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드컵] 베켄바워, 세계적인 실세로 부상

중앙일보

입력

프란츠 베켄바워(54. 독일)가 2006년 월드컵 축구대회를 독일로 가져가면서 세계 축구계의 실력자임을 재확인했다.

74년 서독월드컵당시 주장으로 출전, 정상에 올랐던 베켄바워는 16년 뒤인 90년 이탈리아월드컵에서는 대표팀 사령탑을 맡으며 독일을 통산 세번째 정상에 올려 놓았다.

그런 그가 이번에는 월드컵축구유치위윈장으로 나서 아시아 등 `제3의 표밭'을 장악, 탁월한 외교력을 과시했다.

베켄바워는 개최지 결정투표가 있기 3년전부터 세계 각국을 돌며 독일을 홍보하며 착실하게 지지기반을 닦아 왔다.

축구스타로서의 그의 이미지는 방문국마다 좋은 반응을 얻어냈고 독일 국민들은 "베켄바워는 황금의 손을 가졌다"고 칭송했다.

베켄바워의 능력은 투표가 임박해서 더욱 빛을 발했다.

월드컵 개최를 희망했던 브라질이 돌연 입장을 바꿔 남아프리카공화국을 지지하겠다고 나오자 베켄바워는 투표 이틀전 아시아대륙 집행위원들의 표를 끌어모으기에 나섰고 결국 이같은 노력이 결실을 보며 예상을 뒤엎고 월드컵 개최권을 이끌어 냈다.

남아공에 12-11, 단 1표차의 승리였지만 월드컵 개최와 탈락의 운명이 갈린 것이다.

독일축구연맹(DFB) 부회장이자 바이에른 뮌헨 구단주이기도 한 베켄바워가 독일월드컵축구조직위원회를 맡는 데는 이론이 없어 보인다. 한때 프랑스축구를 풍미했던 미셸 플라티니가 '98프랑스월드컵 조직위 공동위원장을 지낸 것도 좋은 예가 된다.

오토 쉴리 독일 내무장관은 "독일의 월드컵 유치에는 정부의 지원과 축구에 대한 높은 국민수준이 큰 몫을 했다"면서도 결정적인 공로자로서 베켄바워를 꼽는데 주저하지 않았다.

괸터 네체르 월드컵유치 홍보대사도 "큰 역할을 한 그에게 충분한 보상을 해줘야 한다"며 베켄바워를 지지하고 나섰다. 선수와 감독을 거쳐 월드컵 유치에서까지 거침없는 성공을 거둔 베켄바워는 2000 유럽축구선수권대회의 예선탈락으로 침체의 늪에 빠질 뻔 한 독일축구의 중흥을
선언했다. (프랑크푸르트<독일> AP=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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