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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LB] 추락하는 것은 날개가 없다

중앙일보

입력

메이저리그의 한시대를 풍미했던 슈퍼스타들이 올시즌 부상과 성적부진의 나락을 헤매고 있다.

LA 다저스의 오렐 허샤이저(41).

올시즌 성적부진으로 마이너리그로 내려가기도 했던 허샤이저는 다시 메이저리그로 올라온 후 처음 등판한 지난달 26일 샌디에고 파드리스전에서 1과 3분의2이닝 동안 1개홈런을 포함, 6안타를 얻어맞으며 8실점(8자책점)했다. ‘위대한 컴백’을 기대했던 팬들은 또다시 실망해야만 했다.

그리고 결국 그는 팀에서 전격방출됐다.

지난 88년 다저스를 월드시리즈 챔프로 이끌면서 사이영상을 수상했던 ‘불독’ 허샤이저의 올해 성적은 1승5패 방어율 13.14로 초라함 그 자체다.

데이비 존슨 감독은 “다저스 영웅의 부진한 모습을 보는 것만큼 슬픈 일은 없다”라고 소회를 밝혔다. 팬들도 초반 2회 강판당하는 허샤이저에게 기립박수를 보내긴 했으나 착잡한 마음은 존슨감독과 같았을 것이다.

그러나 정상급의 슈퍼스타로 활약하다 올시즌들어 나락을 헤매는 ‘왕년의 슈퍼스타’는 허샤이저뿐만이 아니다.

뉴욕 양키스의 데이빗 콘(37)도 예외는 아니다.

지난해 7월18일 몬트리올 엑스포스전에서 퍼펙트게임의 대기록을 세웠던 콘.

지난 시즌 12승을 올린 콘은 올시즌 16게임에 출장 1승7패(방어율 6.40)의 어이없는 성적을 보이고 있다.

전문가들은 강속구와 커브볼, 예리한 슬라이더, 커터와 스플리터를 구사하는 콘이 급격히 노쇠화, 5일 투수로테이션 조차 소화하지 못해 구위가 현저히 떨어지고 있다는 평가를 내리고 있다. 연봉 1천2백만달러에 한때 양키스의 에이스로까지 거론되던 콘의 추락이 곧 올시즌 팀의 부진으로 연결되고 있는 것이다.

샌디에고 파드리스의 토니 그윈(40)도 부상으로 화려한 선수생활이 위기에 처해있다.

생애통산 3천1백8개의 안타를 때려낸 그윈은 올시즌 36게임에 출장 타율 .323으로 호성적을 보였으나 고질적인 무릎부상으로 부상자리스트에 오른 이후 올시즌 출장이 끝난 상태다.

그동안 그가 받은 무릎수술만 여섯번이다. 일부에서는 그의 나이와 부상정도를 감안할 때 선수생명이 끝났다는 평가를 내리고 있다.

볼티모어 오리올스의 칼 립켄 주니어(39)도 부진하기는 마찬가지다.

지난 82년부터 98년까지 무려 2천6백32게임 연속출장이라는 대기록을 세우며 ‘메이저리그의 철인’으로 불리고 있는 살아있는 전설.

등부상으로 지난해 9월 수술을 받았던 립켄 주니어는 올시즌 62게임에 출장, 타율 .239을 기록하며 지명타자로 물러나더니 최근 또다시 부상이 재발, 부상자 리스트에 올랐다.

리키 헨더슨(41)도 이들과 같다.

뉴욕 메츠에 있을 당시 보비 발렌타인 감독과 불화설에 시달리다 결국 전격 방출돼 시애틀 마리너스로 옮겼다. 66경기에 출장하며 타율 .231로 기대에 못미치고 있다.

특히 메이저리그 최다도루기록 보유자인 헨더슨은 올시즌 37개 도루를 시도, 성공률이 36%에 머물고 있다. 안타나 볼넷으로 어렵게 출루한 후에 ‘왕년 생각만 하고’ 도루를 기어코 하다가 아웃되는 것이 다반사다.

그러나 나이가 들어 자신이 노쇠화하고 있다는 것을 알면서도 ‘끝까지 버티면서 수모를 당한 선수들’은 이들 뿐만이 아니다.

메이저리그의 대표적인 홈런타자 베이브 루스.

루스는 선수생활 말년 성적부진으로 양키스에서 쫓겨난 후 35년 보스턴 브레이브스 소속으로 28게임에 출장해 타율 .181로 초라하기 그지없는 성적을 기록했다. 결국 그는 시즌중인 7월2일 떠밀리다시피 은퇴하고 말았다.

양키스의 강타자였던 루 게릭.

그는 은퇴하기 전 가장 낮은 시즌 타율이 .295일 정도로 강타자였다. 그러나 선수생활 마지막해인 39년 벤치멤버로 단 8게임에 나와 28타석 4안타, 타율 .143을 기록했다.

클리블랜드 인디언스의 밥 펠러.

3백승투수인 펠러는 마지막해인 56년 불펜 투수로 전락한 끝에 단 한번도 승리하지못하고 4번 패배하며 방어율 4.97을 기록했다.

그러나 이들과는 달리 때를 잘 맞춰 은퇴를 결정, 팬들에게 화려한 기억으로 남은 슈퍼스타들도 있다.

루스, 게릭과 함께 양키스의 전설로 꼽히고 있는 조 디마지오.

그는 은퇴 말년인 51년 주전으로 뛰면서 타율 .263을 기록했다. 디마지오는 당시 나이 37세로 몇년을 더 뛸 수 있는 나이였음에도 불구 ‘화려한 은퇴’를 선택했다.

세인트루이스 카디널스의 강타자 루 브록.

79년 39세의 나이로 타율 .221로 부진하자 다음 시즌 총력을 다해 타율을 .304까지 끌어 올린후 전격적으로 은퇴를 선언한 뒤 화려한 은퇴식을 갖고 물러났다.

보스턴 레드삭스의 강타자 테드 윌리엄스.

나이 42세가 되던 60년 “올시즌이 끝난 후 은퇴하겠다”고 밝힌 후 시즌타율 .316을 기록했다. 그는 보스턴 펜웨이구장에서 열린 마지막 경기, 마지막 타석에서 홈런을 날린 후 팬들의 열광적인 환호속에 은퇴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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