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폐지·빈병·고물 등 모아 이웃사랑 실천해요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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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면

지난 20일 경기 성남시 가천대학교 경원캠퍼스 공대 학생들이 일주일간 모은 폐지와 고물들을 나르고 있다. 이들은 사회적기업 ‘삼육오천사’를 통해 얻는 판매 수익금으로 나눔을 실천하고 있다. [황정옥 기자]

“으아~ 무겁다. 한 명이 차에 올라타서 좀 받아봐.” 젊은이 여섯 명이 아침부터 빈 박스와 폐지, 공업용 필름 등을 나르느라 분주하다. 지난 20일 경기 성남시 가천대학교 경원캠퍼스. 공과대 학생회 소속인 이들은 일주일 간 공대 안에서 나온 재활용품들을 삼육오천사(365천사)의 ‘천사카’에 실었다. 폐지와 고물을 나르는데 쓰는 1톤 탑차다. 학생들이 안고 나온 초록색 ‘천사통’은 폐지와 고물을 정리해 둘 수 있도록 삼육오천사가 제공하는 수거함이다.

삼육오천사는 폐지·헌옷·빈병 등의 재활용품과 고물을 수거해 판매하면서 수익금의 30%를 이웃돕기에 쓰는 ‘나눔 고물상’이다. 회원들에게도 3개월 단위로 판매금 20%를 돌려줘 자율적으로 기부할 수 있도록 하는데, 회원 중 90%는 “알아서 좋은 곳에 써달라”며 그 돈을 돌려받지 않는단다. 가천대 공대 학생회의 경우 그렇게 돌려받은 돈으로 장학금을 마련하고 있다. 부회장 이효언(22·건축설비공학 4)씨는 “그냥 버리면 쓰레기인데 이걸로 좋은 일을 할 수 있으니 참 신기해요. 지금까지 20여만원이 모였는데 50만원을 채워 형편이 어려운 공대 학생에게 전달할 거에요”라고 말했다. 이날 함께 수거에 나선 장은정(21·여·건축설비공학 3)씨는 “도면을 많이 쓰는 조경학과나 건축학과가 폐지 모으는 데 일등 공신”이라며 웃었다. 이씨는 “가천대 모든 단과대학이 재활용 기부를 할 수 있도록 연말에 총학생회에 건의해볼 계획”이라고 말했다.

삼육오천사는 쌀 유통업을 하던 김구자준(51) 대표가 ‘사람들이 좀더 자발적으로 재활용에 참여하도록 만들면서 나눔도 함께 실천해보자’는 생각으로 2007년 시작했다. 올해 2월 서울형 사회적기업 승인을 받기도 했다. 현재 서울과 경기도에 5개의 지부를 두고, 총 23명의 직원이 인천을 포함한 수도권 지역의 고물을 수거한다. 중소기업·학원·카페 등 1500여 곳, 개인 500여명이 회원으로 등록돼 있다.

경기도 용인시 기흥구에 사는 강민지(13·여·구성초 6)양은 지난해 6월부터 나눔 고물상의 회원이 됐다. “예전에는 공책 다 쓰면 그냥 아무데나 버렸는데 지금은 공책이랑 문제집이랑 다 천사통에 차곡차곡 넣어요.” 강 양은 판매금 20%를 삼육오천사를 통해 기부하고 있는데, 3개월 평균 1만5000원 안팎이다. 어머니 이윤정(42)씨는 “한 학기 끝나면 교과서를 다 버리고 오던 아이가 삼육오천사 회원이 되고서는 무거운 책들을 낑낑대며 들고 오더라고요. 재활용과 기부를 동시에 가르칠 수 있어서 교육효과가 2배에요”라고 말했다.

주부 홍효덕(46·여·서울 강동구 길동)씨의 경우 삼육오천사를 통한 기부금이 3개월 평균 40만원씩이다. 홍씨는 “봉사활동을 하고 싶어도 세 아이를 챙기다 보니 시간 내기가 쉽지 않았다. 단순히 재활용 하는 게 아니라 봉사 기회라고 생각하다 보니 귀찮기만 하던 폐지 정리가 즐거워졌다”며 웃었다.

삼육오천사는 요일을 정해 단체 회원의 고물을 수거하고 일반 가정에는 한 달에 한 번 방문한다. 올해 이웃돕기를 위해 모인 돈은 지금까지 800만원 정도. 이 돈으로 삼육오천사는 서울 송파구 내 독거노인 100여명에게 매달 쌀 10kg씩을 전달하고 있다. 서울 성수동지점의 박준식(60)점장은 “하루 20~30곳을 돌며 고물을 수거하는 일이라 몸은 힘들다”며 “하지만 ‘우리 회사는 좋은 회사’라는 자부심으로 기쁘게 일하고 있다”고 말했다. 김구자준 대표는 “삼육오천사는 ‘365일 천사가 되고 싶은 사람들’의 줄임말”이라며 “쉽게 실천할 수 있는 재활용으로 많은 사람들이 매일 나눔을 실천하는 천사가 됐으면 한다”고 말했다. 

윤새별 행복동행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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