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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번 … 두 번 … 자꾸만 보고싶네, 인도영화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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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5면

인도영화 저변을 넓힐 것으로 기대되는 영화 ‘청원’의 한 장면. 전신마비 상태가 된 천재 마술사와 간병인의 사랑을 통해 안락사 불허의 정당성을 묻는다.

3일 개봉하는 영화 ‘청원’은 웬만한 막장드라마보다 흥미롭다. 전신마비 환자와 간병인의 이루어질 수 없는 사랑, 배신과 음모, 눈물과 웃음이 126분을 거미줄처럼 감싼다. ‘초록 눈의 여신’으로 불리는 인도의 정상급 여배우 아이쉬와라 라이(소피아 역)의 미모는 압도적이다. ‘인도의 마이클 잭슨’이라 불리는 리틱 로샨의 매력도 빠지지 않는다. 안락사 청원을 내는 전신마비 환자 역을 맡아 “환상적인 춤 솜씨를 볼 수 없지 않느냐”는 팬들의 항의를 받았다는 배우다. ‘왓 어 원더풀 월드(What a wonderful world) ‘스마일(Smile)’등 추억의 팝송은 가슴을 뭉클하게 파고든다. 인도의 유명 휴양지 고아의 풍경과 유럽풍 대저택도 눈길을 고정시킨다.

 ‘청원’은 흔히 ‘발리우드(Bollywood)영화’로 불리는 인도산(産)이다. 최근 인도영화의 약진이 두드러진다. 올해 ‘내 이름은 칸’이 38만 명, ‘세 얼간이’가 45만 명을 끌어들였다. ‘청원’도 200여 개 스크린에서 상영될 예정이다.

 인도영화의 선전은 이례적이다. 국내 극장가는 한국영화와 할리우드 영화가 거의 절반씩 나눠가진다. 나머지는 유럽과 중국, 일본 영화다. 인도는 다른 제3세계 국가들과 더불어 점유율 1% 미만인 ‘기타영화’에 속한다.

인도영화가 떠오르기 시작한 건 2009년. 인도와 영국 합작인 ‘슬럼독 밀리어네어’가 전국 관객 110만 명을, 시사주간지 타임지가 2005년 최고의 영화 10편에 포함시킨 ‘블랙’이 86만 명을 동원하면서다. 특히 ‘세 얼간이’는 인터넷 불법 다운로드로 ‘볼 사람은 다 본’ 악조건이었지만, 예상을 깨고 흥행해 인도영화 시장의 가능성을 엿보게 했다.

 ‘청원’을 보면 인도영화의 강점을 짐작할 수 있다. 무엇보다 완성도가 높다. 정광현 한국인도영화협회 회장은 “발리우드 영화는 1년에 1000편 가까이 제작되는데, 국내 수입되는 작품은 이중에서도 할리우드를 겨냥해 자본을 많이 투입한 블록버스터급 영화다. 아카데미 작품상을 받은 ‘슬럼독 밀리어네어’가 보여주듯 인도 스태프는 세계 최고의 수준을 인정받는다”고 말했다.

 이야기도 ‘MSG(화학조미료)영화’라는 별명이 붙을 만큼 자극적이면서 중독성이 있다. 한 영화 안에 로맨스와 코미디, 드라마 등 다양한 장르가 공존한다. 희비극을 넘나들다 춤과 노래가 나오는 식의 엉뚱한 전개도 이색적이다. 영화평론가 정지욱씨는 “인도영화는 순정과 배신, 신파 등을 골고루 섞어 특유의 즐거움을 준다. 안락사 문제를 제기한 ‘청원’처럼 즐거움 속에 분명한 메시지도 던진다. 인도영화의 장점과 할리우드의 대중성을 잘 취한 것 같다”고 평했다.

 국내에서 히트한 인도영화들은 이른바 ‘맛살라 영화’로 불리는 정통 발리우드 영화는 아니다. 맛살라 영화는 영화 중간중간 춤과 노래를 잔뜩 넣어 뮤지컬적 요소가 상당히 강하다. 러닝타임도 3시간은 기본이다. 반면 ‘블랙’ ‘내 이름은 칸’ ‘청원’은 할리우드 스타일에 가깝다. 주인공들도 영어를 쓴다.

‘세 얼간이’는 맛살라 영화지만, 원래 상영시간 171분에서 30분 가까이 잘라낸 ‘코리안 버전’으로 상영됐다.

기선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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