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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기는K2] '작은 탱크' 엄홍길 8,000m이상 등정사

중앙일보

입력

산악인의 이상향 히말라야. 거기엔 만년설에 뒤덮인 '성자(聖者)의 산' 에베레스트(8천8백48m)를 비롯, 8천m급 고봉 14개가 파노라마처럼 펼쳐져 있다.

1988년부터 13개의 봉우리를 차례로 밟아온 '작은 탱크' 엄홍길(40.파고다외국어학원)대장이 이제 마지막 남은 K2(8천6백11m)를 향해 걸음을 재촉하고 있다. 嚴대장이 올랐던 히말라야 8천m급 13개봉의 등정사를 소개한다.

88년, 도봉산 산자락에서 30여년을 살아온 嚴대장은 대한산악연맹이 서울올림픽을 기념하기 위해 구성한 '에베레스트-로체원정대' 의 대원으로 선발됐다. 같은 해 9월 26일 嚴대원은 지구의 최고봉을 밟으면서 14좌 완등레이스의 첫발을 내디뎠다.

14좌 완등의 꿈을 간직한 嚴대장에게 히밀라야의 신은 잊을 수 없는 동반자를 보내준다. 90년 에베레스트 원정에서 만난 후아니토 오야리사발(스페인). 오야리사발은 지난해 안나푸르나 등정으로 세계 여섯번째로 히말라야 8천m 고봉 14좌를 완등한다.

嚴대장은 95년 마칼루(8천4백63m)를 쳄邦막?지난해 안나푸르나까지 오야리사발과 다섯번이나 합동원정을 떠나 모두 등정에 성공했다.

95년 嚴대장은 오야리사발과 마칼루.브로드 피크(8천47m).로체(8천5백16m) 3개의 봉우리를 오르며 기염을 토했다. 그리고 가셰르브룸1봉(8천68m.97).안나푸르나(99)를 함께 등정했다.

嚴대장은 96년 다울라기리(8천1백72m).마나슬루(8천1백56m), 이듬해 가셰르브룸1봉.가셰르브룸2봉(8천35m)을 올라 10년 만에 10개의 봉우리를 밟았다.

그러나 嚴대장도 30차례 히말라야 원정에서 숱한 좌절을 겪었다. 89~92년 매년 안나푸르나(8천91m)등으로 원정을 떠났지만 히말라야는 좀처럼 문을 열지 않았다. 92년 낭가파르바트 원정에서는 동상에 걸려 오른쪽 발가락 2개를 절단해야 했다.

93년 초오유-시샤팡마 원정에서 아끼던 후배 박정태(당시 28)대원을 만년설 속에 잃었고 98년 안나푸르나 원정에서는 크레바스에 빠진 셰르파를 구하려다 발목이 부러졌다. 지난해 4월 안나푸르나 원정에서는 여성 산악계 후배였던 지현옥, 칸첸중가 원정에서는 한도규.현명근 대원을 잃었다.

14좌 완등에 인생을 건 嚴대장은 이 모든 희생을 말없이 가슴에 묻어 둔다. '산이 무서운 힘으로 저항해오는 어려운 등반에서 더 큰 우정을 느낀다' 는 말처럼 嚴대장도 앞서간 동료 선후배들의 희생의 의미를 되새기며 K2를 향해 묵묵히 발걸음을 옮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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