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 애플에 역전 승기 잡았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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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1면

삼성전자가 호주에서 애플을 상대로 진행 중인 3세대(3G) 통신특허 침해소송에서 유리한 고지를 점했다. 재판부가 빠른 진행을 원하는 삼성의 요청을 받아들여 내년 3월 3주간 집중 심리해 판결하기로 결정한 것이다.

 15일 블룸버그와 시드니모닝헤럴드를 비롯한 외신에 따르면 호주 연방법원 애너벨 버넷 판사는 삼성이 애플 아이폰·아이패드2에 대해 제기한 판매금지 가처분 신청과 특허침해 본안 소송을 묶어 한 번에 판결하기로 이날 결정했다. 애플은 그간 “재판 준비에 시간이 필요하니 내년 8월 이후 심리를 시작하자”고 요청해왔다. 하지만 버넷 판사는 “통상 애플은 매년 새 아이폰을 내놓는다. 판결을 늦출 경우 삼성은 애플의 신제품 출시에 맞춰 모든 소송을 다시 진행해야 한다”며 이를 받아들이지 않았다. 아울러 “시간을 오래 끄는 건 ‘안드로이드 마켓’(구글 안드로이드 OS 탑재 스마트폰 시장)을 확장하려는 삼성에 가혹한 처사”라고 덧붙였다.

 이는 지난 7월 애플이 같은 법원에 삼성 갤럭시탭10.1 판매금지 가처분 신청을 냈을 때와 입장만 바뀐 채 동일한 상황이다. 당시는 삼성이 결정 연기를, 애플이 속행을 요구했고 법원은 애플의 제안을 받아들였다. 결과 또한 애플의 승리였다. 블룸버그는 “(당시 상황에 비춰볼 때) 이번에는 삼성이 초반 승기를 잡았다”고 보도했다.

 이르면 내년 3월 내려질 호주법원 판결은 그 2~3개월 뒤 진행될 미국 국제무역위원회(ITC) 청문회에 영향을 미칠 듯하다. 지난 7월 두 회사는 서로의 제품에 대한 미국 내 수입금지 소송을 ITC에 각각 제기했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애플은 최근 모토로라와의 특허소송에서 패소하는 등 불리한 상황에 처해 있다. 호주에서 삼성에 패소할 경우 ITC 청문회에서 불리한 입장에 처할 것을 우려해 판결을 늦추려 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한편 이날 법정에서 삼성전자는 “두 회사가 아주 가까운 사이여서 삼성은 애플에 대해 특허 침해 소송을 걸지 않는 ‘비공식 정책’을 고수해 왔는데 애플이 먼저 소송을 걸었다”며 “다른 회사들은 삼성 특허의 사용권을 얻어갔으나 애플은 한 번도 그런 시도를 한 적이 없다”고 주장했다.

심서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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