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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륙 휘저은 협객들의 대활극〈비천무〉

중앙일보

입력

〈쉬리〉의 이례적 성공 이후 충무로에 형성된 기류 중 하나는 대작(大作)에 대한 집착이다.

'10억 투자해 1억 남기기보다 30억으로 3억을 남기는 게 더 효율적' 이라는 경제논리를 따르는 이른바 '블럭버스터' 전략에 눈을 돌리기 시작한 것. 하긴 헐리우드의 블럭버스터에 비하면 투자액이 '새발의 피' 지만 한국 영화 시장에서는 이나마도 위험부담이 많은 방식이다.

〈비천무〉는 〈단적비연수〉〈무사〉〈리베라메〉〈사이렌〉등 30억~40억원을 예산하고 준비 중인 대작 영화들 중 처음 개봉되는 작품이라 성공 여부에 영화계의 관심이 높다.

할리우드 영화들이 그렇듯 돈이 많이 들어간 영화는 자연히 관객의 눈을 즐겁게 만드는 쪽에 초점을 두기 마련이다. 총 제작비 40억원의〈비천무〉는 춤추는 듯한 무술과 화려한 검법에 승부수를 걸었다.

이를 위해 90% 이상을 중국에서 촬영했고 영화의 무대인 14세기 중국의 건물과 의상도 그대로 재현하는 데 몰두했다.

군웅할거하던 원나라 말엽, 고려 유민의 자식인 진하(신현준)와 몽골 장군 타루가의 딸 설리(김희선)의 사랑이야기를 광활한 대륙에서 무협 액션 속에 담아 냈다. 여기에 한족 권문세가의 아들 준광(정진영)의 설리에 대한 집착과 진하와의 우정, 설리의 이복 오빠인 라이(장동직)의 가슴앓이, 하늘을 나는 권법을 다룬 비서인 '비천신기' 를 둘러싼 쟁탈전이 곁들여 진다.

안개 자욱한 강물 위로 치솟아, 화살을 쏘아대는 몽골군과 혈투를 벌이는 '칠기십조' 의 검술이 펼쳐지는 도입부가 압권이다. 홍콩 무술팀의 도움을 받은 주인공의 고난도 액션과 2천여명의 엑스트라, 1천여개의 검 등 소품도 볼거리.

그러나 스펙터클도 반복하면 질리는 법. 별다른 변주없이 되돌이하는 특수효과와 고풍스러운 무대에 어울리지 않는 현대적인 대사와 어투, 편집 감각을 의심하게 만드는 어색한 장면 연결 등은 못 만든 할리우드 영화들에 따라다니는 '눈요기만 있고 드라마가 없다' 는 수사를 떠올리게 한다.

김혜린의 원작 만화에서 진하와 설리의 애절함에 반했던 이들은 기대치를 낮춰야 실망도 적을 듯 싶다. 대학 다닐 때부터 무협.액션물만 만들었다는 김영준(31)의 데뷔작이다.

내달 1일 개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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