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려운 상황 오면 시나리오 짜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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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8면

정준양(63·사진) 포스코 회장이 최근 열린 임원회의에서 “단기적으로 세계 철강산업이 어려움을 겪을 것으로 예상된다”며 위기 극복 처방전으로 ‘패러독스(paradox) 경영’이라는 새로운 화두를 들고 나왔다.

 27일 포스코에 따르면 정 회장은 “패러독스 경영이란 차별화(differentiation) 및 원가 절감과 같이 양립하기 어려운 요소를 결합해 성과를 내는 방식”이라면서 “포스코는 최고 품질의 제품을 최저 원가로 생산할 수 있는 기술을 개발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정 회장은 이날 미국의 저명한 경제 칼럼니스트 애미티 슐래스의 경영 서적인 ‘잊혀진 사람(The Forgotten Man)’을 거론했다.‘잊혀진 사람’은 대공황기 미국 경제를 되짚어보고 불황에 대한 해법을 제시한 책으로 경제위기에서 탈출하기 위한 거의 모든 실험이 대공황기에 이미 시도됐다는 것을 분석했다.

 정 회장은 “앞으로 어려운 상황이 전개될 경우 시나리오별로 어떻게 대응할지를 고려해 내년 경영계획 수립에 반영하고, 내년에는 분기가 아니라 매월 경영계획을 롤링(점검·수정)해 돌발 상황에 철저하게 대처할 수 있도록 준비하라”고 주문했다.

 그는 또 “포스코경영연구소가 중심이 되어 당시 정책 결정자들이 어떤 결정을 내렸는지, 또 이를 바탕으로 앞으로 어려운 상황이 전개될 때 어떻게 대응해야 할지에 대해 분석해 줄 것”을 요청했다. 이어 “무에서 유를 창조하는 창조정신, 어떤 어려움도 극복하는 도전정신이 포스코의 유전자 속에 흐르고 있기 때문에 오히려 어려움이 다시 한번 도약하는 좋은 기회가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런 연장선상에서 그는 이날 서울 장충동 호텔신라에서 열린 리커창 중국 부총리 초청간담회에서 “앞으로 대형 인수합병은 고려하고 있지 않다”며 “위기관리 차원에서 시나리오를 최상과 최하까지 5단계로 세분화해 상황별로 적용하고 있다”고 말했다.

김태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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