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이트 열자마자 신입회원 30%나 늘었어요"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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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 영화요. 물론 아직은 돈이 되진 않지만, 길게 보면 분명한 수익모델을 갖출 수 있을 겁니다." 김대중 대통령의 방북 직전인 지난 6월1일 국내 최초로 북한 영화 전문 사이트(http://www. dprkfilm.com)를 연 영화전문 벤처기업 (주)무비랜드의 원종성 대표(44).

이 사이트엔 해방 이후부터 현재까지의 북한 영화를 시원기, 보존기, 화력집중기, 전성기 등 시기별로 일목요연하게 정리한 북한 영화사가 눈에 띈다. 또 북한의 영화 제작 시스템, 장르별 영화소개도 있다. 북한의 배우, 연출(북한에서는 감독을 연출이라 함), 작가 같은 북한의 주요 영화인에 관한 데이터베이스도 갖추고 있다.

앞으로 상당한 수준에 오른 북한 애니메이션과 주요 영화 동영상 서비스도 제공할 생각이다. 북한 영화 포털 사이트로 보면 틀리지 않는다.

이 사이트에서 네티즌들이 즐겨 찾는 코너는 남북 영화를 비교 분석한 특집코너. 예컨대 임권택 감독의 ‘춘향뎐’과 신상옥 감독이 북에 있을 때 만든 ‘사랑 사랑 내사랑’을 흥미있게 비교하는 것이다. 데이터베이스도 방문빈도수가 높은 코너인데 ‘꽃파는 소녀’의 주인공인 오미란이 인기라고 들려준다.

이 사이트를 만들기 위해 그가 들인 돈인 약 3천만원. 영화전문 포털 사이트인 무비랜드(http://www.movieland.co.kr)를 오래 전부터 운영해와 투자비를 크게 줄일 수 있었다고 한다. 무비랜드에서도 이 사이트로 접속할 수 있다.

원대표가 수익성 여부가 검증이 안된 북한 영화 사이트에 투자하게 된 것은 무비랜드의 회원에 대한 단순한 서비스 차원이다. 하지만 그는 “이것도 사업인 만큼, 장기적인 수익모델이 확실하기 때문에 과감히 투자한 것”이라고 강조한다.

이 사이트가 북한 영화 전문사이트로 자리잡으면 남과 북이 공동으로 영화를 제작하는 일이나, 북한 영화 및 비디오를 배급하는 일, 북한 영화를 프로모션하는 일 같은 각종 부가사업을 전개할 생각이라고 밝힌다. 이와 관련, 연도별 매출목표를 묻자, 그는 “남북관계가 얼마나 진전되느냐에 따라 크게 달라질 것”이라며 “어쩌면 이 사업은 북한 영화와 관련된 잠재고객과 미래사업가치를 미리 확보한다는 차원일 수도 있다”고 덧붙인다.

북한 영화 사이트는 벌써부터 무비랜드 매출에 큰 도움을 주고 있다. 우선 사이트 방문자수. “생각보다 네티즌들의 반응이 꽤 좋더군요. 하루 방문객이 1만5천~2만명이 됩니다. 페이지 뷰로 따져도 20만이 넘습니다.한 사람이 들어와 8~9페이지 정도를 보고 간다는 뜻 입니다.” 이런 열기 덕분에 무비랜드 신입 가입회원 수도 전에 비해 30% 정도 늘어났다. 원대표는 “이를 바탕으로 올해 8억~9억원의 매출을 예상한다”고 말한다.

99년 11월에 무비랜드를 창업한 그는 동국대 동국관 벤처타운빌딩 1층에서 2년간 입주예정으로 둥지를 틀었는데 사정이 허락하면 더 있을 생각이다. 북한학과가 있는 동국대 내 북한 영화정보 인프라가 아주 튼튼하기 때문이다. 모든 정보를 원스톱으로 얻을 수 있다.

원대표의 전공은 원래 영화가 아닌 컴퓨터다. 후지쯔코리아를 거쳐 제일제당C&C SI사업부 마케팅 부장을 하다가 영화 콘테츠의 사업성을 간파하고 KMCC 판영상사업단 대표이사 상무를 하다가 이 회사를 만들었다.

그는 영화와 관련된 독특한 수익모델은 인터넷 상으로 영화를 홍보해 주고 매출을 올리는 것. 예를 들어 김희선·신현준이 주연하는 ‘비천무’의 경우처럼 영화제작 이전부터 제작과정은 물론 상영 이후까지의 홍보를 전담하는 것이다. 북한 영화 사이트도 이런 방식으로 꾸려나갈 예정이다.

원대표는 영화홍보에만 만족하진 않는다. 서울 신당동에 무비랜드 영상제작파트 사무실을 따로 두고 있다. 현재 그는 김명곤씨(국립극장장) 작품을 영화화하는 작업을 진행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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