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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린내 진동하는 982억짜리 하수정화사업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18면

광주광역시가 발주한 982억원대의 총인(總燐) 처리시설 시공사 선정과 관련해 공무원과 건설업체 간부 등이 사전 담합하고 금품을 주고받은 정황이 담긴 음성파일과 녹취록이 공개돼 검찰이 수사에 나섰다.

 광주지검 특수부는 광주시의 총인 처리시설 시공사 선정과 관련한 입찰 서류, 평가서와 녹취 파일을 확보한 뒤 진정인과 참고인 등을 불러 조사하고 있다고 14일 밝혔다.

 이 사건은 광주지역 시민사회단체인 참여자치 21이 검찰에 녹취록과 함께 진정을 내면서 시작됐다. 총 67분 분량의 음성파일에는 설계심의위원들이 특정 업체 선정을 대가로 금품을 주고받은 것으로 의심되는 대화 내용이 포함돼 있다.

녹취록엔 광주시청 공무원 A씨와 시공사로 선정된 대림산업 관계자 B씨, 또 다른 사업자 C씨 등 3명이 등장한다. 장소는 5월 20일 오후 광주지역 한 식당이다. A씨는 이 자리에서 “X 싸러 갈 때와 올 때가 다르면 안 된다. 대림이 그런 기업이 아니지 않으냐” “각 200 총 10억이야. 내가 절대 빼돌린 게 아니고 남아 있고, 술도 사고…”라고 말했다. 이어 “깎으면 안 돼, 달러”라고 하자, C씨가 “그건 정석이다. 깎으면 안 된다”고 했다. 시민단체 측은 이런 발언에 사전 담합과 금품 로비 정황이 담겨 있다고 주장했다.

 또 일부 설계심의위원들이 조직적으로 공모했다는 이야기도 나온다. A씨는 “OOO씨, OOO씨(설계심의위원)한테 쉬는 시간(4월 25일 시공업체 평가 당일)에 만나서 이야기했다. 나만 믿으라고 했다”고 말했다. A씨는 사전 담합이 탄로나지 않도록 대림 컨소시엄에 높은 점수를 주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그는 “나는 대림에 1번(1위) 안 주었다. 나는 살짝 빠지고 다른 사람은 1번 줬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A씨는 본지와의 통화에서 “저녁에 술자리 겸해서 만난 건 사실이지만 일부 발언이 잘못 해석된 것 같다”며 “사전 담합한 사실이 없다”고 말했다. 그는 “‘달러’는 당시 여행가는 사람이 있다고 해 많이 주라는 의미였고, 심의위원 대목은 술이 취해 부풀려 이야기한 것이다. 10억원도 동석한 C씨의 사업과 관련된 것”이라고 말했다.

대림산업 컨소시엄은 지난 5월 초 총인시설 시공사로 선정됐다. 심사에서 대림산업 컨소시엄은 96.74점으로 1위를 했다. 금호산업 컨소시엄(96.23점), 현대건설 컨소시엄(91.88점), 코오롱건설 컨소시엄(89.81점)이 뒤를 이었다. 당시 업체 선정을 놓고 광주광역시청에 괴문서가 나도는 등 로비설이 불거지기도 했다.

광주=유지호 기자

◆총인(總燐) 처리시설=총인은 물 속에 포함된 인의 총량을 뜻한다. 하천 등의 부영양화를 나타내는 지표의 하나로 수질오염의 주범이다. 적조의 원인이 된다. 하수도법 시행규칙이 바뀌어 내년 1월 1일부터 하수종말처리장 방류수의 총인 허용치가 2ppm에서 0.3ppm으로 낮아진다. 이에 따라 광주시는 총인 처리시설 설치를 추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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