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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일기] 리비아에 ‘민주화 노하우’ 전수하자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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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6면

이상언
파리 특파원

올해 리비아 출장을 세 번 다녀왔다. 봄에는 이웃 이집트에서도 세 차례 머물렀다. 지금까지 40여 나라를 가봤지만 한국인이라는 이유만으로 이 두 나라에서처럼 환영을 받은 적은 없었다. 그곳에서 성실히 일한 한국인들과 현지로 수출된 우수한 한국 제품들 덕이었다.

 두 나라의 지도층을 만나면 한결같이 한국을 배우고 싶다고 얘기했다. 시민혁명으로 얻은 민주주의를 바탕으로 새 나라를 일구는 데 한국의 성공을 모델로 삼겠다는 것이었다. 조대식 주리비아 대사는 “최근 보름 동안 만난 대여섯 명의 리비아 과도국가위원회(NTC) 장·차관들이 모두 교육이나 정보기술(IT) 인프라 구축에 한국식을 도입하겠다는 뜻을 보였다”고 말했다.

 이왕 우리 것을 나눠줄 생각이라면 그동안 쌓아온 ‘탈(脫)독재 민주화의 노하우’를 먼저 전했으면 좋겠다. 리비아나 이집트는 지금 혁명 유공자 및 희생자에 대한 보상, 군·경의 탈정치화 및 중립화, 독재 세력에 대한 사법 처리, 정당 정치 복원 등의 난제에 직면해 있다. 그야말로 민주주의 국가의 근간을 새로 만들어가는 과정이다. 경제 재건 못지않게 중요하고도 시급한 사안들이다. 마침 우리에게는 지난 한 세대 동안 이런 문제를 고민하며 나름 축적해온 해결책들이 있다. 다른 나라에서 찾기 어려운 고유한 노하우들을 보유하고 있는 것이다. 우리가 이를 잘 정리해 이들 나라에 전수한다면 앞으로 생겨날 다른 나라의 탈독재 민주화 과정에서도 글로벌 스탠더드가 될 수 있다. 한국의 사례가 민주국가 건설의 국제 표준이 될 수 있는 것이다.

 무아마르 카다피가 숨지고 리비아가 해방을 맞이하자 재건 시장 규모부터 계산하는 나라들이 많다. 건설 불황 타개의 호재로 여기는 분위기다. 기업들은 유전 개발에도 눈독을 들이고 있다. 한국도 마찬가지다. 하지만 속 깊은 상인은 손님의 돈이 아닌 마음을 얻는다고 한다. 우리가 신새벽을 맞이한 지구촌 동료에게 진정으로 다가서는 ‘스마트 외교’를 펼친다면 경제 협력은 자연스럽게 동반할 것이다.

이상언 파리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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