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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넷 쇼핑 ‘40대 클릭 파워’ 급부상 … 5년 새 매출 비중 12%P 늘어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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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2면

주부 안진희(45·서울 홍은동)씨는 최근 한 온라인 쇼핑몰에서 ‘우유 1개월 배달’ 상품을 샀다. 다른 상품을 고르다 ‘혹시 이것도…’ 하는 마음에 검색했다가 전화로 신청하는 것보다 5%가량 싼 상품이 있는 것을 확인하고는 구입했다. 실제 배달받아 보니 전화로 신청한 것과 제품에 전혀 차이가 없었다.

안씨는 “2~3년 전부터 온라인 쇼핑몰을 이용했다”며 “싸고 편해 채소류 같은 소량 구매 신선식품이나 입어보고 사야 하는 옷 같은 것을 빼고는 거의 다 인터넷에서 구매한다”고 말했다.

정보기술(IT) 벤처기업에 다니며 사이버대에서 학위 과정을 밟고 있는 김현아(가명·26·여·서울 쌍문동)씨. 지난해 한 달에 네댓 번 온라인에서 화장품과 액세서리를 사던 그는 요즘 사이버쇼핑 횟수를 월 1~2회로 줄였다. “등록금 부담이 갈수록 만만치 않아져 지갑을 닫게 됐다”며 “심심하면 인터넷에 접속해 소소한 물건을 사던 습관을 고친 것”이라고 털어놨다.

 인터넷 쇼핑몰의 주 고객층이 바뀌고 있다. 전체 매출에서 20대가 차지하는 비중은 뚝 떨어지고 40대 같은 장년층이 새로운 소비 파워로 등장한 것. 본지가 롯데닷컴(www.lotte.com)과 함께 이 사이트 회원 1500만 명의 연령별 구매를 살펴본 결과다.

 6일 이에 따르면 롯데닷컴 매출에서 20대가 차지하는 비중은 2005년 42.8%에서 올 상반기 32.4%로 줄었다. 반면에 40대의 비중은 같은 기간 14.7%에서 26.2%로, 50대 이상은 3.8%에서 10%로 증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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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인당 월평균 구매액에서도 40대의 강세가 뚜렷했다. 20대는 2005년 11만1048원에서 올 상반기 11만7844원으로 5년 반 사이 6.1% 늘어나는 데 그쳤다. 그러나 40대는 같은 기간 9만9750원에서 13만5766원으로 36.1% 증가했다. 20대의 1인당 구매액은 글로벌 금융위기가 터지기 직전인 2007년 12만435원으로 정점을 찍은 뒤 뒷걸음질치는 추세고, 40대는 2008년 잠시 주춤했으나 이후 가파른 신장세를 이어가고 있다.

 인터넷 쇼핑몰에서 ‘청년이 지고 장년이 뜨는’ 판도 변화는 크게 세 가지 요인에 의한 것으로 분석된다. 상대적으로 슬로 어댑터(slow adapter)인 장년층이 인터넷 쇼핑몰 사용에 익숙해지기 시작했으며, 2000년대 초반 인터넷 쇼핑을 이용했던 당시 30대가 이젠 장년층이 됐고, 청년 취업난에 20대가 허리띠를 졸라맸다는 점이다.

 청년층과 장년층은 주로 구매하는 상품에서도 차이가 난다. 올 상반기 롯데닷컴에서 20대 고객은 패션의류를 제일 많이 샀다. 올 상반기 전체 20대 구매액의 4분의 1(25%)이 의류였다. 40대는 이와 달리 식품류(34%)가 1위였다. 롯데닷컴 문유미 통합마케팅커뮤니케이션(IMC) 팀장은 “20대는 쇼핑몰에서 주로 개인을 위한 소비를 하는 반면, 40대는 가족을 위한 물품을 많이 사는 게 차이”라고 설명했다.

 40대의 부상은 쇼핑몰업체들의 마케팅·판매전략에 영향을 미치고 있다. 우선 장년층 수요에 맞춰 ‘우유 배달상품’에 이르기까지 식품 품목이 다양해졌다. 올 7월 CJ몰에 ‘현대백화점 킨텍스관’이 생기고, 8월 G마켓에 ‘롯데백화점 전용관’이 생긴 것 역시 ‘장년층 파워’와 무관치 않다. 이 같은 ‘온라인 백화점 전용관’들은 종전 백화점에서나 팔던 고급 브랜드들을 온라인에서 판매하는 곳이며, 값은 오프라인과 거의 비슷하다. 문 팀장은 “장년층은 온라인에서도 무조건 싼 것이 아니라 믿을 수 있는 ‘브랜드 제품’을 고르는 경향이 있다”며 “온라인 백화점 전용관은 바로 이런 소비 특성을 겨냥한 것”이라고 말했다.

 구매뿐 아니라 판매에서도 40대가 떠오르고 있다. 온라인 쇼핑몰 창업 컨설팅을 하고 쇼핑몰을 꾸며주기도 하는 업체 심플렉스 인터넷에 따르면 이 회사를 통해 쇼핑몰을 낸 40대는 올 들어 9월까지 9705명으로 전년 동기 대비 59.3% 증가했다. 이 회사의 김영희 홍보팀장은 “40대는 회사에서 고객을 응대하는 법 등을 익히고 나와 창업하기 때문에 성공 확률도 더 높다는 게 일반적인 평가”라고 전했다.

모바일은 여전히 청년이 강세

스마트폰을 이용한 모바일 쇼핑은 아직 청년층이 대세였다. 11번가 모바일 쇼핑몰에서 20대가 40%, 30대가 45%를 차지한 반면, 40대의 비중은 9%에 그쳤다.

 젊은층 위주여서 모바일 쇼핑몰은 많이 팔리는 상품과 서비스도 온라인과 달랐다. 11번가 모바일 쇼핑몰에서 제일 많이 팔린 스포츠용품 및 여행·레저상품이 같은 11번가 온라인 쇼핑몰에선 10위에 그쳤다. 여가와 건강 등을 중요하게 생각하는 젊은 세대의 라이프 스타일이 반영된 것이다. ‘꼬꼬면’이 지난 9월 11번가 모바일 쇼핑몰에서 결제건수로 1위를 차지한 것도 새로운 제품에 호기심을 느끼는 젊은층의 특성이 반영된 단면이다.

 모바일 쇼핑은 ‘시간과 장소에 구애받지 않는다’는 특성도 나타냈다. 인터넷 쇼핑몰의 경우 출퇴근시간인 오전 6~9시, 오후 6~10시 매출이 저조한 반면, 모바일 쇼핑몰에선 시간과 관계없이 거래가 꾸준히 발생했다. 인터넷은 야외활동이 많은 토·일요일(각각 7·8%) 거래율이 가장 낮았지만 모바일에선 요일과 관계없이 10% 넘는 거래율을 보였다.

권혁주·정선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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