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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종사 2명 모두 오른쪽 가슴 늑골 부러져”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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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6면

제주도 인근 해상에서 추락한 지 3개월여 만에 발견된 아시아나항공 화물기 조종사들은 사고 당시 충격으로 인해 시신이 크게 훼손된 것으로 확인됐다. 또 항공기는 진행 방향으로 이동하다 추락한 것으로 추정되고 있으나 정확한 추락 상황은 블랙박스를 찾기 전에는 파악하기 어려운 것으로 나타나고 있다.

 제주해양경찰서는 31일 제주대학교병원에서 유가족이 입회한 가운데 최상기(52) 기장과 이정웅(43) 부기장의 시신을 부검했다. 제주대 강현욱 교수는 “부검 결과 두 분 모두 오른쪽 가슴 위쪽의 늑골이 함몰·골절됐고, 장기 파손과 출혈이 있었던 것으로 확인됐다”며 “머리 등이 크게 훼손돼 직접적인 사인을 단정할 순 없지만 사고 당시 충격이 치명적인 요인이었을 수 있다”고 밝혔다.

 제주해경은 이날 국립과학수사연구원에 이들의 DNA 감정을 의뢰했다. 두 조종사에 대한 정확한 신원 확인과 약물·알코올 반응 여부 등 DNA 검사 결과는 이르면 2~3일 내로 나온다.

해경은 DNA 결과가 나오면 검찰의 지휘를 받아 시신을 유족에게 인도할 방침이다. 최 기장의 부인 성모(48)씨 등 유가족들은 지난달 30일 시신에 대한 확인을 마쳤다.

아시아나항공 측은 시신 인도 절차가 끝나면 유족과의 협의를 거쳐 장례 절차를 진행할 예정이다.

 고민관 제주해양경찰서 형사계장은 “부검 없이 시신을 인도하면 정확한 사망 원인을 밝힐 수 없어 유족들의 요구와 검찰 지휘에 따라 부검을 진행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발견 당시 입고 있던 옷이나 여러 간접 정황에 의해 신원은 확인됐지만 명확한 조사를 위해 DNA 검사를 의뢰했다”고 말했다.

 사고 순간 상황과 관련, 항공철도사고 조사위 관계자는 “화물기에 화재가 발생한 이후 추락했다는 사실만 확인됐다”며 “정확한 추락 원인과 추락 순간 조종사가 어떻게 조치했는지는 블랙박스를 인양해 분석해야 알 수 있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바닷속에 화물기 잔해가 항공기의 머리, 동체, 꼬리 등의 순으로 깔려 있었다”며 “이 같은 사실에 비춰볼 때 항공기는 진행 방향으로 이동하다 추락한 것으로 추정된다”고 말했다. 조사위는 인양된 잔해를 원형대로 배열하는 작업을 마치면 사고 원인 분석에 나설 계획이다.

제주=최경호 기자, 이상화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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