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지원 “전대·통합 병행” 조경태 “손학규 사퇴를”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면보기

종합 04면

“연내 ‘민주진보통합 신당’을 만들겠다”고 한 민주당 손학규 대표의 야권 통합방침을 놓고 당내 논란이 증폭되고 있다. 임기(12월 18일)를 40여 일 남겨 놓은 현 지도부가 통합 주도권을 행사하겠다는 게 부적절하다고 보는 이들이 적지 않기 때문이다. 논란의 진원지는 현 지도부 퇴진시점에 맞춰 진작부터 선거를 준비했던 차기 당권주자들이다. 그들은 현 지도부가 통합을 이유로 기득권을 연장하려는 것이 아닌지 의심하고 있다.

 박지원 전 원내대표는 4일 기자들과 만나 “지도부는 통합 논의를 하되 동시에 당헌·당규가 정하는 대로 전당대회 준비를 해야 한다”며 “즉각 전대준비위를 구성하라”고 촉구했다. 통합작업을 진행하되 새 지도부 선출을 위한 ‘민주당만의 전대’도 병행하라는 이른바 ‘투트랙(two-track)론’이다. 이런 요구는 손 대표 측이 새 지도부를 뽑는 전대를 사실상 백지화하려는 심산 아니냐는 의구심에서 출발한다. 지도부 공백 상태를 만들어 ‘손학규 체제’의 영향력을 연장하려는 의도가 있는 것 아니냐는 것이다.

또 다른 당권주자인 우제창 의원도 성명서를 통해 “현 지도부는 사퇴해 새로운 지도부가 야권 통합이라는 대의를 완성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말했고, 역시 당권을 노리는 김부겸 의원도 “지도부가 당원들의 기대를 외면했다”며 ‘지도부 사퇴론’에 힘을 실었다. 이들 두 사람은 ‘손학규계’로 분류된다.

 파열음은 이날 영등포당사에서 열린 긴급 지역위원장 회의에서도 터져 나왔다. 부산 출신 조경태 의원은 회의 시작 전 ‘손학규 지도부는 즉각 퇴진하라’는 내용의 보도자료를 배포했다. 일부 당원은 회의를 비공개한 데 대해서도 고성을 지르며 항의했다. 비공개회의에서 여러 지역위원장은 “전당대회 개최시점을 명확히 하라” “빅3(손 대표와 정동영·정세균 최고위원)는 대선에 전념하고 당권은 당원에게 맡기라”는 등의 발언을 했다고 한 참석자는 전했다.

 손 대표는 그러나 “통합에 참여하는 야권의 모든 세력이 모이는 연석(連席)회의에서 구체적 일정을 정하겠다”고 했다. 전날 의원총회에서도 일부 의원이 손 대표를 비판하자 “(대표) 임기 만료 전에 사퇴한다. 내 인격을 모독하지 말라”며 발끈하기도 했다. 손 대표는 박 전 원내대표 등의 ‘투트랙론’에 대해선 “야권 통합 전대를 추진할 것”이라며 부정적인 입장을 보였다. 이용섭 대변인도 기자간담회에서 “지분 나누자는 것은 국민의 뜻에 안 맞는다”며 부정적 입장을 밝혔다.

양원보 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