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설

장례식 장난 치는 무리들 용납해서 안 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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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8면

경찰관이 뒷돈을 받고 특정 장례식장에 변사체(變死體)를 몰아줬다는 세간의 의혹은 사실이었다. 엊그제 서울남부지검은 이런 식으로 장례식장과 유착해온 경찰관 11명과 소방관 2명을 적발하고 소속 기관에 통보했다. 시신 한 구의 정가는 20만원 선이었다. 경찰 등은 휴대전화 문자메시지로 변사 정보를 알려주고 부수입을 챙겼다. 장례식장 업주는 경찰에게 리베이트를 주고 더 많은 이익을 남겼다. 불행한 죽음도 억울한데 돈벌이 수단으로 거래됐다니 고인(故人)과 유족이 함께 통곡할 일이다.

 교통사고 사망이나 자살이라는 불행한 소식을 창졸 간에 당한 유족은 대개 경황이 없다. 경찰관이 시신을 옮겨 놓은 특정 장례식장에서 그대로 장례를 치른다. 장례식장은 이 점을 노렸다. 경찰 회식 자리에 어울리고 ‘핫라인’용 휴대전화를 건네 관리했다. 돈의 유혹에 빠진 경찰은 변사체를 운구하도록 조치해 보답했다. 경찰관 7명이 23차례에 걸쳐 455만원을 받은 경우도 있다. 장례식장은 빈소 사용료, 문상객 식대, 염 비용까지 수백만원을 거둬들였다. 경찰에게 뇌물을 줘도 남는 장사라는 얘기다.

 이번 사건으로 구속된 장례식장 업주는 경찰뿐 아니라 상조회사와 병원 관계자 등 무려 250여 명에게 2억원을 뿌렸다. 장례식장 평균 비용이 430만원인데 이 중 22%인 95만원이 리베이트 비용이었다고 한다. 비리가 그만큼 만연돼 있다는 방증이다. 경찰 감찰과 제도 개선을 통해 시신 거래는 원천적으로 차단해야 한다. 하지만 뿌리를 뽑지 못하면 비리의 싹은 언제든 돋아난다. 차제에 장례식장의 횡포와 폭리로 수사를 확대할 필요가 있다.

 장례식장의 횡포는 고질적인 병폐 중 하나다. 수의나 관을 맘대로 선택할 수 없고, 불필요한 장례용품을 강요하며 지정된 상조회사만 허용하는 곳이 수두룩하다. 지금도 어디선가 유족들은 불이익과 불편을 감수하고 있다. 고인을 정성껏 모시려는 유족 심정을 악용해 장례식에 장난 치는 행태를 용납해서 안 된다. 경찰은 장례식장과의 불미스러운 유착에서 벗어나겠다는 의지를 수사로 보여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