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北, 라디오·TV를 죄다 본드로 … `본드 족쇄` 등장

온라인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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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이 라디오란 라디오는 모두 본드로 채널을 고정시키고 있다. 텔레비전 채널도 마찬가지다. 중국산 고강도 접착제로 단단하게 붙여 북한 내 체제선전방송 이외에는 어떤 전파도 잡지 못하게 하고 있다. 이른바 `본드 족쇄`다. 지난달 카다피가 죽은 뒤 나타난 북한측의 조치다. 카다피 사망 소식을 주민들에게 감추려는 술책인 것이다.

31일 미국 자유아시아방송(RFA)에 따르면 카다피가 사망한 지 열흘이 지나도록 북한 주민들은 대부분 이를 모르고 있다. 북한 당국은 지난달 20일 카다피가 사망하자 불법 영상물과 출판물을 전문적으로 단속하는 통합 검열조직 `109상무`를 내세워 대대적인 본드 족쇄 작업에 나섰다. 심지어 간부들 승용차에 달린 라디오 마저 모조리 뜯어냈다. 109상무는 그간 주로 한국 드라마 등 외국 영상물을 통제해왔다. 최근엔 천안함과 연평도 사건을 다룬 DVD의 반입을 막기 위해 국경지대를 대대적으로 단속하기도 했다.

소식통에 따르면 해외에서 라디오로 카다피의 사망 소식을 들은 사람들 조차 이에 대한 이야기를 못하고 있다. 당국이 관련 소식이 퍼져나가는 경위와 진원지를 끝까지 추적해 색출하기 때문이다.

심지어 주민들의 체제불만형 노래나 한탄에 대해서도 강도높게 단속하고 있다. 올해 5월 양강도 혜산 주민들이 이런 일로 집중적인 검열당했다. 주민들 사이에 "강성대국의 문을 열어보니 한쪽에서 간부들이 `하늘처럼 믿고 삽니다` 란 노래를 부르고 있는데, 다른 쪽에서는 평민들이 `살고 싶어`란 노래를 부르고 있더라"는 우스개가 유행했기 때문이다. 간부들은 김정일을 하늘처럼 믿고 산다는 선전가요를 부르는데, 주민들은 현실을 한탄하는 북한의 민중 가요를 부른다는 의미다.

북한 당국은 보위부를 총동원했지만 유포자를 찾는데 실패했다. 대신 단순히 이런 얘기를 했다는 혐의로 혜산의학대학 여학생 1명과 7명의 주민들을 노동단련대로 넘겼고, 한 여중생이 이를 말했다는 이유로 부모를 처벌했다.

김진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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