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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 인생, 봉사하며 살겁니다” 석해균 선장 퇴원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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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0면

‘아덴만 영웅’ 석해균 선장이 입원 9개월 만에 퇴원했다. 4일 경기도 수원 아주대병원에서 석 선장이 유희석 병원장(흔드는 팔 뒤)과 당시 작전을 지휘했던 청해부대 최영함 함장 조영주 대령(하얀 모자) 등 환송 나온 관계자와 시민에게 손을 흔들고 있다. 석 선장은 구출작전 중 6발의 총상을 입어 치료 받아 왔다. [강정현 기자]

죽음을 딛고 일어선 영웅의 걸음은 느리지만 꿋꿋했다. ‘아덴만의 영웅’ 삼호주얼리호 석해균(57) 선장이 4일 치료를 받았던 아주대병원에서 퇴원했다. 해군 청해부대의 ‘아덴만 여명작전’(1월 21일) 중 소말리아 해적에게 총상을 입은 지 287일 만이며, 아주대병원으로 이송(1월 29일)된 지 279일 만이다.

 석 선장은 이날 오전 퇴원을 앞두고 기자회견을 했다. 정장 차림에 지팡이를 짚고 나온 석 선장은 “제2의 인생을 얻었다. 성원해 주신 국민 여러분과 의료진께 감사를 드린다”며 “앞으로 나를 구해준 해군에서 장병을 위한 정신교육을 하면서 봉사하는 삶을 살겠다”고 말했다. 그래도 ‘바다’에 대한 미련은 남아 있었다. “완전히 회복된다면 다시 뱃사람으로 돌아가고 싶은 마음도 있습니다.” 퇴원을 축하하러 온 청해부대장 조영주(48) 대령은 “생명의 위협을 받으면서도 해적과 타협하지 않은 석 선장의 용기가 작전 성공에 결정적 역할을 했다”며 “선장님이 퇴원한 오늘이 바로 아덴만 여명 작전의 종료일”이라고 말했다. 피랍 당시 석 선장은 해적들 몰래 소말리아와 반대 방향으로 배를 몰면서 해군의 구출 작전에 기여했다. 해군은 그를 군무원으로 채용할 계획이다.

 하지만 석 선장의 몸이 완전히 회복된 건 아니다. 총알이 관통한 왼손의 기능은 정상인의 25% 수준이다. 오른쪽 다리도 80% 정도의 운동 능력만 되찾았다. 아주대병원 윤승현(재활의학과) 교수는 “2~3년 정도 꾸준히 노력하면 정교한 동작은 못해도 뛸 수 있을 만큼 회복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석 선장은 퇴원 후 광명역에서 KTX열차를 타고 ‘산낙지와 회’(석 선장이 가장 먹고 싶었다는 음식), 가족이 있는 부산으로 향했다. 그는 오후 4시20분 부산역에 도착해 고윤환 부산시 행정부시장 등의 환영을 받았다. 석 선장은 “납치될 때 살아서 부산땅을 밟을 수 있을까 생각했는데 이렇게 다시 고향 땅을 밟아 감개가 무량하다”고 말했다. 석 선장이 퇴원을 했지만 3억2000만원에 달하는 병원비는 완전히 해결되지 않았다. 유희석 아주대병원장은 “삼호주얼리호의 선사인 삼호해운이 책임지겠다고 약속했다”며 “보험에 가입한 만큼 상식선에서 해결할 것으로 믿는다”고 말했다. 삼호해운은 지난 4월부터 법정관리를 받고 있다.

수원·부산=위성욱·유길용 기자
사진=강정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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