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컴퓨터 스크린의 뇌파를 보며 스스로 뇌 리듬을 제어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제이크 플래어티를 만나기 전까지 필자는 바이오피드백(biofeedback: 생체자기제어를 이용한 정신안정 요법)을 별난 1970년대의 유물 정도로 생각했다. 플래어티는 1990년 3달 이상 조산으로 태어났고 출생시 몸무게도 0.5kg 정도에 불과했다. 출생 3일째 그는 심장절개 수술을 받아 첫 두 달을 신생아 집중치료실에서 보냈다. 그는 결국 살아남았지만 뇌에 심한 손상을 입었다.

필자가 플래어티를 만났을 때 그는 일곱 살로 간질성 발작을 억제하기 위한 약을 복용하고 있었고 근육이 말을 듣지 않아 신발 끈을 맬 수도 없었다. 그는 또 언어·주의력결핍 장애에 시달렸고 끊임 없이 이를 갈았으며 밤이면 10여 차례나 잠을 깨곤 했다.

플래어티의 부모는 3년 전 뇌파를 컴퓨터 스크린에 보여줌으로써 스스로 제어를 하게 만드는 바이오피드백의 일종인 뉴로피드백(neurofeedback)을 제공하는 병원을 찾았다. 그곳을 방문한 그는 머리에 센서를 부착하고 컴퓨터 모니터 앞에 앉아 있곤 했다. 어쩌다 그의 뇌가 안정된 리듬에 도달하면 모니터에서 컴퓨터 게임 캐릭터인 ‘팩맨’이 신호음을 내며 검은 점들을 먹어치우기 시작했다.

곧 그는 팩맨이 활동할 때면 그것을 감지함으로써 모니터에 나타나는 뇌 리듬을 자의적으로 조절하기 시작했고 그의 뇌는 점차 안정을 찾았다. 그의 어머니는 “두번 정도의 치료로 이가는 것은 멈췄고 수면 장애는 단 한번의 치료로 해결됐다”고 말했다. 플래어티는 1주일 만에 가위를 사용할 수 있었고 다른 미세한 운동 기능도 발달했다. 발작 횟수가 줄어들면서 학업에서도 상당한 진전이 있었다. 그는 아직 몇 가지 문제를 안고 있지만 그의 부모는 기대했던 것보다 훨씬 많은 것을 얻었다며 기쁨을 감추지 못했다.

대개 바이오피드백은 스트레스 완화 요법의 일종으로 알려져 있지만 현재 개인 병원과 대학, 심지어 美 항공우주국(NASA)조차 뉴로피드백 기술을 개선하기 위해 애쓰고 있다. 기술은 아직 초기 단계에 있지만 간질·주의력결핍 장애에서부터 편두통·불안·우울증·뇌 손상·수면 장애·약물 중독에 이르기까지 많은 증상을 치료하는 수단으로 각광받고 있다.

뉴로피드백이 정확히 어떻게 증상을 치료하는지는 아직 밝혀지지 않았다. 그러나 최근의 연구 결과는 뇌가 추측했던 것보다 훨씬 ‘유연’하다는 것을 보여주었다. 일부 전문가들은 정기적인 뇌파 훈련이 세포간의 연결을 강화함으로써 뇌 특정 부위에 대한 혈액 순환을 증진시키는 것으로 믿는다. 그리고 20∼30회의 치료를 받고 나면 뇌에서 일어난 변화가 그대로 유지되는 것으로 보인다.

일부 건강 전문가들은 바이오피드백을 일시적 유행에 불과한 것으로 본다. 첨단기술로 포장된 ‘위약’에 불과하다는 것이다. 매사추세츠大 의학대학원의 연구원으로 주의력결핍 장애 전문가인 러셀 바클리는 “주의력결핍 장애 자녀를 둔 부모들은 이 분야에 대한 임상연구가 부족하다는 사실을 명심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반면 옹호자들은 뉴로피드백이 전혀 위험이 없으며 수천 명의 환자가 효과를 보고 있기 때문에 비용이 많이 드는 임상실험이 완료될 때까지 기다려야 할 이유가 없다고 주장한다.

테네시大 심리학자로 지난 30년 동안 주의력결핍 장애를 연구하면서 그 증상을 뉴로피드백으로 치료해온 조엘 루버는 환자중 90% 이상이 효과를 보았다고 주장했다. 거기에다 가족 요법과 협조적인 학교 환경이 더해지면 뉴로피드백은 투약의 필요성을 감소시키거나 완전히 없애준다.

뉴로피드백이 매우 안전해 보이기는 하지만 비용이 싼 것은 아니다. 진단과 20회 이상의 치료에 2천∼5천 달러가 든다. 학교에서 그 요법을 학생들에게 제공하기 시작하고 장비 가격이 떨어지면 비용은 낮아질 것이다. 장비 조작법은 간단하다. 현재 몇몇 치료사들은 장비를 환자에게 임대하고 있다. 환자들은 저렴한 비용을 지불하고 장비를 집으로 가져가 자가 치료를 할 수 있다.

그러나 현재로선 경험이 풍부한 치료사를 찾는 것이 관건이다. 우선 뉴로피드백 기술을 잘 알고 있고 치료사를 추천해줄 수 있는 심리학자나 소아과의사와 상담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다른 경로로 치료사를 찾았다면 의사나 심리학자들의 추천을 받도록 요구하라. 또 그 치료사가 뉴로피드백을 얼마나 오랫동안 취급했는지도 알아봐야 한다.

인터넷에 올라 있는 뉴로피드백 관련 자료도 많은 도움이 된다. 루버의 사이트(brainwavebiofeedback.org)와 뉴로피드백 장비를 제작하고 그에 대한 교육을 제공하는 EEG 스펙트럼(eegspectrum.com)이 대표적이며, 그외 ct-ed.com과 biofeedbacksolutions.com도 유용한 사이트다. 뉴로피드백을 이해하고 그 효과를 극대화하려면 수 년에 걸친 연구가 필요할 것이다.

그러나 미래는 밝다. EEG 스펙트럼의 중역인 슈 오스머는 “누군가 우리에게 피아노를 한 대 사다 주었고 우리는 이제 겨우 키 몇 개 치는 법을 배운 것”이라고 말했다. 제이크 플래어티에게는 그 몇 개의 키가 이미 심포니를 이룬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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