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돈줄 마르는 알아사드, 카다피 전철 밟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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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6면

국내외의 퇴진 압박이 거세지면서 바샤르 알아사드(Bashar al-Assad·46) 시리아 대통령이 사면초가에 몰리고 있다. 특히 아랍권 22개국으로 구성된 아랍연맹(AL)이 16일(현지시간) 알아사드 정권에 무력 사용 중단을 촉구하는 최후통첩을 보내 시리아 유혈사태가 중대 고비를 맞고 있다.

국내에서는 반정부 시위대에 대한 강경 진압이 계속되는 가운데 정부군에서 이탈한 군인들이 ‘자유 시리아군(FSA)’이라는 시민군을 조직해 정부군 시설 공격에 나섰다. FSA가 무아마르 카다피 정권을 무너뜨린 리비아 시민군처럼 규모가 커질 경우 내전으로 발전할 가능성도 제기되고 있다.

 일각에서는 “지지층의 환심을 사기 위해 정부 지출을 늘렸던 알아사드의 재원이 고갈되면 정권 붕괴 위험에 처할 수 있다”는 전망마저 나오고 있다. 유엔에 따르면 지난 3월 시작된 시리아 사태로 3000명 이상이 숨졌다.

 16일 아랍권 위성방송인 알자지라 등 외신들에 따르면 아랍연맹은 이날 모로코에서 긴급 외무장관회의를 열고 “알아사드 정부가 사흘 안에 반정부 시위대에 대한 유혈 진압을 중단하지 않으면 경제제재를 가할 것”이라고 최후통첩을 보냈다. 외무장관들은 성명을 통해 “시리아 국민을 보호하기 위한 긴급조치가 필요한 상황”이라며 “하지만 외국의 개입은 반대한다”고 강조했다. 아랍연맹은 이 같은 내용을 담은 중재안을 알아사드 정부에 보냈다. 중재안에는 시리아 사태의 평화적 해결을 위해 아랍연맹 측이 30~50명으로 구성된 감시단을 시리아에 파견하는 방안도 포함돼 있다. 아랍연맹은 16일 시리아의 회원국 자격을 정지시켰다.

 서방의 개입을 우려하는 아랍권의 이 같은 노력에도 불구하고 유혈사태가 진정되지 않을 경우 유엔의 개입 가능성도 커지고 있다. 알렝 쥐페 프랑스 외무장관은 “시리아 사태와 관련해 아랍연맹과 함께 유엔 총회에서 결의안을 채택하기 위해 노력 중”이라고 밝혔다.

 ‘자유 시리아군’은 16일 수도 다마스쿠스 인근 하라스타의 공군 정보부대를 포함해 정부군 기지와 군 검문소 여러 곳을 공격했다고 주장했다. 이들은 성명을 내고 “임시군사위원회를 구성하고 알아사드 정권 축출과 민간인 보호를 위해 싸우겠다”고 밝혔다.

 정부군의 공격도 계속되고 있다. AP통신 등 외신들은 16일 홈스와 이들리브 등 시리아 곳곳에서 벌어진 반정부 시위대에 대한 정부군의 무력 진압으로 17명의 민간인이 사망했다고 전했다. 블룸버그통신 등은 “알아사드 정권이 그동안 공무원 임금 30% 인상 등 선심성 예산으로 지지층 이탈을 막아 정권을 유지하고 있지만 경제 상황이 어려워지면 리비아와 비슷한 상황으로 치닫게 될 수 있다”고 분석했다.

최익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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