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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형보다 형량 높아진 유영구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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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8면

법원이 대학 운영 과정에서의 교비 횡령을 강도 높게 질타하면서 해당 학원의 전 이사장에 대해 중형을 선고했다.

 서울중앙지법 형사26부(부장 정영훈)는 18일 교비 2400억원을 부당하게 사용한 혐의(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상 횡령 및 배임)로 구속 기소된 유영구(65·사진) 전 명지학원 이사장(전 한국야구위원회 총재)에게 징역 7년을 선고했다. 이는 검찰 구형량(징역 5년)보다 무거운 것이다.

 재판부는 “피고인의 교비 횡령에 따라 피해를 본 학생들이 많은 점을 감안해 검찰 구형보다 높게 선고했다”고 설명했다. 재판부는 특히 “학생들이 힘겹게 낸 등록금을 횡령한 것은 죄질이 좋지 않다”며 “명지대가 가장 많은 등록금을 내는 대학이 된 것은 지난 15년간의 전횡이나 횡령과 무관치 않다”고 강조했다. 장기간에 걸친 교비 횡령을 적발해내지 못한 교육당국과 감사원의 책임도 지적했다. 재판부는 “학생들과 달리 회계장부에 가까이 갈 수 있는 교육당국과 감사원이 제대로 했더라면 이와 같은 범죄는 이뤄지지 않았을 것”이라며 “형사책임을 져야 하는 사람들이 버젓이 총장으로 있는 것도 개탄스럽다”고 말했다.

 유 전 이사장은 1976년부터 명지대·관동대·명지전문대 등 3개 대학을 산하에 둔 명지학원 이사장과 명지건설 대표이사를 맡아왔다. 그가 교비 횡령 혐의를 받게 된 것은 97년 외환위기로 명지건설 재무상태가 악화되면서부터다. 당시 유 전 이사장은 회사를 살리기 위해 개인 명의로 1519억원의 연대보증을 서기도 했지만 결국 회사가 자본잠식 위기에 놓이고 말았다.

 부도를 막기 위해 유 전 이사장은 명지학원의 자산을 팔기 시작했다. 2003년 학원 소유의 용인시 토지를 100억원에 팔아 매각대금을 명지건설로 넘긴 데 이어 2005년에도 용인시 토지를 추가로 매각해 240억원을 빚 갚는 데 썼다.

2006년에는 역시 학원 소유인 서울 중구 서소문동의 빌딩 월세를 전세로 돌린 뒤 전세금으로 명지건설을 지원했다. 이듬해엔 빌딩을 2600억원대에 팔아 이 중 1220억원을 회사에 빌려줬다.

 재판부는 이 같은 학원 자산 매각에 대해 “명지건설 부도를 막고 피고인 개인의 연대보증 채무를 면제받기 위한 것”이라며 “사학재단은 인재 발굴과 육성이라는 공익적 목적을 수행해야 하는데도 명지학원의 가장 중요한 수익원이었던 빌딩마저 매각했다”고 지적했다.

김현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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