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상류층 겨냥 ‘귀족사이트’확산!!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귀족 사이트가 퍼지고 있다. 강남구 거주, 명문대 출신에 연봉 1억원 이상인 의사, 벤처기업가, 펀드매니저만 가입할 수 있는 사이트들. 루이지닷컴·노블리안닷컴·아이노블레스닷컴 등 ‘빅3 사이트’ 외에 최근에는 1백만원짜리 도시락을 주문 판매하는 사이트와 한 달 회비 3백만원인 증권 사이트가 등장하는 등 전문화·세분화되는 추세다.

<온라인에 부는 ‘21세기 新귀족 바람>

‘Click your dignity & beyond.’(클릭을 통해 당신의 품격을 느끼고 그 이상의 것을 추구하세요.)

어느 시대, 어느 나라에서나 그 사회를 이끌어 가는 퍼스트 클래스(First Class)
, 상류층은 존재하기 마련이다. 남다른 품격과 사회적인 지위로 존경받는 ‘노블레스(Noblesse)
’, 이른바 귀족층들이다. IMF 관리체제를 거치면서 계층간의 소득 양극화 현상을 타고 부유층을 겨냥한 ‘귀족 마케팅’이 급속히 확산되고 있는 가운데 사이버 공간에서도 부유층을 대상으로 하는 ‘귀족 사이트’가 등장했다. 상류층만 회원으로 모집해 수백, 수천만원짜리 고가의 명품을 판매하는 사이트가 개설되면서 21세기 신귀족 바람이 불고 있다.

인터넷에서 귀족주의 바람의 진원지는 지난 5월 갤러리아백화점이 개설한 루이지닷컴(http://www.LouisG.com). 루이지닷컴은 애초부터 ‘고가의 명품값을 지불할 수 있는 사람들을 위한 곳’이라고 당당하게 슬로건을 내걸었다. 그런 만큼 도메인도 유럽 귀족문화를 꽃피웠던 프랑스 왕가 루이 14세의 ‘louis’와 갤러리아의 머릿글자인 ‘g’를 따서 만들었다.

회원 가입 자격은 연봉 개념으로 얼추 1억원. 씀씀이로 보면 카드 이용금액이 월 3백만원 이상인 초부유층들이다. 가입비는 10만원, 인터넷상으로는 가입이 불가능하고 회원 수는 1만명으로 제한했다.

상류층만 대상으로 하다 보니 내용도 독특하다. 기존 매장에서는 판매할 수 없는 비행기며 요트를 비롯하여 수상스키나 보석과 리무진 대여도 취급한다. 고급화를 통한 차별화 전략인 만큼 중요한 것은 상상을 초월할 정도의 서비스다.

고객이 옷을 주문하면 직원이 옷을 들고 직접 방문, 고객 몸에 맞춘 후 수선을 해서 다시 배달을 해주는 피팅(fitting)
도우미 서비스를 비롯해 일정액 이상 구매고객에겐 정장차림 남녀 2명이 폴크스바겐 클래식 비틀에 상품을 싣고 배달해 준다. 이를 ‘클래식 비틀 서비스’라고 부른다. 사이트에서 판매하지 않는 상품을 고객이 원할 경우 외국에라도 나가 구해준다. 회원들이 원하는 것은 세상 끝까지 쫓아가 서비스한다는 정신이다.

김태엽 마케팅 팀장은 “회원 수를 1만명으로 제한한 것도 ‘제대로 된’서비스를 펼치기 위한 것이다”라며 “회원 개인별 취향에 맞는 고급정보 서비스 제공과 동호회 회원들간 만남의 장을 마련해 ‘명실상부한 고급 사교 모임’으로 육성할 계획”이라고 설명한다. 고급정보 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해 현재 각 분야에서 엄선한 18명의 엑스퍼트(전문가)
들을 두었다.

회원으로 가입하는 사람의 이름으로 1만원씩 적립하여 소년소녀가장 돕기를 위한 기부금으로 사용할 예정이다. 현재 3천5백명의 회원이 가입돼 3천5백만원이 적립돼 있다. 그야말로 노블레스 오블리지(Noblesse Oblige)
정신을 바탕으로 ‘귀족문화가 살아 숨쉬는 품위 있는 귀족문화를 꽃피우자’는 의지다.

신라호텔은 지난 달부터 ‘품격 있는 사람들을 위한 하이 클래스 포털 사이트’를 표방한 노블리안닷컴(http://www.noblian.com)의 정식 서비스에 들어갔다. 영어의 ‘noble’과 사람을 의미하는 접미사 ‘-ian’의 합성어인 노블리안은 품격 있는 삶을 지향하고 이웃과 함께 하는 사람들이란 뜻.

노블리안닷컴의 지향점은 명확하다. 경제적 능력이 기준이 되는 하이 클래스가 아닌 문화적으로 다양한 욕구를 가지고 있는 계층에게 양질의 차별화된 콘텐츠를 제공하고 이웃과 함께 하는 고품격 인터넷 커뮤니티 사이트를 만들어 나간다는 전략이다.

노블리안닷컴의 가장 큰 특징은 유료 커뮤니티인 노블리안 클럽이다. 온라인과 오프라인이 접목되어 CEO 클럽, 컬처클럽, 영 노블리안 클럽으로 이루어져 있다. 이 사이트는 우선 골프, 미용, 다이어트 ,패션, 자동차, 요리, 증권, 포도주, 쇼핑 등 고객이 희망하는 각종 정보를 매일 아침 제공한다. 고급 식기류를 비롯해 호텔에서 주로 쓰이는 고급 인테리어 소품을 취급하는 ‘노블리안 몰’ 시스템도 갖췄다. 무료 가입을 원칙으로 연내 10만명의 회원을 모집한다는 계획이다.

정보뿐만 아니라 이웃을 생각하는 따뜻한 마음을 실현하는 ‘함께 하는 사회’ 코너를 마련해 하이클래스들이 다양한 방법으로 사회를 위해 봉사할 수 있는 프로그램을 기획하고 있다.

김정환 노블리안닷컴 기획팀장은 “노블리안닷컴은 품격있는 삶을 추구하는 사람들이 온-오프라인의 다채로운 이벤트를 통해서 만나는 새로운 개념의 인터넷 커뮤니티 사이트”라며 “이익금의 일부는 사회봉사 활동 기금으로 사용해 노블리안의 이름에 걸맞게 품격 있는 문화, 경제 정보 제공에 주력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3차원 사이버 별장을 통해 정보 제공>

아이노블레스닷컴(http://www.inoblesse.com)도 이달부터 국내외의 하이소사이어티(High Society)
계층인 의사, 변호사, 회계사 등 전문가 그룹과 기업의 고급 간부, 교수, 문화 예술인 등 VIP를 대상으로 회원 상호간 윈-윈 시스템과 고품격 공동체 형성을 내세운 포털 사이트 서비스에 들어갔다. 특히, 회원들의 익명성을 보장할 수 있도록 마이크로칩이 내장된 e카드 솔루션을 회원 카드로 채택, 따로 인터넷 주소나 이용자번호, 암호 등을 입력하지 않고도 인터넷에 자동으로 접속할 수 있도록 했다.

아이노블레스닷컴은 40,50대의 전문가 그룹을 대상으로 하는 만큼 특화된 건강정보와 패션 쇼 같은 차별화된 고급 문화예술 정보를 제공한다. 그리고 쇼핑몰에서는 다른 곳에서 다루지 않는 그림이나 골동품 등의 문화예술품과 벽걸이형TV, 인터넷 냉장고 등 고급 가전제품을 취급한다. 이러한 서비스를 ‘사이버 별장’이라고 명명한 3차원의 가상 공간을 통해 입체적으로 제공한다. 서재에서는 각종 정보를 검색하거나 e-메일을 보내고 침실에서는 채팅을 하거나 성인 정보를 열어보는 식이다. 사이버 별장의 입지는 강변이나 바닷속, 우주공간일 수도 있다.

아이노블레스닷컴 임승대 이사는 “현실 세계의 지식인, 전문직, 관리직 등 우리 사회를 실질적으로 이끌어가는 리더들이 사이버 공간으로부터는 소외되어 있었다. 이들의 참여 없이는 우리 나라의 인터넷 부문이 발전 할 수 없다고 생각했다. 이들에게 일정한 활동 공간을 제공함으로써 우리 나라가 인터넷 강국으로 발돋움하는데 일조하고 싶었다”고 개설 배경을 설명한다.

이처럼 경쟁적으로 인터넷 귀족주의를 표방한 귀족 사이트들이 생기면서 한달 회비만 무려 3백만원하는 증권 사이트와 한 개에 1백만원짜리 도시락을 제공하는 음식 전문 사이트도 등장했다.

이들이 표방하는 것은 ‘그들만을 위한 마케팅’,즉 고급화를 통한 차별화 전략이다. 이제 우리도 건전한 상류문화를 정착시킬 때가 되었다는 것이다. ‘시대적인 패러다임’이라는 것이다. 질보다 양을 선호하는 사람들이 있듯이 양보다 질, 즉 가격보다 제품이 주는 가치를 중요하게 여긴다는 것이다.

루이지닷컴의 김태엽 팀장은 “거역할 수 없는 시대적인 요구다. 이제 우리 사회에도 하이 소사이어티(High Society)
를 대상으로 풀(Full)
서비스를 제공하는 VIP 마케팅이 필요할 때가 되었다”며 “지금부터 건전한 귀족 문화를 만들어 가야 한다”고 주장한다.

하지만 일부에서는 “구매력이 뛰어난 돈 많은 사람들의 귀족(?)
심리를 이용, 돈을 벌어보겠다는 대기업의 영업전략에 불과하다”란 지적과 함께 “가뜩이나 IMF 사태 이후 부익부 빈익빈 현상이 뚜렷해진 상황에서 계층간의 위화감만 더 심화시키고 있다”는 우려도 제기됐다.

삼성경제연구소 신현암 연구원은 “이른바 돈 많은 집단인 상류층의 소비 형태는 일반인과 다르다”며 “일반인에 비해 구매력이 월등한데다 계층 내에서 구전효과가 탁월해 기업마다 이들 상류층 고객을 특별관리를 하는 만큼 귀족 마케팅이라는 용어보다는 타깃 마케팅이 적합하다”고 했다.

귀족 마케팅 바람이 불면서 <표>
처럼 ‘21세기형 귀족’의 조건(?)
도 등장했다. 표의 체크 포인트를 보면서 자신이 21세기형 귀족에 포함되는지 알아보자. 그렇다면 귀족이란 무엇일까. 우리 사회에도 진정 귀족문화가 있는 것인가.

이제까지는 없었다. 이제 시작인 것이다. 시작이 좋으면 절반은 성공이라고 했다. 돈만 많다고 귀족이라 할 수 없듯이 진정한 귀족은 소위 돈만 많은 부르주아와 구별되어야 한다. 귀족이라는 고상한 이름에 걸맞게 품위 있는 태도를 지니고 사회적 의무를 다해야 하기 때문이다. 단순한 귀족 마케팅 바람이 아닌 ‘노블레스 오블리지’ 정신을 바탕으로 살아 숨쉬는 귀족문화가 정착되어야 할 때다.

<표>
‘21세기 귀족’의 조건

1. 국내 명문대 및 주요 의대, 외국의 명문대 출신
2. 의사, 벤처기업가, 펀드매니저 등 전문직 종사자로 연봉 1억원 이상
3. 집안 재산이 30억∼50억원 이상이거나 명문대 출신인 고급공무원 또는 대기업 임원, 중소기업 사장, 대학교수를 부모로 둔 20대 후반∼30대 초·중반의 ‘쿨’한 이미지를 주는 남녀
4. 귀족 사이트 ID 소유자
5. 서울시 강남구 거주
(※위 조건 중 최소 3가지 이상을 만족시켜야 함.)

길인수 기자 <cyberkid@joongang.co.kr>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