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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화보다 더 유치하게 만화 표절하기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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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신문기사에서 최근의 트랜디 드라마를 보고 '유치할수록 뜬다'라는 표현을 했던 기억이 난다. 유치하다는 것은 '어리다'는 것인데 그 만큼 드라마의 내용이 현실과 동떨어진 동화같은 이야기의 수준에 머물기 때문이 아닐까.

이런 드라마가 인기인 이유로 소재를 만화에서 찾는 경우도 많다. 〈미스터 Q〉와 〈우리는 길잃은 작은새를 보았다〉의 경우 친절하게 원작 '허영만' '황미나'라고 표시해준 경우. 그러나 〈우리는…〉 의 경우 원작에 담겨있는 고통, 좌절, 사회현실 등은 전혀 담지못하고 만화보다 더 비현실적이고 더욱 유치하게 사랑얘기만을 만들어 냈다. 이 경우는 그래도 솔직했다.

탤런트가 아니라 아나운서!
〈사랑의 기적〉을 표절한 〈이브의 모든 것〉

요즘 한창뜨고 있는 MBC 수목드라마 〈이브의 모든 것〉. 이제 막바지로 접어들면서 더욱더 그 시청률을 자랑하고 있는데, 너무나 똑같은 상황과 인물설정은 표절의 의혹을 벗어날 틈이 없다.

평범하고 화목한 가정에서 자라난 타에코(아야코 -채림 역)
. 그녀의 고민은 자신이 뚱뚱하고 못생겼다는 것, 그리고 옆집 친구 마사토(한재석 역)
의 사랑을 받을 수 없다는 것. 어느날 먼 친척이라며 타에코의 집에 찾아온 뛰어난 미모의 유키노(김소연)
. 유키노로 인해 타에코는 부모님을 잃고 마사토도 빼앗긴다. 이런 좌절로 인해 자살기도를 하는 타에코. 그녀에게 미모를 되찾아주고 용기를 주는 멋진 남자 히지리(장동건)
가 등장 이야기는 새로운 국면으로 접어든다.
다만 드라마가 만화보다는 약간 현실적인 면을 강조했다는 것.
〈사랑의 기적〉/유코 모리타/ 서울문화사 7권까지 발간

테니스 선수가 아니라 구두 디자이너!
〈해피〉를 표절한 〈토마토〉

모든 젊은이들의 관심을 '요요'로 돌려버린 드라마 〈토마토〉. 이 드라마는 김희선을 내세워 김석훈이라는 신인을 인기스타로 만든 드라마이기도 하다.

많은 동생들과 함께 살고 있는 미유키(김희선)
. 그녀는 오빠가 진 빚을 갚기위해 포기했던 테니스를 다시 시작하게 된다. 이미 테니스계를 평정하고 있던 쵸코(김지영)
와 미유키를 좋아하는 이치로(김석훈)
. 쵸코는 미유키의 실력에 뒤질까 쉴새없이 미유키를 곤경에 처하게 만드는데...
〈토마토〉는 인물들의 성격이나 대립구도만을 따온것이 아니라 한이(김희선)
가 도둑으로 몰리고 돈이 없어 집을 나오게 되는 점 등의 세세한 에피소드들 까지 거의 같다. 드라마와 다른 점이라면 주인공의 가족관계와 그들이 테니스 선수가 아닌 구두디자이너라는 것이다.

〈해피〉는 만화자체보다 우라사와 나오키라는 작가때문에 더욱 유명해진 작품인데, 그가 보여주는 다른 작품들과 약간 다르기는 하지만 역시 만족할 만한 만화다. 더욱 다양한 등장인물과 개성이 강한 캐릭터들, 멋진 테니스 경기 등은 〈토마토〉에 소재를 표절당했다는 것이 억울하게 느껴질 정도.
〈해피〉/우라사와 나오키/ 학산문화사 23권 완간

표절이 아니라 명백한 도용!
〈주노명 베이커리〉의 예고편은 〈그남자 그여자〉

터프가이 최민수와 컴퓨터 미인 황신혜가 주연으로 나온 영화 〈주노명 베이커리〉. 이 예고편의 음악과 장면이 마사미 츠다 〈그남자 그여자〉(원제:그남자 그여자의 사정)
의 노래와 장면이라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만화팬들의 노골적인 화살을 받았던 영화제작사측은 뒤늦게 음악과 장면을 참조(?)
했음을 밝히고 부랴부랴 정식 계약을 했다.

인물좋고 우등생에 성격까지 좋은 여고생 유키노. 하지만 그녀는 다른 사람에게 완벽하게 보이기 위해 꾸미고 다닐뿐 원래가 그렇지는 않다. 모든 것에 완벽해지기 위해 자신 가꾸기에 온갖 노력을 기울이는 그녀에게 장애가 생긴다.

'허영 덩어리'인 자신과는 달리 진짜 신사 아리마가 자신의 본모습을 보고만 것이다. 소문이 날 것을 두려워하던 유키노는 점점 아리마와 가까워지고 자신의 허영된 모습을 버리기까지 한다. 〈꽃보다 남자〉와 같이 순정만화팬들의 높은 지지를 받고 있는 이 만화는 〈꽃보다 남자〉보다는 현실적이고 깊이가 있는 작품이다.
〈그남자 그여자〉/마사미 츠다/ 학산문화사 9권까지 발간

캔디가 테리우스를 택했다
<캔디>
를 표절한 <별은 내가슴에>

너무 많이 알려진 내용이면 표절이라는 말을 쓰는 것 조차 괜히 '오버'하다는 느낌을 갖게 한다. 그 중 하나가 〈캔디〉인데, 순정만화의 기본 공식처럼 되어버린 '캔디'를 표절한 작품이 바로 <별은 내가슴에>
이다.

신데렐라와 캔디를 교묘하게 섞어놓은 듯한 이 드라마는 만화팬들이 광적으로 표절을 제기하지는 않았지만 어쨌든 표절거론이 된 작품.

밝고 명랑한 성격을 지닌 고아 캔디(최진실)
와 반항적인 기질의 테리우스(안재욱)
, 그리고 뒤에서 묵묵히 캔디를 지켜보는 앨버트(차인표)
. 그리고 완벽하게 감초역할을 해 냈던 닐(박철)
과 이라이자(조미령)
.

너무나 유명한 〈캔디〉를 다시 얘기할 필요는 없겠지만 고아소녀와 부잣집 도련님, 캔디 주변에서 캔디를 괴롭히는 자매 등 인물구성과 내용은 영락없이 똑같다.

만화를 탐내는 건 소설도 한몫한다
소설 〈야간비행〉의 〈바람의 나라〉와 〈쿨핫〉

작년 7월말 열아홉 여고생이 단편소설을 내 화제가 된 책 〈야간비행〉. 이 책은 출간되자마자 언론에 소개가 되었고 교보문고 국내서적 부문에서도 베스트셀러로 선정되었다. 그러나 10월에 접어들면서 표절시비에 휘말려 출판사에서는 사과문 게재와 함께 책을 회수하는 소동을 빚었다.

표절 문제는 유시진 팬클럽페이지에서 시작이 되었는데 김진의 〈바람의 나라〉와 유시진의〈쿨핫〉, 시미즈 레이꼬의 〈22XX〉등을 표절했다는 주장이 제기되었다.

다양하고 많은 인물들이 등장, 한 캐릭터씩 돌아가면서 그들을 중심으로 이야기를 꾸려가는 형식의 만화다. 단순히 학원물이라고 하기에는 아까운 작품. 이루다, 동경 등의 인물이 중심이 되어 이야기가 진행된다.
〈쿨핫〉/유시진/ 서울문화사 5권까지 발간

고구려와 낙랑, 고구려가 배경으로 왕과 왕자가 짊어져야할 무거운 삶의 짐과 남녀간의 사랑, 가족사 등의 인간의 이야기를 담아냈다.
김진이 7년여에 걸쳐 완성한 작품으로 온라인 게임으로도 제작되어 게이머들에게도 큰 인기를 끌고 있는, 우리나라에 몇 안되는 판타지 역사물이다. 〈바람의 나라〉/김진/ 시공사 16권 완간

표절에 대한 논란이 어제 오늘만 있었던 문제는 아니다. 그러나 여전히 표절은 자행되고 있고 만화부분에서의 표절은 심각하게 논의된 적이 거의 없다.

만화평론가 박인하씨는 표절에 대해서 이렇게 밝힌 적이 있다. "표절에 대한 불감증, 어떻게든 만들어 인기만 얻으면 적당한 짜깁기도 용서받을 수 있다는 생각, 그리고 적당한 표절로 더 큰 인기를 얻은 몇몇 사람들. 이처럼 좋지 못한 전례들은 창작자들에게 암처럼 퍼진다. 이 암에 감염되면 창작자의 생명인 창의성은 말살되고 야비한 전략가로 변해버린다."

조인스닷컴 이연수 기자<Fantast@Join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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