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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view &] 3D 변환시킨 ‘라이언 킹’ 깜짝 대박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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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12면

최두환
KT종합기술원장 사장

영화 ‘아바타’가 공전의 히트를 친 뒤 한동안 ‘3D(3차원)’가 난리였다. 전용 상영관이 여기저기 생겨났다. 숱한 이들이 영상 콘텐트의 미래로 3D를 이야기했다. 삼성전자와 LG전자가 최고 품질의 3D TV로 글로벌 시장을 선도하면서, 이젠 정말 3D 시대가 코앞에 닥쳤다는 느낌을 받기도 했다. 한데 얼마 안 가 이에 대한 세간의 비평이 시작됐다. ‘아바타’ 이후 딱히 성공작이라 할 만한 3D 영화가 등장하지 않았다. 어떤 건 괜히 눈만 피곤하게 한다는 혹평을 받았다. 3D TV를 구입한 사람들은 그걸로 뭘 볼 수 있을지 의아해 했다.

 이런 와중에 재미있는 일이 발생했다. 달포 전쯤이다. 미국 디즈니사가 옛 히트 애니메이션 ‘라이언 킹’의 블루레이 디스크를 출시하면서 색다른 프로모션을 기획했다. 이 애니메이션의 3D 버전을 극장에서 상영키로 한 것이다. 애초엔 2주 정도만 걸어둘 생각이었단다. 블루레이 디스크 홍보를 위한 일종의 마케팅 수단일 뿐이었기 때문이다. 그런데 웬걸, 관객이 몰려들기 시작했다. 채 한 달도 되지 않아 자그마치 1억 달러 이상을 벌어들였다. 적은 인력으로 단기간 3D 변환 작업을 거쳤을 따름인데 이런 ‘대박’을 친 것이다.

 이 사건엔 여러 시사점이 있다. ‘3D 콘텐트에서도 역시 핵심은 스토리다’ ‘그럼에도 3D엔 분명 스토리 라인을 부각시키는 효과가 있다’ ‘3D에서도 예술적 감각은 중요하다’ 등등. 무엇보다 의미가 큰 건 이 프로젝트로 인해 사람들이 외면했던 3D를 다시 보게 됐다는 사실이다. 이는 3D에 대한 수요와 고객이 분명 존재함을 뜻한다. 3D 종사자들이 그 욕구를 제대로 파악하지 못했을 뿐이다. 기술도 아직 걸음마 수준이며, 시장 역시 이제 막 형성되는 단계다.

 기술과 시장이 아직 걸음마 수준이라는 건 뒤집어 말하면 우리가 어떻게 준비하느냐에 따라 정말 크고 좋은 기회를 맞을 수도 있음을 의미한다. 어떻게 해야 그런 호기를 잡을 수 있을까. 몇 가지 소견을 밝히자면 이렇다.

 첫째, 상대적으로 적은 비용으로 큰 시장에 진입할 수 있는 길을 찾아야 한다. 난 그것을 ‘2D-3D 변환’ 작업이라 생각한다. ‘라이온 킹’ 사례처럼 2D로 제작된 콘텐트를 3D로 변환하는 것이다. 새로이 3D 영화를 만들려면 엄청난 돈이 든다. 반드시 히트한다는 보장도 없다. 그러나 이미 한 번 흥행한 2D 영화의 경우 어떤 걸 3D로 바꾸면 눈길을 끌지 예측이 가능하다. 대상이 될 만한 콘텐트도 많으며 비용도 훨씬 적게 든다.

 둘째, 전문업체의 덩치를 키워야 한다. 국내에도 여러 2D-3D 변환 업체가 있다. 문제는 그 상당수가 규모가 작고 영세하다는 점이다. 아직 조그만 도토리들이 키 재기 하는 수준이다. 이래선 디즈니 같은 할리우드 제작사가 전체 변환 작업을 맡길 만큼 충분한 믿음을 주기 힘들다. 또 우리 업체들은 아직 정교한 기술보다 풍부한 인력으로 대응하는 상황이다. 서로 뭘 잘하고 못하는지도 확실히 모른다. 이런 업체들이 인수합병을 통해 어떤 임계치 이상의 규모를 갖게 되면 상황이 훨씬 유리해질 것이다.

 셋째, 남보다 앞서 2D-3D 변환 기술을 갈고 닦아야 한다. 이를 통해 단순 용역이나 하청이 아닌, 우월한 기술과 예술적 역량을 앞세운 고부가가치 영역을 개척해야 한다. 앞서 말했듯이 3D 관련 기술은 세계적으로도 아직 걸음마 수준이다. 반면 우리 학계의 영상 기술은 상당히 앞서 있다. 이를 2D-3D 변환 영역과 접목하면 시장을 선도할 수 있다.

 넷째, 우리 3D 기술과 사업을 발전시키고 펼칠 수 있는 장을 마련해 주어야 한다. 예를 들어 우리나라 각종 TV 채널에서 하루 30분만이라도 3D 콘텐트를 방영하도록 강제하면 어떨까. 우리 기술력을 마음껏 자랑하고 발전시킬 수 있는 계기가 될 것이다. 적지 않은 비용이 들겠지만 이를 통해 앞으로 크게 성장할 3D 영역을 선점할 수 있다면 국가적으로도 가치 있는 투자가 될 것이다.

 ‘라이언 킹 3D’의 성공에 힘입어 디즈니는 기존 인기 애니메이션들을 3D화하는 작업에 본격적으로 뛰어들었다. ‘미녀와 야수’ ‘인어공주’를 포함한 네 편의 애니메이션을 조만간 3D 버전으로 개봉한다. 다른 할리우드 제작사들도 이런 추세에 맞춰 옛 2D 흥행작들을 3D로 바꿔 선보일 가능성이 크다. 2D-3D 변환은 분명 성공이 예상되는 시장이다. 우리 기업들이 이를 선점해 크게 앞서 나갔으면 하는 바람이다.

최두환 KT종합기술원장 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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