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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양의 사회주의적 도시계획]

중앙일보

입력

잘 정비된 가로망과 울창한 녹지를 자랑하는 '환경도시' 평양.

남북정상회담 동안 TV를 통해 평양의 모습을 생생하게 본 시민들은 "마구잡이 개발로 초고층 콘크리트 건물이 난립한 '메마른 도시' 서울과 너무 비교된다" 는 반응을 보였다.

◇ 철저한 계획도시〓서울과 평양은 큰강과 산을 끼고 있는 고도(古都)
라는 태생적 공통점을 갖고 있다.

그러나 55년간 자본주의와 사회주의라는 이질적인 체제를 겪으면서 두 도시의 '얼굴' 도 확 달라졌다.

평양은 사회주의 도시계획의 원리에 따라 철저하게 계획적으로 정비됐다. 행정구역 면적은 서울의 4배를 넘지만 5%만 도시화했고 인구도 서울의 30%정도다.

평양의 설계사는 전후 복구계획을 주도한 건축가 김정희(1975년 사망)
. 소련 건축아카데미에 유학한 그는 50~60년대 소련과 동유럽풍의 건축양식(평양역사.김일성광장 등)
을 도입시켰다.

인민대학습당.주체사상탑 등 체제의 우월성을 강조한 대규모 건축물들은 70년대 주체사상이 강조되면서 속속 지어졌다.

◇ 거리 중심의 시가지〓서울은 강남.잠실 등 지역단위로 개발이 이뤄진데 비해 평양은 거리중심으로 개발됐다. 천리마.광복.청춘거리 등 주요거리만 30여개가 넘는다.

평양의 도심에는 중심상업.업무지구가 없다. 접근성에 기초한 땅값(지대)
이 아니라 엄격한 계획에 의해 건물 입지가 결정되기 때문이다.

그래서 서울과 달리 평양은 도심에 미술관.박물관 등 공공.문화시설 등이 집중돼 있으며 야간에 공동화 현상도 없다.

◇ 공원속의 도시〓북한은 평양을 혁명과 사상의 수도이자 자본주의적 무질서와 과밀을 배척한 '공원속의 도시' 로 가꾸는데 역량을 쏟아왔다.

평양시 토지이용에서 녹지가 차지하는 비율은 77%(농업용지 포함)
으로 서울(26%)
보다 크게 높다. 1인당 녹지면적도 48㎡로 '화원(花園)
의 도시' 로 불린다.

◇ 대중교통 중심〓정상회담기간에도 확인됐듯이 평양의 거리는 한산하다.

이는 직장과 주거공간을 가깝게 위치시켜(職住近接)
불필요한 이동을 원천적으로 차단, 이동 수요자체가 많지않은 게 근본이유다.

평양의 교통수단은 지하철(2개 노선)
과 무궤도전차(전기 버스)
가 대종을 이룬다.

서울은 승용차의 수송분담률(19.6%)
이 높지만 평양에선 승용차통행이 적어 대기오염이 덜하다.

북한 도시계획 연구로 국내 첫 박사학위(서울대 도시공학과)
를 받은 대진대 김현수(金眩秀)
교수는 "체제가 다른 두 도시의 장단점을 단순 비교할 순 없다" 며 "과밀분산.직주근접.녹지확충 등의 정책은 자본주의 도시 문제 해결에도 도움을 줄 수 있다" 고 지적했다.

장세정 기자 <zhang@joongang.co.kr>

<사회주의 도시계획의 주요 원리>

▶도시규모의 제한-反대도시
▶정부의 주택통제-공동주거
▶직주(職住)
근접-이동불편 최소화
▶엄격한 토지이용 계획-선계획 후개발
▶충분한 녹지확보-도시의 공원화
▶합리적 교통처리-대중교통 중심
▶중심지의 도시상징성-이념 선전 건축물
▶도.농 통합-균형발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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