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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시정부 뒷얘기' 펴낸 이현희 교수

중앙일보

입력

연구자이건 작가이건 다작(多作)하는 사람들이 가끔 세인의 비난을 사는 이유는 "정치(精緻)하지 못하다" 는 것이다.

그러나 아무리 그 성과물이 시원찮다 하여도 연구자연(然)하며 평생 변변한 책 한권 내지 못하는 것보다야 백배 낫다.

성신여대 사학과 이현희(63) 교수도 다작이란 이유로 괜한 오해를 사곤 한다. 역사 연구 40년 동안 총 65권 80종의 저서와 1백85편의 학술논문을 냈으니 숫자로 치면 그럴만도 하다.

그러나 그가 임시정부 연구의 권위자란 사실, 이순(耳順)이 넘은 나이에도 연구실의 불을 밝히는 역사학계의 중진이란 점을 상기한다면 다작 자체는 결코 학문적 흠이 될 수 없다.

그 많은 저작 중 대중서가 없었다는 점도 이 교수의 학문적 지향점이 드러나는 대목. 이제 정년을 2년 앞둔 시점에서 이 교수는 대중 역사서 한권을 내며 뒤늦은 '외도' 를 결행했다.

최근 출간한 〈임시정부의 숨겨진 뒷이야기〉(학연문화사)는 대한민국 임시정부 27년(1919~45년)의 역사를 야사(野史)적 관점에 쉽게 풀어쓴 책이다.

총 35개의 에피소드를 시대순으로 배열한 이 책은 대중서인 만큼 각주(脚註)등 딱딱한 형식을 배제했다. 대신 대화체 위주로 호흡을 빨리 가져가 읽기 쉬운데다 관련 사진을 풍부하게 써 일반 독자을 배려한 흔적이 역력하다.

"대한민국의 법통(法統)을 잇고 있는 임정은 내 연구의 오랜 화두였고, 그런만큼 많은 사람들이 이를 알아주었면 한다는 생각을 지운 적이 없다. 학문과 대중의 접점 찾기로 보면 될 것 같다. "

내용 중 재미있는 사실들이 곳곳에 담겨있다. 43년 좌파인 김원봉계 조선민족당 당원들이 백범 김구를 암살하려 한 사건, 27년 영친왕 이은공이 유럽 여행 중 상하이(上海)에 기착했을 때 임정에서 모셔가려고 했던 일, 23년 임정 2대 대통령 박은식이 강경론을 주장하는 열혈청년들에게 뺨 맞은 사연 등 임정 이면사의 풍경들을 새롭게 조명한 것.

"민족지사의 기록과 증언.전언.목격담과 일본의 상하이 총영사관에서 수집한 자료 등을 참조했다. 정리하는 데 5~6년이 걸렸다. 아무쪼록 독자들에게 임정사에 대한 이해를 통해 점차 퇴색.희석돼 가는 나라사랑의 마음을 불러일으키는 계기가 됐으면 한다. "

이 교수는 〈임시정부사론〉〈동학사상과 혁명〉〈항일사와 독립사상〉등 저작집 3권의 출간을 단기간 목표로 세워 놓고 현재 구상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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