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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상민의 부자 탐구 ⑦ 부자에 대한 착각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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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7면

황상민
연세대 심리학 교수

이 코너를 본 지인이 문자를 보내왔다. 자신에게 필요한 내용이라 했다. ‘부자가 되는 비법’을 알려주는 칼럼이라 생각한 것 같다. 부자에 대한 대중의 궁금함을 심리학자가 풀어주는 공간은 맞다. 누구든 부자에 대해 궁금한 것이 있다면 e-메일 질문을 환영한다.

 부자에 대한 질문은 보통 이렇다. “부자는 어떻게 돈을 모았고, 어떤 곳에 돈을 쓰고 싶어 할까? 그들이 선호하는 자동차는 무엇이고, 명품을 구입할 때는 어떤 점을 가장 중요하게 여길까? 자녀 교육은 어떻게 하며, 어떻게 키울까? 얼마나 기부하고 있으며, 또 자식들에게 유산은 얼마나 남길 요량인가?” 이런 질문에 대한 정확한 답은 “각자 다르다”이다. 심리학자가 탐색할 필요가 없다.

 혹시 평균적 부자가 어떤지를 알기 원하는가? 사실 존재하지 않는 부자를 찾는 셈이다. 평균적 인간은 없기 때문이다. 아니, 그런 부자를 안다 해도 당신이 부자가 되는 데 도움이 되지 않는다. 하지만 많은 사람은 그것을 알고 싶어 한다. 자신이 부자가 아니라고 생각하는 사람들일수록 더욱 그렇다. ‘부자들이 어떻게 사는지’가 궁금한 것이다. 이런 사람들일수록 “부자란 특별히 다른 무엇이 있고, 그 차이를 알면 나도 부자가 될 수 있을 것”이라고 기대한다. 부자 되기 힘든 사람의 심리다.

 

부자 탐색은 ‘부자의 심리’ ‘부자가 되려는 사람의 심리’ ‘부자를 보는 사람의 심리’ 등을 모두 다룬다. 부자의 핵심과 부자가 되는 인간 심리를 탐구한다. ‘부자(富者)는 모두 다르게 살지만 결국 부자(父子)의 문제로 귀결된다’는 말도 이 심리의 한 사례다. ‘인간이 어떻게 살든 결국 다 죽는다’와 유사한 원리다. 부자와 기부가 분리될 수 없는 이유이기도 하다. 결국 자신의 부를 ‘누구에게, 어떻게’ 넘겨줄 것인가의 문제이기 때문이다.

 정말 부자가 되고 싶은 사람이라면 부자가 특별한 사람이라는 환상부터 버려야 한다. 왜냐하면 부자가 되는 비법을 찾는 것은 ‘자신이 어떤 사람인지’를 아는 데서 시작되기 때문이다.

 한국에 가장 많다는 부동산 부자에 대한 이런 글을 본 적이 있다.

 “부동산으로 부자가 된 사람들은 큰 흐름을 정확히 읽는 능력을 키우고 있다. 그들은 경제를 바로 보는 능력이 있으며 경제가 부동산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잘 알려고 한다. 부자들은 정확한 고급 정보와 지식으로 확인하기 전에는 절대로 투자하지 않는다. 그들은 고정관념에 빠지는 게 얼마나 무모한 것인지 잘 알고 있기 때문이다. 그들은 열심히 현장 중심으로 시장 조사를 하고 정치·경제·사회·문화 등 복합적인 큰 흐름을 관통하는 주요 요인의 변화를 지켜본다.”

 거짓은 아니겠지만 사실도 아니다. 부동산 부자들의 부를 합리화하는 말이다. 품격 부자로 포장하고 싶은 심리의 반영이다. ‘헤지펀드의 대부’로 불리는 조지 소르소의 아들은 훨씬 솔직하게 부자의 비법을 알려준다.

 “우리 아버지는 자신의 투자 비법이라며 남들에게 그럴듯하게 전략과 원칙을 이러쿵저러쿵 얘기하지요. 하지만 나중에 특정 펀드를 사거나 파는 결정은 어떻게 했느냐고 물으면 대개 이렇게 말해요. ‘그냥 좀 기분이 이상해서’, 심지어 ‘옆구리가 결려’ 특정한 펀드를 사거나 팔기도 했다고 하더군요.”

황상민 연세대 심리학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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