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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스피 2000, 중국 긴축완화에 달렸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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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9면

국내 증시가 안정을 되찾고 있다. 지난 8월 이후 1652.71(9월 26일)까지 주저앉았던 코스피지수는 지난달 27일 1900선을 회복했다. 31일 코스피는 20.45포인트(1.06%) 내린 1909.03에 마감했다. 단기 급등에 따른 부담으로 소폭 하락하긴 했으나 1900선은 지켜낸 것이다. 이제 시장의 관심은 “증시가 상승세를 이어가며 2000선을 다시 돌파할 수 있느냐”로 모아지고 있다.

 증권시장에서 코스피 2000선 돌파의 핵심 키워드로 여기는 것은 ‘중국의 긴축완화’다. “중국의 긴축완화로 국내 증시의 펀더멘털(기초여건)이 보강돼야 비로소 2000선 이상을 바라볼 수 있다”는 게 상당수 증권사의 평가다. 상승세가 지속되기 위해선 유로존 위기가 누그러지는 것만으로는 부족하고 전 세계의 돈줄을 쥐고 있는 중국이 긴축완화 쪽으로 정책을 꾸려가야 한다는 얘기다.

 31일 각 증권사는 중국의 긴축완화와 관련된 보고서를 잇따라 내놨다. 김세중 신영증권 투자전략팀장은 “유럽연합(EU) 정상회담에서 위기 해결을 위한 총론적 합의는 이뤄졌다고 해도 각론에서의 갑론을박은 불가피하다”며 “지금 주식시장의 펀더멘털을 좌우할 핵심 요인은 중국”이라고 강조했다. 박형중 메리츠종금증권 투자전략팀장은 “중국은 물가상승 우려 완화로 정책의 무게중심이 ‘긴축’에서 ‘내수 확대’로 변하고 있다”며 “돼지고기와 원자재 가격하락, 위안화 절상효과 등을 고려하면 중국의 소비자물가상승률은 연말에 4%대로 하락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그러면서 “물가상승률이 5% 아래로 떨어지면 중국 당국은 중·소형 은행에 적용하는 지불준비율을 인하할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지불준비율이 낮아지면 시중에 돈이 풀리게 되고 이를 토대로 중국 경제가 활성화되면 대중(對中) 수출 의존도가 높은 한국 경제에 호재로 작용할 것이란 분석이다. 김낙원 하이투자증권 선임연구원은 “이제 중국의 긴축이 끝자락에 왔다고 판단한다”며 “중국은 (경험적으로) 긴축 종료 시점이 되면 곧바로 제조업 구매관리자지수(PMI)가 반등하는 경향이 있다”고 말했다. 중국의 제조업이 살아나면 국내 화학·철강·기계업종 등의 수출도 덩달아 살아날 수 있다는 게 증권업계의 시각이다.

 실제 중국 지도부는 ‘말과 행동’을 통해 긴축완화에 대한 기대감을 높이고 있다. 지난달 24~25일 중국 톈진(天津) 빈하이(賓海) 신구(新區)를 방문한 원자바오(溫家寶·66) 중국 총리는 “거시경제 정책을 적절한 시기에 적절한 정도로 미리 조금씩 조정해야 한다”고 말했다. 일각에서 가능성을 제기하는 경착륙(Hard Landing)을 미연에 방지하기 위해 경제정책의 미세조정이 필요하다는 발언으로 풀이될 수 있는 대목이다. 중국 상무부·재정부·인민은행 등이 지난달 26일 ‘12차 5년 계획기간 소비확대 관련 의견안’을 발표한 것도 긍정적 신호다. 이에 따르면 중국은 내년부터 일년에 한 달을 ‘소비의 달’로 정해 소비 부양에 나서게 된다.

허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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