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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 '남북경협' 굳히기행보 가속화

중앙일보

입력

남북정상 회담이후 재계의 경협 움직임이 가시화될 조짐을 보이자 현대의 호흡이 점차 가빠지고 있다.

김대중 대통령 수행을 마치고 15일 귀국한 정몽헌 현대아산 이사는 16일 오전 10시30분께 김윤규 현대건설 사장과 함께 청운동 자택으로 정주영 전명예회장을 찾아 방북성과와 향후 경협추진 계획을 보고했다. 또 오는 28일 정 전명예회장 방북을 앞두고 현대 각 계열사는 `포스트-서밋' 경협계획 수립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물론 삼성, LG 등 다른 대기업 역시 `경협특수'를 겨냥한 물밑움직임이 분주한 것은 사실이지만 그동안 공을 들일만큼 들여온 현대와는 차이가 크다. 경협구도가 정상회담을 계기로 현대 일변도에서 다원화 양상으로 이전될 것이 확실시되면서 현대는 `입지 다지기'에 사활을 걸 수 밖에 없는 상황이다.

◇ 대북실무접촉 재개할 듯 = 재계 대북관계 전문가들은 "이제 경협구도가 `임의성'에서 `제도화'로 바뀌었다"고 말하고 있다. 굳이 득실계산을 한다면 현대로서는 득보다 실이 크다.

정부차원의 보호막 속에서 안정적인 대북사업을 할 수 있는 이점이 있다. 그러나 정부 정책방향이 재계의 공동참여를 유도하는 쪽으로 선회하고있어 현대의 `연고권'이 그만큼 축소될 수 밖에 없다. 쉽게 말해 독점에서 경쟁체제로 사업환경이 점차 변화해가고 있는 셈이다.

물론 대북 노하우를 감안할 때 현대가 여전히 `이니셔티브'를 쥐고 있는 것은사실이다. 이달말 정주영 전명예회장의 방북을 예고한 대목도 대북사업에서의 현대위상을 재확인할 수 있다. 다만 현대로서는 다른 대기업들에 앞서 선수를 쳐야만할상황이다. 가급적 빨리 북한으로부터 기존 사업권에 대한 `확약'을 받아내는 게 급선무인 셈이다.

이런 맥락에서 볼 때 현대는 정부 주도의 경협프로그램에 참여하는 한편으로 기존 `대북라인'을 재가동하는데 주력할 것이란 관측이 높다. 따라서 김윤규 현대건설사장 등 그룹내 대북통들이 중국 베이징 또는 일본 등을 통해 북한실무자들과 잇단접촉을 가질 것으로 전망된다.

특히 28일께로 예정된 정 전 명예회장의 방북 일정이최종 확정되지 않은 점을 감안할 때 조만간 현대의 대북라인이 가동될 것으로 보인다.

◇ 정 전명예회장 방북 뭘 노리나 = 현대는 이달말로 예정된 전명예회장의 방북에 적잖은 의미를 두고 있는 눈치다. 현대 내부에서는 그의 북한 방문을 북한측이현대의 지위를 그만큼 보장하겠다는 뜻으로 받아들이고 있다.

또 남북간 화해무드가최고조에 달한 시점에서 방북이 이뤄지는 만큼 현대가 가져갈 `떡'도 그만큼 많아질것이라는 분석도 있다. 여기에 시기적으로 남북 정상회담의 `후속편'이라는 인상을대내외적으로 남긴다는 점도 현대에게는 긍정적 요인이라는 판단이다.

물론 정 전명예회장의 방북은 새로운 이슈를 몰고올 가능성은 별로 없다. 다만 ▶서해안공단사업 ▶금강산 종합개발 사업 등 기존 현안들을 일괄 타결짓는 자리가될 공산이 크다.

이런 현안들은 지난해 정 전명예회장이 김정일 국방위원장과 원칙적 합의를 본 사항이었으나 실무협상에서 명쾌한 결론이 내려지지 않았다가 다시 정상회담 국면에 한켠으로 밀려나 있었다.

그러나 사업특성상 이런 현안들은 향후 경협에서 매우 중요한 몫이다. 현대가올해초부터 정 전명예회장의 방북을 줄기차게 추진해온 것도 그만큼 사업의 미래가치가 높다는 판단에서다.

업계 관계자는 "서해안공단만 하더라도 초기 경협의 모든것이 담겨있는 프로젝트"라며 "남북당국간 협상을 통해 이중과세방지 및 투자보장협정이 타결된다면 공단조성 사업이 가져올 경제적 이익은 매우 클 것"이라고 말했다.

금강산 종합개발 사업도 북한으로부터 `승인'만 받는다면 유무형적 기대 효과가막대하리라는 게 관광업계의 관측이다. 현대 내부사정을 따져보더라도 반드시 실현시켜야 할 과제이기도 하다.

최근 일부 계열사의 유동성 위기를 겪은 현대는 앞으로 무분별한 대북사업 확장보다는 보다 내실있는 수익성 확보가 시급한 실정이기 때문에 `돈 되는' 현안을 조속히 타결시켜야 한다는 절박감이 높다. 이번 방북에서 북한측과 그동안 협의해 온 경의선 등 철도 복원사업도 상당한 진척을 볼 것으로 현대는 기대하고 있다.

◇ `독식'은 않겠다 = 남북정상 회담이후 현대의 대북관계자들은 한결같이 "앞으로 경협과정에서 현대의 `독식'은 없을 것"이라고 말하고 있다. 정몽헌 현대아산이사도 방북도중 "서해안 공단사업을 현대 혼자서 하기는 어렵다"며 "국내외 기업이함께 참여하는 형태를 띨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현대의 이런 입장은 향후 사회간접자본(SOC) 확충을 주축으로 한 대북사업 방식을 `현대+α'의 컨소시엄 형태로 가려는 뜻으로 분석된다. 투자위험 분산 차원에서현대가 `리딩 컴퍼니(Leading Company)' 구실을 하되, 나머지 국내외 기업들은 일정몫을 할당받아 공동참여하는 형태로 가자는 뜻이 함축된 것으로 보인다.

일례로 철도, 도로, 항만, 공단 등 SOC 사업의 경우 그동안 북한측과 꾸준히 협의를 해온 현대건설이 주도하되, 대우, LG,동아건설,대림산업 등이 공동참여하는 형태를 생각하고 있는 것 같다.

그러나 SOC 사업외에 다른 업종은 국내 각 대기업이나 중소기업이`각개약진'하는 형태로 정착될 가능성이 높아 현대가 그리 큰 기대를 걸고 있지는않다. 다만 전자업종의 경우 장기적인 사업가치가 높아 현대가 적극적으로 나설 가능성도 있어 보인다.(서울=연합뉴스) 노효동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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