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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CB 새 수장 ‘슈퍼 마리오’ … 게임처럼 임무 완수할까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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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2면

‘슈퍼 마리오’가 유럽의 구원투수로 등판한다. 1일(현지시간) 장 클로드 트리셰에 이어 유럽중앙은행(ECB) 신임 총재에 취임하는 마리오 드라기(Mario Draghi) 이야기다. 슈퍼 마리오는 일본 닌텐도가 만든 비디오 게임 주인공이다. 온갖 장애물을 넘어 목적지까지 가는 캐릭터다. 1980년대 대학교수에서 시작해 세계은행 이사와 이탈리아 재무부 장관을 거쳐 골드먼삭스 부회장을 역임한 뒤 다시 이탈리아 중앙은행 총재로 승승장구하자 이탈리아 언론이 그에게 붙인 별명이다. 특히 그는 91년부터 10년 동안 이탈리아 재무장관을 하면서 과감한 민영화로 이탈리아 재정을 개혁했다는 평가를 받았다.

 ECB 총재에 오르는 과정도 순탄치 않았다. ECB 총재는 프랑스와 독일 출신이 번갈아 맡는 게 관례다. 트리셰가 프랑스 출신이었기 때문에 후임은 악셀 베버 전 독일 중앙은행 총재가 유력했다. 그런데 베버가 도중에 민간에서 일하겠다며 경쟁에서 스스로 빠지는 바람에 드라기가 급부상했다. 그후에도 “재정난을 겪고 있는 국가 출신이 ECB 수장이 되는 건 바람직하지 않다”며 반대한 독일 앙겔라 메르켈(Angela Merkel) 총리를 가까스로 설득해 총재 자리에 올랐다.

  드라기는 본래 “중앙은행의 최우선 과제는 물가 안정”이라고 보는 ‘매파’다. 물가 안정보다 유럽 재정위기 확산의 차단에 주력해 온 전임 트리셰와는 다른 색깔을 보일 것이란 관측이 나오는 건 이 때문이다. 그가 ECB 총재 자리에 앉도록 양해해 준 독일도 그의 이 같은 입장을 지지하고 있다. 11월 3일로 예정된 ECB 통화정책 결정회의에서도 금리 인하보다 동결 쪽으로 분위기를 몰아갈 전망이다. 유로존 내부에선 경기 침체를 막기 위해 금리를 조기 인하해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돼왔다.

  대신 유로존 국채 매입 정책에선 전임 트리셰의 노선을 당분간 유지할 것으로 보인다. 지난달 26일 유럽 정상들이 진통 끝에 겨우 재정위기 수습책에 합의한 만큼 이를 효과적으로 집행하는 게 당장 발등에 떨어진 불이기 때문이다. 더욱이 국제금융가에선 유럽 정상의 수습책이 과연 효과가 있을지에 회의적인 시각이 여전하다. 유럽재정안정기구(EFSF) 기금 확충부터가 난관에 부닥쳐 있기 때문이다.

 EFSF 설계자이자 초대 수장에 오른 클라우스 레글링 최고경영자(CEO)가 EFSF 투자 유치를 위해 중국과 일본을 직접 방문했으나 똑 부러지는 답을 얻지 못했다. 레글링의 투자 요청에 중국은 “유럽이 위기를 극복할 수 있을 것”이라고만 언급했을 뿐 투자에 대해선 함구했다. 그나마 일본이 “앞으로도 EFSF가 발행한 채권을 계속 사들이겠다”는 답변을 내놓은 게 진전이었다. 그렇지만 일본도 얼마나 매입할지는 구체적으로 밝히지 않았다. 현재 일본은 EFSF가 발행한 채권의 20%를 보유하고 있다. EFSF는 투자 유치를 위해 투자분의 20%까지는 손실을 보전해 주겠다는 ‘당근’까지 내걸고 있지만 시장의 반응은 여전히 시큰둥한 상태다. 

뉴욕=정경민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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