지법인 수석연구원으로 삼성과 인연을 맺었다. 이후 87년 삼성전자 이사로 스카우트 됐고 메모리본부장(전무)
, 삼성전자 반도체총괄 시스템 LSI대표이사 겸 중앙연구소장을 거쳐 올해 삼성전자 정보가전총괄 담당대표이사를 잠깐 맡았다가 지난 3월부터 디지털미디어총괄담당 대표이사 겸 사장으로 재직중이다.

반도체 이후 주력으로 떠오를 첨단산업을 총괄하고 있는 셈이다. 학자답게 근면, 검소와 매일매일 공부하는 자세를 강조하는 진사장은 삼성내에서 반도체 관련 논문을 가장 많이 발표한 인물로 꼽힌다.

이기태 대표이사부사장(52·정보통신총괄담당)
은 79년 삼성전자에 입사한 이래 한 우물만 팠다. 대전 보문고와 인하대 전자공학과를 졸업한 이부사장은 비디오 생산부장, 음향품질관리실장, 팩스사업담당, 구미공장장 등을 거쳐 96년부터 무선사업부를 이끌고 있다. 지난해 무선사업본부 부사장을 지냈고 올 1월부터 정보통신총괄 대표이사부사장으로 재직중이다. ‘기술입국론자’임을 강조할 정도로 품질·기술을 중시한다는 평이다.

황창규 대표이사부사장(47·메모리사업부장)
은 박사 출신으로 삼성에 영입된 케이스. 부산고와 서울대 전기공학과(학사, 석사)
를 졸업한 황부사장은 미 매사추세츠 공대에서 전자공학 박사학위를 받았다. 해군사관학교 교관, 미 인텔사 자문역을 지낸 그는 89년 삼성전자 디바이스담당(16메가D램 소자개발팀장)
으로 삼성에 스카우트됐다.

이후 반도체연구소 차세대 메모리개발 총괄 상무, 반도체 연구소장 겸 TD팀장(전무)
, 부사장을 거쳐 지난 1월부터 메모리사업부장(대표이사 부사장)
으로 근무중이다. ‘메모리장치의 고집적 셀구조’등 해외특허 10여건을 출원했고 모 일간지 선정 ‘인물로 본 해방 반세기 역사를 만든 50인 과학기술분야’에 선정되기도 했다.

이상완 대표이사부사장(50·AMLCD담당)
도 76년 입사 이후 줄곧 전자에서만 근무했다. 메모리본부 생산기획이사, 특수사업담당 상무, AMLCD사업부장(전무)
등을 거쳐 올 1월부터 AMLCD분야를 총괄하고 있다. 서울고와 한양대 전자공학(석사)
, 연세대(경영학 석사)
를 졸업했다. 90년대 중반부터 이윤우 사장과 LCD사업에서 호흡을 맞춰오고 있다.

임형규 대표이사부사장(47·시스템 LSI사업부장)
은 삼성전자에 입사한 후 미국에 유학, 박사학위를 딴 케이스. 경남고·서울대 전자공학, 한국과학기술원 전자공학과를 나온 임부사장은 76년에 삼성전자에 입사한 후 81년 미 플로리다대학으로 유학을 떠났다. 84년 박사학위를 딴후 삼성전자 반도체연구개발 수석연구위원으로 복귀한 그는 메모리본부에서 상무, 전무, 부사장을 거쳐 올해 시스템 LSI사업부장(대표이사부사장)
에 올랐다. 내유외강형으로 말이 없고 신중한 스타일이지만 조직장악력이 뛰어나다는 게 사내 평이다.

최도석 대표이사부사장(51·경영지원총괄)
은 경리와 관리통. 삼성 사관학교인 제일모직 경리과장 출신으로 80년 이후 삼성전자의 안방살림을 도맡아 왔다. 경리·관리담당 이사, 재경팀장(상무)
, 경영지원실장(전무, 부사장)
등을 거쳐 올해 삼성전자의 경영지원 총괄담당 대표이사부사장을 맡고 있다. 마산고와 연세대 경영학과를 졸업했다.

이상현 대표이사부사장(51·국내판매사업부장)
은 진주고와 연세대 경영학과를 졸업하고 한국은행에서 5년 정도 근무했다. 76년 제일모직 수출관리 과장으로 삼성에 들어온 이부사장은 10여년의 비서실 근무를 마치고 91년부터 가전 국내판매 부문에 몸담고 있다. 갈수록 위축되는 가전사업이지만 이부사장은 가전부문에 대한 연구·저술활동도 활발하다. 올해 ‘남다른 회사만이 세상을 바꾼다’는 책을 냈고 우리나라 가전유통대리점의 세무·회계처리 개선에 관한 연구로 석사학위를 받았다.

이기수 기자 <leeks@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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