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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세기 음악을 정리한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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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00년 11월 16일 필라델피아 아카데미 오브 뮤직. 초대 지휘자 프리츠 쉴이 이끄는 85인조 오케스트라가 골드마크의 서곡 '봄에', 베토벤의 '교향곡 제5번', 차이코프스키의 '피아노협주곡 제1번', 바그너의 '라인의 황금' 중 '신들의 발할라 입장'을 연주했다.

2000년 11월 16일 필라델피아 아카데미 오브 뮤직. 음악감독 볼프강 자발리시가 지휘하는 필라델피아 오케스트라가 칵테일 뷔페와 샴페인 파티를 곁들인 1백주년 갈라 콘서트를 연다.

피아니스트 앙드레 와츠·바이올리니스트 사라 장(장영주)·바리톤 토머스 햄슨 등이 협연자로 나선다. 공연실황은 녹음해 전세계로 방송할 예정이다.

필라델피아 오케스트라가 올해 창단 1백주년을 맞아 연주뿐 아니라 기념음반·1백년사 발간 등 다양한 행사를 펼치고 있다.

올해는 1936~80년에 4대 음악감독을 맡았던 유진 오먼디의 탄생 1백주년이 겹쳐 더욱 의미가 깊다.

가장 눈길을 끄는 것은 99~2000 시즌의 모든 프로그램을 20세기 음악만으로 꾸민 특별 기획. 지난 1백년 동안 필라델피아 오케스트라가 초연해온 새뮤얼 바버의 '바이올린 협주곡', 라흐마니노프의 '교향적 무곡' 등을 다시 무대에 올렸다.

마케팅 측면에서 보자면 매우 위험한 발상이지만 20세기의 시작과 함께 창단한 필라델피아 오케스트라가 20세기 음악을 정리하는 역사적인 의의를 잘 살려낸 기획으로 평가받았다.

필라델피아 오케스트라는 20세기를 되돌아보는 기획에서 그치지 않고 새로운 작품을 초연해 다음 세기를 준비하는 작업도 하고 있다.

라우타바라(교향곡 제8번)·대니얼푸어(바이올린 협주곡)·맥밀런(태동)·시에라(관현악을 위한 협주곡) 등 8명의 세계적인 작곡가들에게 신작을 위촉하고 신작 공모로 선발한 3명의 젊은 작곡가의 작품을 10월 5일 필라델피아와 뉴욕 카네기홀에서 초연함으로써 새로운 세기를 맞이한다.

또 34년 레오폴드 스토코프스키 지휘와 바이올리니스트 야사 하이페츠가 협연한 시벨리우스 협주곡 등 역사적인 녹음과 연주실황이 담긴 12장짜리 음반을 발매했다.

타워레코드 전지점과 인터넷(http://www.philorch.org)에서 구입할 수 있다. 템플대 출판부에서는 〈필라델피아 오케스트라:음악의 1세기〉를 출간했다.

뉴욕필·보스턴 심포니·LA필·시카고 심포니 등과 함께 미국의 '빅5'로 불리는 필라델피아 오케스트라는 지난해 한국계 바이올리니스트 데이비드 김을 악장(樂長)으로 영입했다.

63년 미국 교향악단으로는 최초로 단원들과 52주 연주계약을 했으며 73년에는 서방 오케스트라로는 처음으로 중국 베이징에 입성했다.

63년 이전의 대부분의 미국 교향악단은 연간 6~8개월 정도 연주 계약을 맺는게 보통이어서 오프시즌 때에는 단원들이 부업 전선에 나서야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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