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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태균 기자의 푸드&메드] 독감 백신 매년 맞아야하는 이유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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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다양한 호흡기 질환이 고개를 들고 있다. 독감 바이러스는 이미 9월 초에 분리됐고, 주변에서 감기 환자를 흔히 볼 수 있다. 이웃나라 일본에선 RSV(Respiratory Syncytial Virus·호흡기 세포융합 바이러스)의 대유행이 예고됐다. 질병관리본부도 RSV의 유행이 이미 시작된 것으로 보인다고 최근 발표했다.

 호흡기 바이러스는 대체로 차고 건조한 날씨를 선호해 대기의 온도·습도가 낮아지면 사람의 코와 비인두 부위로 들어와 병을 일으킨다. 일교차가 벌어지는 요즘 주의해야 할 세균도 있다. 폐렴 등을 일으키는 폐렴구균이다.

 가을·겨울 시즌에 기승을 부리는 네 가지 호흡기질환 병원체는 백신으로 예방이 가능한 것(독감·폐렴구균)과 백신 자체가 없는 것(감기·RSV)으로 분류할 수 있다.

 이중 독감(인플루엔자) 백신은 늦어도 12월까지 맞는 것이 좋다. 일반적으로 독감백신은 한 번만 접종하면 충분하다. 하지만 6개월~만 9세 미만 어린이는 2009·10년 시즌 계절성 독감백신을 맞았더라도 신종플루 1가 백신과 2010·11년 시즌 백신접종을 둘 다 맞지 않았다면 올해 독감백신을 4주 간격으로 2회 맞는 것이 현명하다.

 기자에게 “지난해 독감 백신을 맞았는데 또 보건소에 가야 하는지”를 묻는 사람이 많다. 당연히 다시 보건소나 병·의원을 방문해야 한다. 독감 바이러스 자체가 매년 진화(변화)하므로 백신의 타깃이 달라지는 데다 독감 백신의 ‘유효기간(효과 지속기간)’이 6개월 남짓이기 때문이다.

 독감과 마찬가지로 폐렴구균에 의한 폐렴·중이염·수막염 등도 백신으로 예방할 수 있다. 폐렴구균도 진화(변화)하기는 독감 바이러스와 마찬가지다. 폐렴구균 입장에선 자신의 생존을 위한 최선책은 항생제에 대한 내성(방어력)을 갖는 것이며 이에 따라 각종 항생제에 잘 견디는 폐렴구균으로 진화하게 돼 있다. 90여 종에 달하는 폐렴구균 가운데 최근 들어 국내외에서 점유율을 크게 높이고 있는 ‘19A’라는 폐렴구균도 항생제에 대한 내성이 유독 높은 것이 특징이다. 다행히 ‘19A’ 폐렴구균을 예방하는 백신이 나와 있다.

 감기와 RSV는 예방 백신도 없다. 이 중 감기는 라이노바이러스·코로나바이러스가 전체 원인의 50% 이상을 차지한다.

 영·유아에겐 독감 바이러스보다 더 위협적인 존재가 RSV다. 겨울철 영·유아 감기의 가장 흔한 원인이며, 입원 치료를 받아야 하는 모세기관지염의 50% 이상, 영·유아 폐렴의 25%를 유발하는 것이 이 바이러스다. 대개 영·유아가 2세 이전에 한번씩은 감염되며 걸리면 약한 콧물 감기 증상이 1∼3일 지속된다. 기침과 쌕쌕거리는 증상이 심하지 않으면 충분한 수분 섭취만으로도 낫는다. 호흡곤란·청색증이 나타나면 입원치료가 필요하다(한림대 강남성심병원 소아청소년과 이용주 교수).

 백신이란 최고의 예방 병기가 없는 만큼 감기나 RSV가 유행하는 시기엔 사람이 많은 곳에 가급적 가지 말고 손을 잘 씻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박태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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