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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정촌’ 리모델링 했더니 …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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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9면

결혼적령기 남녀 10여명이 모여 짝을 찾아나서는 과정을 보여주는 SBS 프로그램 ‘짝’의 한 장면. 남녀 심리의 변화를 훔쳐보는 재미가 쏠쏠하다.

대놓고 보지는 못하지만 힐끗힐끗 쳐다본다. ‘불편한 진실’을 대하는 우리의 태도는 보통 이렇다. 올 3월 시작한 SBS의 ‘짝’이 딱 그렇다.

‘애정촌’이라는 외딴 곳에서 남녀 10여명이 1주일간 짝을 찾는 과정을 보여주는 이 프로그램은 평균 시청률이 8~9%다. 폭발적 인기라고는 할 수 없는데, 방영 다음 날이면 관련 게시물과 출연자 정보가 인터넷에 어김없이 올라온다.

 급기야는 MBC ‘무한도전’이 ‘짝’을 패러디한 ‘짝꿍’을 내놔 폭소를 터뜨리게 했다. 첫인상 선택 후 자기소개·도시락 선택·속마음 인터뷰 등으로 관계의 변화를 세밀하게 좇는 ‘짝’의 고유한 진행방식이 그간 충분히 흥미로웠음을 보여주는 계기가 됐다.

 ‘애정촌’이 승승장구하는 이유는 뭘까. 최근 한국인들의 짝짓기를 다룬 책 『짝, 사랑』을 내놓은 황상민 연세대 교수(심리학과)는 “말하기 쉽지 않은 ‘불편한 진실’을 솔직하게 보여주는 데다, 프로그램이 진화하고 있기 때문”이라고 설명한다.

 ◆‘맞춤형’에서 ‘감성형’으로=방영 초기 ‘짝’은 ‘여자는 외모, 남자는 경제력’이라는 통설을 확인하는 데 그치는 것 같았다. 대체로 예쁜 여자가 선택 받기 마련이었고, 안정된 직업을 가진 남자가 인기를 얻었다. 시청자들은 “조건을 따지는 모습을 적나라하게 보여줘서 차라리 속시원하다”는 반응과 함께 “불편하다”는 평을 내놨다.

 하지만 여름 ‘돌싱특집’을 계기로 점차 변화했다. ‘남자 6호는 농사를 짓고 있다’는 식으로 출연자를 ‘조건’으로 설명하는 것은 그대로지만, 감정의 변화를 더 노골적으로 부추기고 좇기 시작했다.

 2일 방송에서는 여자1호가 남자4호의 너무 적극적인 공세에 부담을 느끼는 모습, 남자1호의 어장관리에 분노하는 모습 등 감성적인 측면이 특히 부각됐다. 황상민 교수는 “한국사람이 짝을 정하는 기준은 스펙을 따지는 ‘맞춤형’, 감정을 중요시하는 ‘감성형’, 가족의 의견을 따르는 ‘가족형’ 등이 있다”며 “맞춤형의 모습만 보여주던 초기와 달리 인간의 다양한 감정을 보여주기 시작하며 더 흥미로워졌다”고 설명한다. ‘맞춤형 짝짓기 모드’에 ‘감성형’이 첨가되며 내용이 풍부해졌다는 것이다.

 ◆출연자 배경 다양화=프로그램 초기 시청자게시판에는 ‘왜 스펙 좋은 사람만 나오느냐’는 불만 섞인 글이 많이 올라왔다. 하지만 제작진은 ‘돌싱특집’ ‘만혼특집’ 등으로 돌파구를 마련했다. 또 북한 출신 여성, 농사를 짓는 남성 등 다양한 배경을 가진 출연자를 섭외하는 모양새다.

 출연자 배경이 다양해졌다는 얘기는 곧 프로그램을 통해 볼 수 있는 감정의 종류도 다양해졌다는 것. 연출을 맡은 남규홍 PD는 “짝을 찾아가는 과정에서 인간의 행동과 심리를 보여주고, 인간을 이해하는 폭을 넓히기 위해 기획했다”며 “누가 커플이 됐는지 결과가 중요하다면 ‘사랑의 스튜디오’를 보면 된다”고 말한다.

 ◆출연자 논란은 숙제=다큐멘터리와 예능 사이에서 줄타기를 했던 ‘짝’은 정통 리얼리티 쇼로 가닥을 잡았다. 과장된 편집과 흥행적 측면이 있기 때문이다. 문제는 ‘일반인 리얼리티 쇼’인 만큼 출연자 관련 논란이 툭하면 불거진다는 것. 남 PD는 “일반인이기 때문에 더 조심스러운 면이 많다. 이야깃거리를 많이 만들어내는 프로그램인 만큼 더욱 신중하게 만들 것”이라고 밝혔다.

임주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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