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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뇨·오폐수 정화 연구에 30년 바친 ‘똥 박사’ 박완철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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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4면

박완철 박사가 합천축산폐수처리장에서 시커먼 폐수(오른쪽 용기)가 정화돼 깨끗해진 물을 들어 보이고 있다. [중앙포토]

‘똥 박사’의 기술을 거치면 아무리 독한 축산 폐수라도 깨끗한 물로 바뀐다. 그 물로 농사를 지어도 된다.

 오폐수 정화의 ‘달인’이 된 한국과학기술연구원(KIST) 박완철(56) 박사의 이야기다. 그가 한국과학기자협회가 시상하는 ‘올해의 과학자상’ 수상자로 선정됐다. 시상식은 25일 오후 7시 서울 태평로 코리아나호텔에서 열리는 ‘과학언론인의 밤’ 행사에서 한다. 500만원 상당의 순금 메달과 상패가 수여된다.

 박 박사가 개발한 오폐수 정화 기술은 2만여 곳의 마을과 축산농가에 보급돼 환경오염 예방에 큰 기여를 하고 있다. 지자체 단위로 건설되는 대규모 하수·오수·축산폐수 처리시설 95곳에도 그의 기술이 들어가있다. 일본에 수출했을 정도로 기술력을 세계적으로 인정받고 있다. 30년 가까이 각종 분뇨를 다루다 보니 ‘똥 박사’가 그의 애칭이 됐다.

 “내년부터 축산분뇨를 바다에 버릴 수 없게 되는데 관련 기술 개발과 보급을 소홀히 하면 국산 돼지고기 먹기가 정말 어려워질 겁니다.”

 박 박사는 그래서 지금도 각종 분뇨를 친환경적으로 분해할 수 있는 기술 개발에 열정을 불태우고 있다.

 - 분뇨 처리를 무엇으로 하나.

 “청국장균의 하나인 바실러스균으로 한다. 화공약품은 하나도 사용하지 않아 완전 환경친화적이다. 토종균을 사용하니 ‘토종 분뇨’를 아주 잘 분해한다. 순수 바실러스균만을 사용하기 때문에 분뇨 처리장에는 냄새도 거의 나지 않는다.”

 - 어쩌다 분뇨 처리 연구를 시작했나.

 “1982년 전두환 대통령이 한강 시찰을 나갔을 때 악취가 많이 났다. 그 해결책으로 성능 좋은 정화조를 개발하라는 지시가 내려왔다. 그러나 누구도 분뇨를 연구하려고 하지 않았다. 그때 내가 손을 들어 시작하게 됐다.”

 - 주변에서 바라보는 시선은 어땠나.

 “분뇨를 가져와 연구하다 보니 냄새가 심해 연구소에서도 본채와 멀리 떨어진 구석진 건물 독채를 얻어 연구하고 있다. 초창기 내 연구팀에 배속되는 연구원은 ‘지지리도 복이 없는 사람들’이었다. 남들 하기 싫어하는 연구에 배속됐기 때문이다. 한 번은 분뇨 통을 집 냉장고에 넣어뒀다 아내한테 엄청 혼난 적도 있다. 분뇨도 신선한 것이 연구하는 데 좋기 때문에 냉장고에 보관해야 한다. 요즘은 로열티도 많이 받고, 국내외에서 알아주니 뿌듯하다.”

 - 분뇨 별로 평을 좀 해달라.

 “사람 분뇨는 독한 편에 속한다. 가장 독한 것은 돼지·닭의 것이고, 소 등 초식동물의 것은 비교적 약하다. 독한 것이 거름에는 좋다.”

 - 어려웠던 일은 없었나.

 “분뇨처리를 저급 기술(로우 테크)로 보는 시각이 있지만 그렇지 않다. 미생물을 선별하고, 대규모 공정을 개발해야 하는 등 하이테크가 집결돼 있다.”

 - 내년부터 축산분뇨의 해양 투기가 금지된다.

 “지자체 단위의 대규모 처리시설과 축산 농가별 처리시설을 병행해 보급해야 한다. 분뇨 처리시설이 완공된 뒤에는 정부에서 지속적으로 투자 해야 소기의 성과를 거둘 수 있다. 설치해 놓고 가동하지 않으면 있으나마나다.”

박방주 과학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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