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담배 피우면 잇몸병 확률 13배나 높아져요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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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앙포토]

치통으로 며칠째 고생하던 직장인 정영철(36·서울시 마포구)씨. 어금니와 앞니의 잇몸이 붓더니 치아와 맞닿은 잇몸 부분도 내려앉아 치아가 붕 떠 있는 것 같았다. 입 냄새가 심해 동료 앞에서 이야기를 하는 것도 꺼려졌다. 칫솔질을 할 때도 잇몸에서 피가 배어 나오고 찬물을 마실 때는 시큰거렸다. 원인은 치아 표면의 세균 덩어리인 치태(플라크)가 돌처럼 딱딱한 치석으로 변해 치주질환으로 이어진 것. 담배를 피우고 제때 칫솔질을 하지 않는 생활습관이 문제였다.

 경희대 치과병원 구강내과 홍정표 교수는 “치주병은 잇몸에만 염증이 있는 치은염과 잇몸 뼈 주변까지 염증이 진행된 치주염이 있다”며 “치주염이 만성화되면 젊은 나이에도 치아를 잃을 수 있다”고 말했다. 치주질환을 예방하는 연령대별 잇몸 관리법을 알아본다.

아동기, 많이 씹으면 칫솔질 효과

아동기에는 씹는 운동을 잘해야 잇몸 건강을 지킬 수 있다. 마포사과나무치과 김경훈 원장은 “음식을 잘 씹지 않고 삼키는 아이는 또래에 비해 성장 발육이 늦어져 자연스럽게 치아가 나올 자리가 부족해지고 치열이 고르지 않다”고 설명했다. 이가 고르지 않으면 양치하기가 어려워 치아에 음식물이 끼기 쉽고 잇몸질환이 더 잘 생긴다.

 김 원장은 “오래 씹지 않아도 삼킬 수 있는 인스턴트 식품보다 과일이나 채소 등 단단한 음식을 섭취하는 것이 좋다”고 조언했다. 많이 씹으면 섬유질이 치아뿐 아니라 입술 점막 등에 닿아 치아 표면의 세균이 떨어져 나가 입안이 깨끗해진다. 자정작용을 하는 셈이다. 보통 30번 이상 음식을 씹는 습관을 기른다.

청소년기, 충치 줄지만 잇몸 이상은 늘어나

치주질환이 크게 늘어나는 시기다. 원인은 치석이 더 잘 생기기 때문. 청소년기에는 올바른 양치 습관만으로도 치주질환을 예방할 수 있다. 홍 교수는 “3분 동안 양치를 해야 제대로 치태를 제거할 수 있지만 대부분 1분도 안돼 양치질을 그만둔다”며 “치태는 3일 후면 단단한 치석이 된다”고 말했다.

 청소년기에는 이 닦는 순서를 정해 빠지는 부위 없이 꼼꼼히 닦는 습관을 익힌다. 일단 손목에 힘을 풀고 칫솔모를 45도로 세운 후 치아의 바깥쪽 잇몸부터 시작해 아래 방향으로, 앞 치아의 안쪽, 어금니의 안쪽, 어금니의 씹는 면 순으로 양치를 한다. 치아와 잇몸 사이도 꼼꼼하게 닦는다. 간식을 먹고 난 후에 칫솔질을 하기 어렵다면 구강 세정액을 사용해 입을 헹군다.

성인, 음주·흡연·스트레스로 잇몸 약해져

청소년기에 약해진 잇몸은 성인 이후 복병을 만난다. 3대 적인 음주·흡연·스트레스가 바로 그것. 경희대 치과병원 치주과 허익 교수는 “담배를 피우는 사람은 비흡연자에 비해 치주병에 생길 확률이 13배나 더 높다”고 설명했다. 니코틴이 치아 표면에 끼면 갈색으로 착색돼 거칠어지면서 세균이 서식하기 좋은 환경이 되기 때문이다. 여기에 무기질과 중금속 등이 침착되면서 치석이 만들어진다. 김 원장은 “6개월에 한 번씩 정기적으로 스케일링을 받아 치석을 제거해야 치주염을 예방할 수 있다”고 조언했다.

 칫솔질을 한 뒤 잇몸 마사지를 하는 것도 권할 만하다. 홍 교수는 “잇몸 마사지는 혈액순환을 촉진해 잇몸을 튼튼하게 하고 염증을 억제하는 효과가 있다”고 추천했다. 칫솔질을 한 뒤 엄지손가락과 검지손가락을 이용해 잇몸 안쪽과 바깥쪽 치아를 짜내듯 꾹꾹 눌러준다. 손가락 대신 거즈를 감아 문질러도 된다. 혀를 사용할 수도 있다. 입을 살짝 다물고 혀를 말아 올려서 위쪽과 아래쪽 잇몸을 차례로 마사지한다.

 평소 잇몸이 약하거나 잇몸질환 증상이 있는 사람에겐 가정에서 항상 사용할 수 있는 잇몸치료제를 권한다. 치약형 잇몸 치료제 ‘잇치(동화약품)’가 대표적이다. 카모밀레·몰약·라타니아 등 생약 성분이 항염·항균 작용을 한다. 이들 성분은 양치할 때 잇몸의 원인균에 직접 작용해 단기적으로는 지혈·진통 작업을, 장기적으론 살균·방부·수렴 작용으로 치주염 증상을 개선한다. 튜브를 짜면 치약과 함께 잇몸 치료 성분이 나와 칫솔질을 하면서 잇몸병도 치료하는 두 가지 효과를 얻을 수 있다. 약국에서 구입이 가능하다. 임플란트를 했다면 치주질환에 더욱 주의해야 한다. 허 교수는 “임플란트를 한 사람은 치아 사이에 블랙 트라이앵글이라는 공간이 생겨 염증이 생기기 쉽다”고 설명했다.

장치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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