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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룡의 디즈니식 영웅되기 〈다이너소어〉

중앙일보

입력

커다랗고 육중한 발, 그 발 아래 놓여진 알들, 그리고 풀풀 날리는 먼지. 알의 위치를 바꾸기 위해 클로즈업되는 공룡의 입과 씰룩거리는 근육, 그리고 숨돌릴 틈없이 육식 공룡 카르노타우루스가 이들을 향해 달려온다.

디즈니의 애니메이션 작품은 개봉될 때마다 화제가 된다. 스토리가 어찌 되었건 그들이 보여주는 신기술을 이용한 장면은 어느 누가 보던지 감탄을 자아낸다.

특히 그들은 영화 첫장면부터 관객을 압도시키는 뭔가를 늘상지니고 있는데, 7월 15일 극장 개봉할 〈다이노소어〉도 예외는 아니다.

공룡 이구아노돈의 부화기에 육식 공룡 카노타우르스가 침입하면서 주인공이 될 공룡의 알이 여기저기 굴러다니다 익룡 프테라노돈의 입 속으로 들어간다.
익룡은 알을 물고는 플로리다 늪지를 지나 베네수엘라 카나이마의 강과 평야를 따라 이동하다가 오스트레일리아 해안으로 가는데, 이 장면을 카메라는 익룡의 뒤를 따라다니며 속도감과 장엄한 배경을 관객에게 선사한다.

사실적인, 너무나도 사실적인 그래픽

물론 〈다이너소어〉는 애니메이션이다. 굳이 다른 애니메이션과 비교를 하자면 실사의 배경조차 애니메이션일 것이라고 착각할 만큼 실사와 그래픽이 완벽하게 조화되었다는 점이다.

이 영화에 사용된 배경은 대부분 하와이, 플로리다, 캘리포니아 모하비 사막, 베네수엘라의 평야 등을 촬영한 실사 영상이다. 이러한 실사 배경과 그래픽과의 완벽한 조화는 더이상 애니메이션과 영화 장르의 구분은 모호하게 만들어 버린다.

하긴 픽사와 함께 최고의 애니메이션 〈토이스토리〉를 만들어 낸 회사라면, 이 정도는 표현은 당연하겠지... 물론 〈다이너소어〉는 이런 관객들의 기대를 저버리지 않았다. 사실적인 특수효과를 위해 350여명의 애니메이터와 기술 전문가가 참여했으니 말이다.

단순하고 감상적이며 너무나 뻔한 스토리

예상을 뛰어넘는 훌륭한 그래픽에 탄성한 관객들은 곧 너무나도 헐리우드적인 이야기 앞에서 또 한번 탄성(?)을 지르게 된다.

자신의 무리에서 떨어져 여우원숭이들과 함께 성장하는 것은 '타잔'이 아니며, 성장한 후 자신의 무리로 돌아가 그 무리의 우두머리(역경에서 구해주는 영웅)가 되는 것은 '라이온'이 아닌 이구아노돈(금룡)이다.

여기에 유성이 떨어지는 시련을 겪으며 여우 원숭이라는 감초를 등장시켜 약간의 유머를 선사한다. 그리고 유성의 피해를 입지 않은 '그곳'으로 가기 위한 여정과 그 길을 제시해 줄 수 있는 영웅이 여기있다.

어떻게 미국이라는 나라는 이렇게 비슷한 주제로 관객들을 끌어모을 수 있을까. 이미 알겠지만 〈다이너소어〉는 PG등급(부모 동반시 관람가)을 받았음에도 개봉 첫주 3일간 3,863만 달러를 벌어들이며 전미흥행 1위를 기록했고 지금도 여전히 10위안에 들며 그 위세를 떨치고 있다.

그래도 무시할 수 없는 디즈니의 아성

〈다이너소어〉는 디즈니 영화중 처음으로 PG등급을 받은 영화이다. 그리고 거의 유일하게 등장 캐릭터들이 노래하거나 춤을 추지않는 애니메이션이기도 하다.

사실적이고 정확한 공룡 표현을 위해 고생물학, 생물학, 박물학 석학들에게 공룡의 운동과 해부학에 대한 강의를 받은 애니메이터들과 감독들, 그리고 바람에 날리는 여우 원숭이 털의 사실적인 표현을 위해서 110만개의 털을 컴퓨터로 만들어 붙인 열정, 2년여에 걸친 디지털 스튜디오 제작과 또 2년의 영화제작 기간은 이 영화가 최고가 될 수 밖에 없게 만든다.

7월 여름방학을 공략, 개봉을 기다리고 있는〈다이너소어〉를 비롯한 다른 애니메이션의 빼어난 그래픽 기술력들은 내년 슬슬 개봉 준비를 하고 있는 우리나라 애니메이션 제작사들을 긴장시키기에 충분하다.
디즈니식의 이야기에 다소 식상되어 있는 우리나라 관객들이 '6천 5백만년전의 백악기 공룡의 영웅되기' 스토리에 얼마만큼의 점수를 줄지는 두고 볼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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