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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직증축 리모델링 논란 재점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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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일한기자]

노후화된 아파트를 위로 2~3개층 높이는 ‘수직증축 리모델링’을 놓고 다시 논란이 시작됐다. 국회에서 이달 중순께 수직증축과 일반분양을 허용하는 내용을 담은 관련법 개정안을 심의할 계획이어서 논란은 확산될 전망이다.

대한건축학회는 1일 현재 기술로 아파트를 3개층까지 높이는 수직즉축 리모델링이 구조안성에 문제될 것이 없다는 연구결과를 발표했다. 정부가 수직 증축을 허가하지 않는 대표적 이유인 안전성 문제를 정면으로 반박한 것이다.

구조 안전성 확보될까

대한건축학회 이원호 부회장(광원대학교 건축학과 교수)은 “노후 아파트에 대한 내진 보강을 위해서도 수직증축 리모델링이 절실하다”며 “아파트 기존 내부 벽체를 경량 칸막이 재질로 바꾸는 등 벽체와 마감재를 가볍게 해 건물 하중을 줄이는 방법을 활용하면 된다”고 말했다.

리모델링협회 이인영 부회장은 “건설 전문가들 사이에 리모델링의 구조 안전성 문제는 더 이상 왈가왈부할 문제도 아니다”며 “짧게는 15년, 길에는 30년 후까지 만족하면서 살 수 있는 품질 좋은 아파트로 리모델링을 하려면 수직증축이 절대적으로 필요하다”고 말했다.

하지만 정부는 즉시 건축학회 발표 내용을 반박하는 자료를 내 수직증축 리모델링을 허용할 수는 없다고 뜻을 굽히지 않았다.

국토부 관계자는 “수직증축을 위해서는 파일, 기초, 벽체 등 보강공사가 필요한데 정밀시공에 한계가 있어 품질확보 및 안전성을 확실히 담보할 수 없다”면서 “신축 당시 설계도면이 없거나 유지 관리가 안 된 아파트는 효과적인 구조 보강 자체를 기대하기 힘들다”고 주장했다.

리모델링협회 차정윤 사무처장은 “기존 건축물의 설계도면이 없더라도 현재 기술로 기존 건물에 대한 진단을 체계적으로 할 수 있다”며 “수직증축의 공법을 적용하는 데 아무런 무리가 없다”고 반박했다.

서일대학교 건축과 이재국 교수는 “호텔이나 일반 건축물은 3층이상 수직증축 리모델링을 하는 경우가 많은데 왜 아파트만 정밀 시공에 한계가 있다는 건지 납득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자원재활용 효과 별로 없나

수직증축 리모델링이 자원 재활용 면에서의 효과 여부도 논란이다. 이번에 국토부는 반박 자료를 통해 “전면 리모델링은 아파트의 골조만 남기고 대규모로 철거하는 방식이어서 사업비가 재건축의 80~90% 수준에 달한다”며 “리모델링 대상 주택이 준공 후 15년 이상이므로 사용연한이 충분한 점을 감안할 때 자원 낭비적인 요소가 많다”고 지적했다.

하지만 건설업계의 의견은 다르다. 공사에서 가장 비용이 많이 들어가는 내부 마감재, 인테리어 등이 완전히 새로 교체되기 때문에 공사비가 획기적으로 절감되진 않지만 콘크리트 등 기본 골조는 재활용하기 때문에 30% 이상 공사비가 줄어들고 폐기물도 크게 줄어든다는 것이다.

실제로 리모델링을 마친 서울 도곡동 동신아파트 1·2차의 공사비는 3.3㎡당 322만원으로 바로 옆 재건축 단지인 동신3차(493만원)보다 30% 이상 쌌다.

건설산업연구원 윤영선 박사는 “서유럽에서는 리모델링이 에너지 소비를 줄일 수 있는 친환경적 건축방식으로 인정받고 있고, 이미 전체 건설시장의 50% 이상을 차지할 정도로 활성화돼 있다”며 “소모적인 논쟁을 그만두고 주거환경 개선과 함께 내진성능 향상 등의 방법으로 리모델링을 적극 활용했으면 좋겠다”고 강조했다.

기반시설에 악영향 미칠까

정부는 수직증축 리모델링에 수반되는 가구 수 증가가 기반시설에 부담을 줄 수 있다는 입장이다. 국토부 관계자는 “현재도 리모델링시 건축기준이 완화돼 공사 후 용적률이 법적상한을 초과하는 경우가 있다”며 “가구 수가 늘어나면 도시과밀화 등으로 도로, 상하수도, 공원 등 기반시설이 부족해 질 것”이라고 주장했다.

하지만 건설업계 및 학계의 생각은 다르다. 기반시설이 부담이 되는 것은 인구가 증가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가구 수가 늘어나도 인구수는 늘어나지 않기 때문에 정부 주장에 무리가 있다는 반론이다.

실제로 통계청은 국내 인구는 2018년부터 감소하기 시작하지만 가구 구성원이 줄어들고 가구가 분화하면서 가구수는 2030년까지 늘어날 것으로 전망했다.

무한건축사사무소 이동훈 소장은 “인구가 줄어들기 때문에 리모델링으로 가구수가 늘어난다고 해도 도시기반시설 부족 현상은 나타나지 않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재건축과 형평성 어긋날까

정부는 리모델링을 할 때 가구수 증가와 일반분양을 허용하면 재건축과 비슷하게 돼 형평성에 어긋난다는 주장도 하고 있다.

지은 지 40년이 돼야 할 수 있는 중층(13~15층) 아파트 재건축의 경우 가구 수 증가율이 평균 13% 정도인데 지은 지 15년만 지나면 할 수 있는 리모델링을 통한 가구 수 증가를 허용하면 이와 비슷한 수준이 된다는 것이다.

또 재건축의 경우 임대주택 건설, 기반시설 기부채납 등의 부담을 져야하지만 리모델링은 어떤 공공부담 제도도 적용받지 않아 형평성에 어긋난다는 것이다.

하지만 역시 반대 의견도 만만치 않다. 만약 리모델링을 통해 집주인이 이익을 본다면 합리적인 수준에서 기부채납 등 부담을 지도록 하면 될 뿐 아니냐는 것이다.반대를 위한 반대라는 주장이다.

리모델링 추진 단지 주민들은 한목소리로 “투기이익을 보려는 게 아니라 생활환경을 개선하기 위한 리모델링을 하자는 것”이라며 “비용부담이 너무 크기 때문에 일반분양분을 조금 만들어 비용을 줄이자는 것일 뿐”이라고 주장한다.

1기신도시리모델링연합회 이형욱 회장은 “15~20년 전 지은 아파트는 대부분 2베이 구조여서 리모델링을 하면 앞뒤로 길어지는 기형적인 주택이 된다”며 수직증축이 아니면 리모델링 자체가 불가능하다"고 주정했다.

그는 "재산권 침해 소지가 있는 정부의 수직증축 반대 입장은 철회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한편, 현행법상 지은 지 15년 이상된 아파트는 30%까지 면적을 늘리는 증축 리모델링을 할 수 있다. 전국적으로 대상 단지는 27만여가구 정도며 경기 평촌·분당 등 수도권 1기 신도시에만 30여개 단지, 2만여가구가 수직 증축을 추진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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